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국내 공학계열에서 통합과정중인 대학원생입니다. 인문자연사회경상등 타 분과 및 해외는 잘 모름과, 매우 공학적인 시야를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대학원이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기조 상 학부까지는 그냥 책만 열심히 보면 되는, 알려지고 누군가 정리 해 놓은 것들을 공부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가장 큰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더 이상은 누군가 정리 해 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정답을 모르는 문제들에서 (정답인지 오답인지조차 모르는)답을 찾는 사람들이 모인 곳 중 하나가 대학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본격적으로 학문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진학하여 학자가 되어보는 곳인 것이죠. 진학을 결정하기 이전에, 이 학문에 입문이라는 느낌을 잘 모르겠거나 (얕던 깊던)학문에 뜻이 없다면 대학원 생활이 아주 고달파질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진학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2. 대학원생의 삶 일단 공학 계열 대학원생들은 장학금 외에 인건비를 받습니다. 이는 학교가 기업이나 정부와 연구 과제를 수주하여 이 과제비로 부터 인건비가 발생하는겁니다. 이런 환경이 대다수이므로 개인적으로 하나의 연구실은 연구용역을 하는 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연구실마다 인건비 상황이 다르고, 장학금과 섞어서 평균적으로 맞춰주기도 합니다. 돈을 받으면 돈 값을 해야겠죠? 네 일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많은 것들이 복잡해집니다. 앞서 대학원은 학자들이 모인 곳이라 했으니 인건비를 받는 대학원생은 이제 학자와 노동자의 성격을 동시에 갖게 됩니다. 내가 대학원생으로써 학자의 삶을 살아보고 싶은지, 연구개발 용역직의 삶을 살고 싶은지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학문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고 싶다? 보다 깊게 공부하고, 탐구하고, 고찰하고, 연구하면 됩니다. 나는 기업의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보다 학술적으로 접근하고 싶다? 기본적인 학술적 방법론과 지식들로부터 과학적으로 올바른 프로세스를 밟기만 하면 됩니다(기초적인이 아닌 최소한의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의미). 다만, 분명한 것은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연구에 사용하는 장비, 환경 등은 분명히 여러분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본인이 장학금으로만 학교를 다닌다 하더라도). 이 복잡한 환경이 만들어 내는, 여러분의 의사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본인이 어떻게 대처 할 지에 대한 고민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문제와 대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어떤 연구실을 가야 하나요? 당연히 나한테 가장 도움이 되는 곳을 가야 합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돈을 많이 모으고 싶다'는 바보 같은 목표만 아니라면, 분명히 내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얻고자 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많은 학부생들이 여기서부터 막막하기 때문에 김박사넷에 수많은 질문들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실의 논문 게재 현황이 어떻니, 인건비가 저떻니 하는 말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본인이 어떤 목표를 갖고있는지, 현실적인 제약조건이 어떤지 등을 따져 최종적으로 대학원 생활동안 얻고자 하는것이 무엇인지가 정해져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말들인 겁니다. 내가 교수가 되고 싶다? 당연히 분야에서 좋은 저널에 좋은 논문 많이 내는 연구실적 좋은 연구실이 좋겠죠. 하지만 인건비가 부족하다? 내가 장학금을 알아보던 다른 연구실을 알아보던 해야겠죠. 나는 연구개발직으로 먹고 살고 싶다? 연구실적 상관없이 교수 인맥으로 회사나 연구소에 꽂아줄 정도인 연구실이면 좋겠죠. 중요한 것은 본인의 목표와 상황에 맞춰서 본인이 결정하고, 그 선택을 후회할지언정 그 후회가 내 생각과 달랐음에서 기인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교수가 되고 싶었는데 대학원 다니면서 교수 사는 걸 보니 하기 싫어졌다? 그럴 수 있죠. 연구개발이라는 직무가 내 생각처럼 나랑 맞지 않더라?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 남들이 여기로 가랬는데, 교수가 꼬셨는데(?)"와 같이 한심한 변명은 하지 않아야한다는겁니다.
4. 그래도 실적이 좋은 연구실을 가야 할까요? 이거는 말을 길게 하면 밑도 끝도 없기 때문에 짧게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박넷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특유의 실적(실력)의 수치화를 바탕으로 본인의 인생을 계획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인생이 얼마나 계획대로 되던가요? 계획이 틀어지면 자퇴할건가요?
결론. 진학을 고민할 때, 자기가 대학원을 가서 학문에 입문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을 먼저 구체화 하십시오. 그 이후에 랩인턴이나 실적조사, 장학금, 펀딩, 수학계획, 목표달성계획, 석박사 졸업 후 계획 등을 열심히 조사하여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보십시오.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만들어 적용하고, 미래에 후회하게 될 지라도 경험이 스스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