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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수정되지 않는 박제글입니다.

유독 면접이 어려운 사람 (feat. 언어능력)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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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취업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희한하게 면접 전형에서 붙는 일이 거의 없음.
그 문턱 하나 넘어보려고 미친듯이 발버둥쳐봤는데 매번 떨어지니 더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학부때부터 석사, 박사 후까지 계속 취준해 봤는데, 아마 면접만 30 번은 넘게 봤을 거야.
그 중에 최종 합격된 곳이 딱 한 군데, 중소-중견 사이쯤 되는 기업이었음.
석사 끝나고 1 년동안 취준하다가 자존감 바닥난 상태에서 눈 많이 낮춰서 들어갔는데, 솔직히 눈을 낮춘 만큼 연봉이나 워라밸 둘 다 성에 차진 않더라.
그래서 박사 진학해서 지금은 다시 취준 중인데, 또 그 때 상황이 재현되려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최근에 면접 본 두 군데 발표가 났는데, 둘 다 떨어졌더라고.
문제는 여태까지 경험을 토대로 미친듯이 준비한 두 군데였다는 거.
하나는 출연연 포닥이었고 하나는 대기업이었는데, 전자는 내가 언어능력이 좀 안 좋다는 걸 알아서 7분짜리 발표를 한 달 전부터 준비했고, 후자는 면접 보게 될 직무를 아예 물어보고 연관 논문까지 정독하고 들어갔거든.
둘 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어서 준비한 건데 떨어졌으니, 앞으로는 또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내가 스펙에 비해 눈이 높은가? 아니, 학사든 대학원이든 동일 과, 연구실 스펙에 다들 대기업까진 잘 들어감.
실적은? 퍼스트 저자로 AM, CEJ에 그 외 IF 5-10 급 논문 5 개 있으니 꽤 좋은 거라 생각함.
연구에 대한 실질적인 적성이 안 맞나? 완전 천직이라 할 수 있을 정도. 메커니즘 예상하고 분석하는 게 이렇게 나랑 잘 맞을 줄 몰랐다. 실제로 위에 나열한 논문들도 메커니즘 해석 덕분에 한 급씩 올라갔을 거라 생각함.
실무능력이 떨어지는 거 아냐? 위에서 말한 중견기업 다닐 때 아이디어 내서 문제를 해결한 적이 두 번 있었음. 그 건으로 사장님한테 직접 잘했다고 격려도 들어본 적 있어서, 이것도 아니라고 봐야겠지.

그 외에도 예전부터 내가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서 별별걸 다 바꿔봤었음.
질문 들어올 때 부연 설명을 길게도 해보고, 간결한 게 좋나 싶어서 짧게도 해보고, 이런 사소한 것들도.
근데 잘 봤다 싶은 곳도 떨어지고, 못 본 곳은 못 본 대로 떨어지고, 더이상 원인이 뭔지도 파악을 못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딱 하나 남은 요인이 언어능력임. 내가 말을 꽤나 못 하거든.
쉬운 단어도 딱딱 안 떠오를 때도 있고, 하고 싶은 말을 문장으로 깔끔하게 내뱉는 것도 남들보다 잘 안 되는 편임.
일반 대화에선 상대가 말 할 동안 시간이 벌어지다 보니까 이게 잘 티가 안 나는데, 혼자 길게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러니까 면접이나 발표같은 상황에선 체감이 확 됨.
그래서 똑같은 내용의 말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좀 짜치는 어휘, 문장으로 내뱉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더라고.
그나마 최근에 내가 약한 ADHD인 거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약 먹고 반쯤 나아지긴 했는데, 애초에 언어능력 자체가 엉망인건지 그 짜치는 대화스킬은 완전히 나아지지가 않더라.
문제는 이게 내가 나아지고 싶다고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닐 뿐더러, 사실 면접 자리가 아니고서야 중요도가 확 떨어지는 능력이니까.
그놈의 언어 때문에 내 연구 능력이 저평가되는 지금 상황이 맞는 건가 싶으면서도, 실제로 이게 원인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막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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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2024.09.25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그냥 참고만 하셈. 서류도 잘 붙고 실적 등등 다 좋은데 면접에서 계속 떨어진다면 아마 면접관들이 느끼기에 조직 생활에 잘 녹아들지 못할 것 같다, 같이 일하고 싶은 스타일이 아니다 라고 느낄 가능성이 큼. 서류가 계속 붙는다는 것 자체가 실적, 연구역량 면에서는 충분하다는 거임. 말 더듬고 단어 잘 안 떠오르고 이런 것보다는 말의 내용이 어떤 건지가 중요한듯.

예를 들면 자소서 보니까 이런 연구 했던데 이 주제는 이미 다른 데서 이만큼 진행됐는데 할 필요 없는 것 아닌가요? 이런 좀 공격적인 질문이 들어왔다고 치자. 그러면 대부분 방어하기 급급함. 이건 사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그전 연구들보다 뭐가 낫고 등등. 근데 그 전에 먼저 그걸 인정하는 말을 집어넣어야 함.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만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이 주제로 이러이러하게 진행된 것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제 연구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뒤에 방어하는 내용을 붙이는 거. 그러면 아, 이 지원자는 타인의 말을 받아들일 줄 아는구냐, 소통이 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느끼게 됨.

대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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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저도 비슷한 상황이었던 터라 왠지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ADHD인것도 ..).

다른 프레젠테이션에서는 그럭저럭 하는데, 면접만 가면 준비한 멘션이 다 망가지고, 그러기 싫어서 A4 5장정도되는 분량을 통째로 암기해서 가기도 했는데, 그래도 떨어질 때가 있더라고요. 저도 꽤 어거지로 그럭저럭 괜찮은데 취업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건 글쓰신 분이 성향을 명백히 밝히지 않으셔서 저만의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완벽주의적인 경향이 있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좀 더 엄밀한 좀 더 전문적인 표현과 아카데믹함을 뽐내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요. 그런데 사회경험을 해보셔서 좀 아시겠지만, 대부분은 거기서 사실상 "내가 더 바보 ㅋㅋ 일하는 것도 힘들어 ㅠㅠ" 이런 얘기를 합니다. 지금 있으신 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탑클래스에서도 비슷합니다. 물론 사회생활 쉴드 치려고 하는거지만, 면접에서는 그런 주류에 본인이 쉽게 섞여 들어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 같습니다.

그리고 운도 좀... 좀 많이 필요해요. 한번만 억지로 풀리면 그 다음부턴 그래도 쉽습니다. 남 일 같지가 않아서 댓글 남기게 되네요.

2024.09.25

저도 말 잘 못하는 편이었는데, 과외나 1:3강의 같은거 한 세달 하니까 그때부터 말을 잘하게 되더라고요. 생각은 잘되는데 생각->말로 가는데에 bottleneck이 심했는데 이제 말하면서 다음에 뭘 말해야할까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서 자신감이 차더라구요. 취업준비하면서 과외나 이런거 한번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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