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 시골주립대 나왔는데 거기서 같이 공부하던 형이.. 완전 시골출신에 흑수저인데 미국 유학온 케이스였거든.... 근데 그 사람이 좀 오타쿠 기질이 있는데 한번 지하 작업실에 들어가면 될때까지 며칠이고 안나오고 그랬음. 그리고 잠시 옷만 갈아입으러 집에 다녀오고.. 그랬었는데 결국 그 사람이 뭘해도 해내니까.. 솔직히 영어도 잘 못하고 여타 학문적인건 솔직히 별로였는데 그 장비 만지고 다루는게 진짜 남달랐다. 교수는 엄청 좋아했지.. 근데 이게 함정이었어. 그게 학생/포닥/연구교수로서는 PI에게는 정말 좋았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PI는 될 수 없었거든. 그 사람이 만든 샘플을 여타 콜래보레이션 하던 데들도 다 좋아했던게 데이터가 잘 나옴.
근데 그 형이 고생 끝에 자기가 나온 학부보다 훨씬 상위대학에 교수가 되었어. 거기까진 좋았는데.. 내 생각엔 그 머신룸에서 버텨내는 시간동안 물론 실력도 늘었을텐데 멘탈이 많이 상하기도 했을 것 같아. 사람이 있잖아.. 왜 빛 오래 못보고 하면 멘탈 나가는거. 그런데 자기가 배경이 좋지도 못하고 한국에서 출신도 그러니까.. 이것만이 출세의 길이라고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담금질한 것도 있고.. 균형잡힌 소양을 기르지 못하지 않았나 싶은데..
한국에 오니까 완전 딴 세상이지. 정치질도 정치질이지만 이게 티칭도 되야하고.. 그리고 출신도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처음에 더 보여줘야한다는 압박도 있었어야할거 아냐. 결국 계속 주위와 계속 마찰을 빚다가.. 잘 안됐다. 이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박사과정때 진짜 일이 재밌을수 있거든. 그걸로 인정받을 수도 있어.. 그런데 그걸 바탕으로 훌륭한 연구자가 되거나 교육자가 되는건 다른 얘기더라고. 좀 균형있게 소양도 갖추고 절대 너무 고립되지 말어. 물론 너무 몰입안하고 집중안하고 붕떠서 떠다니는 것도 뭔가를 이룰 수 없는 길이지만.. 그렇게 고립되어서 뭔가를 하다 결국 소통해야하는 자리로 가면 문제들이 생기더라. 가끔씩 생각나는데 아직도 안타까워서.. 그래서 그냥 내일만 잘하자.. 도 좋지만 결국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걸 잊지말길. 좀 시간 비우고 자기만의 생활도 하고 문화생활도 하고.. 멘탈 보전도 하고. 재미도 찾고.. 산책이라도 좀 해. 그런거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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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IF : 2
2021.08.04
어떤 일을 하든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에서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를 잘 표현하고 어필하는 방법. 가장 근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화법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고 연습해본 사람들은 알 겁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정말 몇 마디만 딱 나눠보면, 이 사람의 어투, 제스처, 행동 등을 통해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가치관, 태도 등의 대부분이 파악이 되죠.
코코 샤넬이 이런 말을 했다지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너를 겉모습으로 판단할 것이다.' 이런 말이 있는 이유가 어찌됐던 그만큼 첫 인상과 겉모습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라 생각합니다.
뭐든 본업과 관련된 능력 향상에 집중하는 건 필수적입니다. 다만 글쓴이의 말처럼 나를 가꾸고 또 타인을 대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소홀이 하면 안된다는 것에 극히 공감합니다.
2021.08.04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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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