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에 떠난 랩실이고, 앞으로 평생 관련 없이 살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라도 고백해봅니다...
담백하게 요약하자면 1) 제가 컨택해 찾아간 랩실에서 지도교수님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2) 제 의사소통 능력의 부족으로 제 문제가 뭔지 교수님께 제대로 표현도 안 한채 혼자 끙끙 앓다가, 3) 작성을 맡았던 논문 작업도 제대로 못 하고, 그렇게 계속 연구실 발목만 잡다가 연구에서 빠지고, 휴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복학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제가 신뢰를 잃은 이유나, 일을 잘 못한 이유야 길게 있지만, 제가 무능한 폐급 (아마 빌런...)이었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고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저 그 때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죄송할 따름입니다.
랩실을 다니는 중에도, 나가고 나서도, 제 실망감이나 불안이 계속 앙금으로 남아있는지 자꾸 교수님 험담을 하는 자신을 보았고, 몇 번은 이름이나 랩실명까지 밝히면서 열을 올리는 제 자신이 참 한심스럽습니다.
재학 중 너무 힘들었을 때 사랑의 전화에 연락을 했을 때도, 휴학 중 연이 생겨 1:1 멘토링을 받았을 때도, 그 외에 병원에 가거나 상담, 코칭 등을 받을 때도 언젠가는 당시 얘기가 나오고, 제 당시 역량을 합리화하기 위한 기제로 이러는 게 느껴져요.
어떻게든 저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서 당시 나를 변호하고, 내가 못 한 건 상황의 문제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야, 내 편을 들어줘, 자꾸 이렇게 나아가는 제 감정이 추악하게 비칩니다. 제가 더 굳세었다면, 더 유창했다면, 더 능숙하고 유능했다면 다 괜찮았을 텐데요.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고 싶다고 자라는 내내 다짐하던 제 목표가 무색하게, 짧은 기간 동안 제 못난 모습만 알아차리게 되었네요.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언젠가 거기서도 이러지는 않을까 그냥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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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2025.08.13
글쓴이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고 혹은 낮은 정도의 정신질환 adhd, hsp 등등 일수도 있어요 앞으로 사회를 살아나감에 있어서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걸 신경 쓰지 마세요 글쓴이가 대학원에 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회 어디에서든 부족할 지언정 필요없는 존재는 아니라는 거니까요
신임은 어떤 곳이든 부족하거나 실수해요 그러니 사수나 선배를 붙여주는 거구요
2025.08.14
힘들었겠다..... 그 교수님하고 동료들 ㅠ
대댓글 2개
2025.08.14
진짜 뒤로 넘어져서 코 깨지셨으면 좋겠어요
2025.08.14
귀여운 소크라테스 심보가 되게 나쁘시네여 ㅋㅋㅋ 본인 피해자인가요? 가해자가 아니라? 설마 글도 본인이 적은건 아니겠죠?
2025.08.14
고마워요.
2025.08.14
그럴수 있어요. 자책보다는 앞으로 기회들을 더 살펴보세요. 그리고 자책보다는 달라질거라는 믿음을 가지고요. 또한 자책보다는 그때 랩실에서 도움이 없었던 차가웠던 현실탓을 해보세요. 자책이 줄어들거에요. 물론 회피하라는 말이 아니란것도 아시리라 믿어요. 당신은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입니다. 앞으로 미숙한 후배를 만났을때 손내밀어주는 선배가 되면 됩니다.
2025.08.15
이러한 계기들로 더 성장해나가는 거지요 자책 대신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로 해요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응원할게요
2025.08.15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자책은 좋은 징조입니다. 그걸 해결하기만 하면 자신이 가진 결점 1개를 지울 수 있는 거니까요. 사회에서 스쳐가는 미성숙한 성인들을 볼 때마다 그것이 갖는 소중함을 알 수 있습니다. 감정적 소모에 그치지 않고, 진지한 성찰과 노력으로 이어진다면, 그게 바로 사회와 학계가 원하는 인물상입니다.
2025.08.13
2025.08.14
대댓글 2개
2025.08.14
2025.08.14
2025.08.14
2025.08.14
2025.08.15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