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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라서 좋은거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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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며칠 앞두고 두려워하다 교수 관련 글이 흥하길래 저도 보태봅니다.

교수의 장점은 돈으로 보면 최상위 대기업에 애저녁에 밀렸습니다. 젊은 시절 시드머니의 효과가 불러오는 나비효과를 생각하면 돈이 중요한 사람들은 더더욱 이 직업을 택하면 안됩니다.

장점은 보스가 없는 생활을 30년 넘게 한다는 점입니다.

회사 생활해보면 아시겠지만 회사는 실적 쌓고 사회생활도 원만히해서 승진을 제때하는게 목표인 게임입니다. 그 게임의 끝은 임원이 되거나 못되서 퇴직하거나 입니다. 일이 좋아서 또는 높은 소득이 좋아서 다닌다는 사람들도 결국엔 승진을 제때 못하면 그 일도 못하고 그 돈도 못벌고 패자가 되어 회사를 나와야 하죠.

그 승진 게임에서 평생 30년동안 끊임없이 1등이 되어야 내 머리 위에 아무도 없는 직급에 올라갑니다. (그런다해도 우리같이 재벌 체계에선 오너가 있긴함) 그 과정에 끊임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거보단 회사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서 갖다 바쳐야합니다. 자그만치 30년을 말이죠. 그 강한 압박, 경쟁 속에서도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천직인거고 그런 사람 중에 아주 소수가 더 이상 보스가 없는 위치까지 올라가는 겁니다.

그게 대부분의 경우엔 어려우니까 능력되는 사람들은 적당히 벌고 퇴직해서 자기 회사 차리거나 적당한 작은 회사로 옮겨서 사장은 못되지만 상무 전무달고 지내는겁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꽤 성공한 삶인데 자기꺼 차려서 2,3차 벤더라도 되거나 1차벤더 가서 이사 달려면 그래도 20년 이상은 회사에서 원하는거 열심히 만들어 내면서 끗발 날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저 정도 능력이 안되면 어정쩡한 회사에 어정쩡한 김부장으로 이직해서 또 거기서도 살아남는 게임을 은퇴할때까지 치뤄야 하는거죠.

교수의 장점은 젊었을 때부터 보스가 되어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닙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자기가 설계해서 방향을 잡고 만들어가는 재미를 젊었을 때부터 느낄 수 있는게 장점이라는거죠.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원치 않는 일들도 많이 생기긴 합니다만, 전반적인 방향은 자기가 만들어 나갑니다. 이 자유가 행복감을 줍니다. 다만 다 스스로 만들어가려면 젊었을때 워라밸은 없습니다. 대기업에서 젊을때 워라밸 좋고 급여 좋은 거에 비교하면 여러모로 학생분들이 싫어할만한 포인트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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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7개

2024.03.03

회사 생활해보면 아시겠지만 회사는 실적 쌓고 사회생활도 원만히해서 승진을 제때하는게 목표인 게임입니다 :

요즘 삼성 정도나 수석이 남아있지, 대부분 대기업이 책임이 끝이라 책임달고 입사하는 박사들은 더이상 승진할일 없습니다. (임원으로 가는 건 완전히 다른 게임이고요) 회사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자기 하고싶은일 하려고 직책 달려고 워라밸 포기하고 달리는거지 시키는대로 하는 대부분의 책임급 직장인들은 승진이 목표가 아닙니다.
학계에 있다고 대학 총장이나 과기부장관 되는게 목표인 게임이 아닌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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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

그런 권력을 잡고 건전한 사제관계가 되어야하는데 노예만도 못한 취급하면서 회장님으로 대해주길 원하는 교수가 많아지고 있다는게 문제

대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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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한 리처드 파인만

IF : 1

2024.03.03

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장점 위주로 쓰인 것 같아 단점도 좀 적어봅니다. 보스가 없는 생활은 즉, 본인이 보스가 되어야 하는 생활입니다. 조교수부터 퇴직까지 평생 혼자 연구할 게 아니라면, 본인의 연구 커리어와 본인의 연구실 평판에 대해 평생동안 계속해서 신경써야 합니다. 이 학교 레벨에선 안될 것 같아서 이직 생각하며 여전히 실적 생각에 치여 밤낮 없이 사시는 분, 어떻게든 과제 컨소시엄에 한번 껴보려고 발버둥 치시는 분 등등.. 그 세계에 또 나름대로들 뭔가가 있는데, 이래서 교수하면 지겹게 말하는 그 놈의 워라밸은 대체 언제 챙기나 싶더군요.

요즈음은 훨씬 더 오픈된 사회라 김박사넷에서도 종종 올라오는 글을 보면, 학부생들도 이것저것 재보고 따지는 조건이 정말 적나라합니다. 선배분은 김박사넷에 안 좋은 평 달리고 그러면 학생들 안 올까봐, 제자들에게 뭐라 하기도 무섭다고 하시더군요. 요즘은 학생 받으려면 h-index까지 신경써야 싶기도 하고 ㅎㅎ 이건 농담입니다.

그리고 사실 교수라고 자유도가 크게 있는지도 좀 의문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연구비 따오는, 또는 그럴만한 연구를 쫓아 가게 되기도 하고요. 제 지도교수님은 남부럽지 않은 대형 랩을 굴리신 분이셨습니다. 그 분이 항상 하시는 말이 '교수는 연구하는 학자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다. 돈 따오는 사람이다' 였습니다. 그 말이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자조적 표현에 가깝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물론 '나는 사회적 평판 그런거 신경 안 쓰고 욕심 다 내려놓겠다'를 택할 수도 있는 직업이고, 실제로도 그러면 이만큼 편한 직업이 없다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단점들도 누군가에겐 다 배부른 소리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제 주변에서 본 결과 교수란 양반들은 그게 좀 많이 어려워 마음고생들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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