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기간은 평균을 훌쩍 넘어 길어졌고, 슬슬 논문이 생기는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마저 모두 논문이 생기는데 반해 나는 한장 없이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완성작을 만들지 못했다.
처음 들어와 연구에 열의를 들이붓던 꿈은 쪼그라들고, 졸업 하나를 목표로 새벽이고 주말이고 달렸는데 또 실패를 하니 일어날 자신이 없다.
집이 망해서, 새벽엔 상하차를 나가고 밤에는 공부를 하던때도 갑자기 아버지가 쓰려져 모두가 울고 절망할 때 혼자 가슴팍을 누를며 애써 침착하려할 때도, 한달 30만원 주는 그깟 보험 때문에 병원에서 심장질환으로인한 사망으로 생각할 수 있냐고 재차 물어보던 것도 아니 빌었던 것도
버텨왔다. 버티면 단단해지고 강인해진다고 믿었다. 주변 누군가가 성공하고, 잘 안될 때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갔다오더라도, 스스로 흙수저임을 서로 자처할 때도, 빼앗긴 가난을 논할 때도 내 삶을 원망하지 읺았다.
암에 걸린 엄마가 나 모르게 한참을 검사받고 치료하다 보호자가 꼭 필요할 때 마지못해 이야기했을 때, 비를 맞았다. 주변의 연애사와 장밋빛 미래를 논하는데 밖으로 나와 한참을 비를 맞았던 것 같다.
과거의 일들이 마치 혼동되어 어제일인거 같고, 일어서야 한다는 다시 해봐야지라는 말들이 괴롭다. 선택권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시 해야하고, 버텨야한다. 스스로의 불행 포르노에서 벗어나 그저 평범한 삶이라 믿어야한다. 그냥 시기가 안좋은거라고 그냥 운이 좀 나빳던거라고 믿어야한다.
근데 오늘은 힘이 안난다. 아무 가르침도 존경도 없는 철없는 아버지였는데 그냥 오늘은 조금 보고 싶다.
어디에도 얘기 못하는 푸념입니다. 익명의 힘을 빌어 주저리주저리 해봅니다. 나쁜 마음이지만 한켠엔 나 말고도 힘든 분들도 있었으면 하기도 합니다. 보통의 삶이 뭘까요? 큰거 바라는거아니고 보통만큼만 살고 싶은데 참…
202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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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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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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