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고인지 경기과학고인지를 나왔다는 그 선배는 런던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가세가 기울어 한국의 중위권 대학에서 학부를 마쳤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박사 6년차였다. 이제 막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와서 박사 과정을 들어간 나는 그가 말하는 졸업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세계가 마냥 부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지도교수가 없었다. 아마 서류상으로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속해 있는 랩이 없었다. 얼마 전 까지는 있었다고 했는데 지도교수가 너무 푸쉬를 해서 나왔다고 했다. 자기는 자기가 준비가 되었을 때 박사 논문을 쓰고 졸업하고 싶다고 했다. 영주권자라 풀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 박사 과정을 바꾼 후로 자신은 시간에 쫓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때 나는 이 사람은 자신의 기준이 확고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자신의 기준이 확고해서 남들에 대한 잣대도 엄격했다.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자기랑 동문이라고 한 사람도 학부를 서울대를 나왔다고 하는 사람도 과학고를 나온 사람이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 그렇게 수준이 낮을 수 없다며 다 거짓말쟁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남들이 학회에 가서 상을 받아 오고 할 때도 그런 상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받아 올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박사 년차가 올라가는 동안 다른 선배들은 졸업을 하고 한국에서 미국에서 교수가 되기 시작했다. 그 선배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런 대학들은 교수 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다고 하면서, 다들 연구 중심대학이었는데도.
시간이 흘러 나도 졸업을 하고 인턴을 했던 탑4 테크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후에 들은 얘기로는 그 선배는 자기보다 나이가 7살이나 어린 한국인 교수를 찾아가 졸업을 위해 지도 교수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지만 결국에는 그 랩에서 나왔고 소식이 끊겼다.
요즘 댓글들 보다 보니 그 선배 생각이 많이 난다. 그 선배도 그렇게 자기 생각만 옳다고 하는 사람이었지. 정말 그 선배가 여기에서 댓글을 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작이라고 거짓말 하지 말라고, 그 선배라면 정말 끈질기게 그렇게 할 거 같은데.
대학원 생활을 오래하고 미국 생활을 오래해서 아는 것은 많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자기 생각을 굽히지도 남의 의견을 듣지도 않다가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졸업은 했을까? 그보다 나는 왜 그 사람이 하는 말들을 주작이라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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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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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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