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게 면접 전형에서 붙는 일이 거의 없음. 그 문턱 하나 넘어보려고 미친듯이 발버둥쳐봤는데 매번 떨어지니 더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학부때부터 석사, 박사 후까지 계속 취준해 봤는데, 아마 면접만 30 번은 넘게 봤을 거야. 그 중에 최종 합격된 곳이 딱 한 군데, 중소-중견 사이쯤 되는 기업이었음. 석사 끝나고 1 년동안 취준하다가 자존감 바닥난 상태에서 눈 많이 낮춰서 들어갔는데, 솔직히 눈을 낮춘 만큼 연봉이나 워라밸 둘 다 성에 차진 않더라. 그래서 박사 진학해서 지금은 다시 취준 중인데, 또 그 때 상황이 재현되려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최근에 면접 본 두 군데 발표가 났는데, 둘 다 떨어졌더라고. 문제는 여태까지 경험을 토대로 미친듯이 준비한 두 군데였다는 거. 하나는 출연연 포닥이었고 하나는 대기업이었는데, 전자는 내가 언어능력이 좀 안 좋다는 걸 알아서 7분짜리 발표를 한 달 전부터 준비했고, 후자는 면접 보게 될 직무를 아예 물어보고 연관 논문까지 정독하고 들어갔거든. 둘 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어서 준비한 건데 떨어졌으니, 앞으로는 또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내가 스펙에 비해 눈이 높은가? 아니, 학사든 대학원이든 동일 과, 연구실 스펙에 다들 대기업까진 잘 들어감. 실적은? 퍼스트 저자로 AM, CEJ에 그 외 IF 5-10 급 논문 5 개 있으니 꽤 좋은 거라 생각함. 연구에 대한 실질적인 적성이 안 맞나? 완전 천직이라 할 수 있을 정도. 메커니즘 예상하고 분석하는 게 이렇게 나랑 잘 맞을 줄 몰랐다. 실제로 위에 나열한 논문들도 메커니즘 해석 덕분에 한 급씩 올라갔을 거라 생각함. 실무능력이 떨어지는 거 아냐? 위에서 말한 중견기업 다닐 때 아이디어 내서 문제를 해결한 적이 두 번 있었음. 그 건으로 사장님한테 직접 잘했다고 격려도 들어본 적 있어서, 이것도 아니라고 봐야겠지.
그 외에도 예전부터 내가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서 별별걸 다 바꿔봤었음. 질문 들어올 때 부연 설명을 길게도 해보고, 간결한 게 좋나 싶어서 짧게도 해보고, 이런 사소한 것들도. 근데 잘 봤다 싶은 곳도 떨어지고, 못 본 곳은 못 본 대로 떨어지고, 더이상 원인이 뭔지도 파악을 못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딱 하나 남은 요인이 언어능력임. 내가 말을 꽤나 못 하거든. 쉬운 단어도 딱딱 안 떠오를 때도 있고, 하고 싶은 말을 문장으로 깔끔하게 내뱉는 것도 남들보다 잘 안 되는 편임. 일반 대화에선 상대가 말 할 동안 시간이 벌어지다 보니까 이게 잘 티가 안 나는데, 혼자 길게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러니까 면접이나 발표같은 상황에선 체감이 확 됨. 그래서 똑같은 내용의 말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좀 짜치는 어휘, 문장으로 내뱉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더라고. 그나마 최근에 내가 약한 ADHD인 거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약 먹고 반쯤 나아지긴 했는데, 애초에 언어능력 자체가 엉망인건지 그 짜치는 대화스킬은 완전히 나아지지가 않더라. 문제는 이게 내가 나아지고 싶다고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닐 뿐더러, 사실 면접 자리가 아니고서야 중요도가 확 떨어지는 능력이니까. 그놈의 언어 때문에 내 연구 능력이 저평가되는 지금 상황이 맞는 건가 싶으면서도, 실제로 이게 원인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막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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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2024.09.25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그냥 참고만 하셈. 서류도 잘 붙고 실적 등등 다 좋은데 면접에서 계속 떨어진다면 아마 면접관들이 느끼기에 조직 생활에 잘 녹아들지 못할 것 같다, 같이 일하고 싶은 스타일이 아니다 라고 느낄 가능성이 큼. 서류가 계속 붙는다는 것 자체가 실적, 연구역량 면에서는 충분하다는 거임. 말 더듬고 단어 잘 안 떠오르고 이런 것보다는 말의 내용이 어떤 건지가 중요한듯.
예를 들면 자소서 보니까 이런 연구 했던데 이 주제는 이미 다른 데서 이만큼 진행됐는데 할 필요 없는 것 아닌가요? 이런 좀 공격적인 질문이 들어왔다고 치자. 그러면 대부분 방어하기 급급함. 이건 사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그전 연구들보다 뭐가 낫고 등등. 근데 그 전에 먼저 그걸 인정하는 말을 집어넣어야 함.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만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이 주제로 이러이러하게 진행된 것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제 연구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뒤에 방어하는 내용을 붙이는 거. 그러면 아, 이 지원자는 타인의 말을 받아들일 줄 아는구냐, 소통이 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느끼게 됨.
