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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3학년을 위한 팁

쇠약한 칼 세이건

IF : 3

2023.10.01

2

4820

친척 동생이 학부 3학년인데 이번 추석때 김박사넷을 한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그녀석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서로 나이차가 많이 나서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또 조언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막 조언을 해주면 꼰대 같아보일 것 같기도 해서
그 친구가 혹시 필요할 때 주워 들으라고 김박사넷에 남깁니다.

0. 혼자 크는 사람은 없다.
지도 교수님을 정하는 것은 연구 인생에 정말X100 중요한 일이야. 나도 실패를 겪기 전에는 그랬지만 OO이는 OO이가 이 자리까지 온 것이 본인이 잘나서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곁에서 지켜보기에는 지금까지는 OO이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를 정말 많이 서포트해주신 것 같아. 이제 부모님이 더이상 너를 안내해 줄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고, 너의 지도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너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지. 먼 길을 떠날 땐 좋은 길잡이가 필요한 법이야.

1. 미리 움직이자.
OO이 정도 스펙이면 어느 교수님인들 안받아 주겠냐만은 어느정도는 선착순이기 때문에 TO가 차버리면 가고 싶은 곳에 못가게 될 수도 있어. 나의 이야기를 잠깐 들려주면, 나도 OO이 못지 않은 스펙이 있었는데 늦게 컨택하는 바람에 원하는 교수님 랩에 못들어가고 급하게 다른 랩에 들어갔고 그것이 내가 연구자의 꿈을 포기하고 도망치듯 석사 졸업하게 되었던 첫 단추였단 생각이 든단다.

2. 인턴을 꼭 해볼 것
물론 선배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가 많겠지만, 누군가의 말을 듣고 아는 것과 실제 경험해 보고 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어. 나도 급하게 다른 랩을 알아볼 때, 아는 선배들한테 그 교수님 좀 빡세지만 배울 게 많다는 평을 듣고 괜찮겠다 싶어서 갔는데, 실제 들어가서 겪은 교수님은 매우 인자하지만 연구에 흥미를 잃으신지 오래되신 분이셨지. 카더라 말고 꼭 네가 겪어볼 것.

3.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것
세상에 모든 면이 완벽한 사람은 없고, 교수님도 사람이니 다 장단점이 있지. 어떤 교수님은 인건비를 넉넉하게 주고, 어떤 교수님은 학생과 유대 관계가 끈끈하고, 어떤 교수님은 취업을 잘 시켜주고, 어떤 교수님은 인적 네트워크가 좋고, 어떤 교수님은 연구를 잘하고 등등.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교수님을 선택하는게 좋아. 나는 인건비가 넉넉하고 요즘 애들 말로 인성이 좋은 교수님 밑에서 공부했지만 내가 진짜 원하던 연구에 대한 지도는 받을 수 없어서 좀 후회했었어.

4. S 말고 KP도 알아볼 것
나도 그랬지만 S 애들은 유학을 안간다면 당연히 자대에 진학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검색 범위를 KP 정도로 넓혀서 더 나한테 잘 맞을 것 같은 교수님을 찾는게 좋을 것 같아. 나라면 KP 밖까지도 검색 범위를 넓혀 보겠지만, 그건 너의 선택에 맡길게.

5. 홈페이지 연구분야를 믿지 말고 반드시 그 연구실 논문들을 읽어볼 것
나는 급하게 연구실 탐색할 때 연구실 홈페이지의 연구분야를 보고 대충 그 교수님이 무슨 연구하시는구나 알아봤었는데, 홈페이지 보고 반도체 소자쪽 하는 줄 알고 들어갔다가 들어가 보니 바이오 센서하고 있더라. 홈페이지 연구 분야는 잘 업데이트가 안되는 경우가 많아. 그렇지만 논문 실적은 잘 업데이트가 되고, 교수님 이름으로 검색하면 정보가 다 나오니까 교수님 최근 논문들을 쭉 읽어봐. 아주 술술 읽히진 않겠지만 대략적인 연구 분야를 파악할 수 있을거야. 연구 인생을 건 결정인데 그정도 시간 투자는 해야한다고 봐.

6.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소중히 대할 것
어렸을 때부터 지켜본 바에 따르면, 너의 전공을 오랜 기간 좋아했고 또 그만큼 잘하기도 하는 것 같아. 나도 떠나고 나서야 알게됬지만, 어렸을 때부터 너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야. 그것을 정말 소중히 대하고 쉽게 버리지마. 세상에서 그만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없을 수도 있어. 그것을 떠나면 반짝이던 네 불빛이 꺼지고 그 불빛에 감춰졌던 네가 싫어하거나 못하는 것들과 마주하게 될거야.

7. 영어 공부할 것
OO이가 영어 공부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도 잘 알고 요즘은 번역 프로그램도 잘 나와 있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는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단다. 영어 논문 꾸준히 읽고, 유튜브로 관심 분야 영어 강의나 세미나를 열심히 들어봐. 영어는 이제 필수야.

OO아 나 사실 돌고 돌아 다시 박사 준비 중인데 아직 가족들한테는 말을 꺼내기 어려워서 너한테도 솔직하게 말 못했다. ㅎㅎ
한 때 너와 비슷한 경로를 밟았던 사람으로서, 비록 실패담이지만 내가 겪었던 침잠의 시간들을 똑같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이 글을 남긴다. 혹시 나임을 알아차리더라도 부끄러우니까 모른척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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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낙천적인 프리모 레비*

2023.10.01

가장 필요한 조언이라고 생각함.

성공한 사람들 말고, 실패한 사람들의 경험담.

2023.10.01

누적 신고가 5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형아 용돈이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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