대댓글 1개
2024.09.25
말의 간결함, 부연설명 길게 짧게, 이런 것보다는 말과 태도의 뉘앙스가 훨씬 중요함.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인다, 내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알고 고집부리지 않는다, 나는 당신들과 함께 일할 때 당신들에게 불편함을 줄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이런 태도. 본인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생각해보면 됨. 일은 개잘하더라도 뭐 부탁만 하면 왜요? 제가 그런 거 아닌데요?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랑 일하고 싶겠음? 회사는 조직이라 역량, 실적이 기준을 넘으면 그 뒤에는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 조직의 문화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싶어함. 그부분을 잘 생각해보셈. 말 더듬고 단어가 짜쳐도 나는 같이 일할 당신들의 의견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조직의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태도가 보이는 사람을 뽑고 싶은 거임.
참고로 난 실적 별로라서 서류 거의 50개 넣어서 두군데 붙음. 근데 중견기업 하나는 최합, 대기업 하나는 1차 붙고 2차 보고 결과 기다리는 중임. 어쨌든 이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내 생각에 서류 붙고 면접까지 온 이상 역량이나 실적보다는 잘 융화되겠다는 태도, 인성 보여주는 게 훨씬 중요한듯. 뭐 아닐 수도 있으니 참고만 하셈.
2024.09.25
저도 비슷한 상황이었던 터라 왠지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ADHD인것도 ..).
다른 프레젠테이션에서는 그럭저럭 하는데, 면접만 가면 준비한 멘션이 다 망가지고, 그러기 싫어서 A4 5장정도되는 분량을 통째로 암기해서 가기도 했는데, 그래도 떨어질 때가 있더라고요. 저도 꽤 어거지로 그럭저럭 괜찮은데 취업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건 글쓰신 분이 성향을 명백히 밝히지 않으셔서 저만의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완벽주의적인 경향이 있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좀 더 엄밀한 좀 더 전문적인 표현과 아카데믹함을 뽐내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요. 그런데 사회경험을 해보셔서 좀 아시겠지만, 대부분은 거기서 사실상 "내가 더 바보 ㅋㅋ 일하는 것도 힘들어 ㅠㅠ" 이런 얘기를 합니다. 지금 있으신 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탑클래스에서도 비슷합니다. 물론 사회생활 쉴드 치려고 하는거지만, 면접에서는 그런 주류에 본인이 쉽게 섞여 들어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 같습니다.
그리고 운도 좀... 좀 많이 필요해요. 한번만 억지로 풀리면 그 다음부턴 그래도 쉽습니다. 남 일 같지가 않아서 댓글 남기게 되네요.
2024.09.25
저도 말 잘 못하는 편이었는데, 과외나 1:3강의 같은거 한 세달 하니까 그때부터 말을 잘하게 되더라고요. 생각은 잘되는데 생각->말로 가는데에 bottleneck이 심했는데 이제 말하면서 다음에 뭘 말해야할까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서 자신감이 차더라구요. 취업준비하면서 과외나 이런거 한번 알아보세요.
2024.09.25
저도 심한 ADHD이고 생각한 걸 말로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서 써봅니다. 면접은 저도 많이 떨어졌었네요. 하향도 많이 했었고요. 면접은 자주 떨어져도 항상 스카웃제의 받고 잘가긴 했습니다. 저와는 다른 길을 택하신 것 같지만, 저는 제가 adhd를 인정하고 adhd로서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는데 집중했습니다. 장점은 남들보다 사고의 폭이 넓다는 것이고 이는 연구자로선 매우 큰 장점이었죠. 아인슈타인 등도 adhd였다는 사실은 유명하죠. 그리고 넓은 폭으로 남들이 할 수없는 생각과 연구를 진행해왔고 나름 센세이셔널한 연구들을 냈고 이런 사고를 공유했었습니다. 생각한걸 말도 잘못하고 단점이 부각되는 상황의 저는 매력이 없는 동료겠지만 사고가 다른 동료는 매우 유니크하고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더라고요. 암튼 그래서 현재는 나름 인정도 받고 잘다니고 있습니다만 나란 사람의 단점에 너무 주목하지 마시고 나란 사람의 장단점을 종합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걸 노력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4.09.25
꼭 언어 능력 때문이라는 생각을 안 가지셨으면 합니다. 윗 댓글들에도 있듯이 언어 능력 보다는 같이 일 하고 싶은 인재 인가 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논문 실적도 본인 생각에 우수한 편이라고 하셨는데, 기업에서는 논문 실적 보다 지원자가 어떤 연구에 참여했고 그를 바탕으로 자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한 지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저널들 물론 탑급 저널이고 열심히 하신건 분명해 보입니다. 저널로 미루어 보아 재료 분야인거로 생각되는데 제가 느끼기엔 평균보다 약간 위이지 좋다? 라는데는 살짝 의문이 드네요. 박사 면접 30회 이상이면 많지도 적지도 않은거라 생각합니다. 논문 실적도 꾸준히 하시면 계속 우상향하실 것 같으니,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인을 판단하시고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시길 응원합니다.
IF : 1
2024.09.25
흠... 저도 면접이 어려워요. ㅎ ADHD는 아닌데, 독고다이로 인생 뚫고 나가야 되다 보니, 박사 후 부터는 불안도가 높아져서 없던 조급증도 생겼고, 그게 면접에서도 드러나더라구요. 검사 받고 상담 받으니, 지지대가 없어서 그런 거니, 의지처를 만들라는 이야기에 지인들과의 시간을 늘리면서 스몰토크도 늘렸습니다. 그거 도움 되더라구요. ADHD인 사람도 도움 될 지 모르겠는데, 평소 말 하는 것도 일정 이상의 발화량이 있어야지,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저는 그만큼 누군가랑 이야기 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 있으니 대화가 거의 없는 삶을 살았고, 요즘엔 전화보다 톡을 많이 쓰잖아요. 어쩔 땐 하루에 한 마디도 안 해도 생활이 가능하더라고요. 근데 그럴 수록 언어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일기도 쓰시구요. 일기 쓰고 소리 내서 읽는 것도 도움 되실 겁니다. 저 랑은 달리 가족들과 사실 테니, 가족분들 앞에서 면접 연습 하시고, 피드백도 이야기 해 달라고 하세요. 가족분들이랑 일부러 대화도 많이하시는것도 추천. 전문적인 내용은 몰라도, 어차피 면접에서 보는 건 소통의 기술을 갖고 있는가 입니다. 그럼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신이 한 일을 재밌게 설명할 수 있고 주고 받을 수 있으면, 그게 잘 하는 거죠. 전문가들과의 소통이 되는가 보다 앞서서 갖춰야 할 기술이니까요.
대댓글 1개
IF : 1
2024.09.25
조직 생활 이야기도 있겠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언어가 문제일 것 같다고 하시니, 그 부분에만 맞춰서 말씀드린 겁니다.
2024.09.26
채용하는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고자 써봅니다. 님의 상황과 역량을 전혀 모르기에 헛소리일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대개 서류전형은 객관적인 역량을 봅니다. 물론 우려점도 파악하죠.
기술면접은 이를 심화해서 실제 업무역량까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논문 실적은 괜찮은데, 내용을 파고 들어가면 교수님이 실제 1저자군하는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이런 경우 깊이 있는 지식에서 이슈가 나타나지만, 특히 문제해결 역량이 쉽게 드러납니다.
임원면접은 대개 인성과 협업 역량 등 조직적인 관점에서 봅니다. 우리 조직에, 우리 비즈니스에 맞나? 사람들과 잘 지낼까 등을 봅니다.
마지막으로 언어능력을 걱정하시기에 첨언하면, 중요하죠. 기업은 학교와 달리 협업이 기본이고 협업은 말이 핵심이긴 하니까요. 그렇다고 달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관련 이공계 계통이라면 오히려 달변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고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 한 가지. 저희는 면접 장면에서 외워 온 소개를 못하게 합니다. 방법 중 하나가 잠시 농담따먹기하다가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그러면 피면접자들은 외워 온 "안녕하세요~ ....로 한 누구누구입니다"로 탈맥락적인 소개를 시작하죠. ㅎㅎㅎ 그러면 여기서 제동걸죠. 이후 상황은 예견 가능 하실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024.09.26
한 가지 첨언드리면, 기업에 들어온다는 분들이 뭐뭐뭐를 배우고 싶습니다. 이 기업은 무슨무슨 사업을 잘 하셔서 이런이런 것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 분들 많습니다.
기업이든 학교든 학생이 아니고 조직원으로서의 역할은 그 조직에 대한 기여입니다. 면접자는 이 친구릉 뽑으면 조직에 어떻게 기여할까가 궁금한대, 답은 무슨 공부를 하고싶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박사들은 무슨 연구를 하고 싶다고 주로 얘기하죠.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게 어떻게 조직에 기여하는가인데,핵심만 얘기못합니다.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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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1
2024.09.26
기업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는지 다 알고 이야기 해야 한다는 가정인데, 외부인은 잘 모르죠. 하다못해 채용 공고에 잘 써있으면 모르는데. 그럼 지원자는 짐작으로 쓰는 수 밖에 없으니, 핵심이 빗나갈 수 밖에요. 채용공고에 어떤 사람 뽑겠다는 것이 잘 드러난 공고도 별로 없어요. 애매하게 써서 많은 지원서류를 받는 경우도 많고요. 상대적인 거라고 봅니다.
2024.09.25
대댓글 1개
2024.09.25
2024.09.25
2024.09.25
2024.09.25
2024.09.25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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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2024.09.26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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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