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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의 기준에 대하여 (+'모른다')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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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종종 김박사넷을 보기만 하던 평범한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최근에, 김박사넷이나 주변 후배들에게 머리로는 다 아는 내용인데 '말 잘 못한다', '설명 잘 못한다', '글을 잘 못 쓴다' 등의 얘기를 많이 접했습니다. 관련된 저의 경험이나 생각을 정리해서 대학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을 것 같아서, 또한 스스로도 되새기고 싶은 마음으로 처음 끄적여 봅니다.

처음 대학원에 들어와서 저도 같은 고민을 많이 했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맞을까?', '정말 이해를 했나?'라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그리고 4년 차에 처음으로 생긴 연구실 석사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연구를 봐주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았던 부분이 질문을 하거나 질문을 받고, 얘기를 해보면 모르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알고 있다", "이해했다"고 고집부리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자존심 세우고 속된 말로 개기는 수준이라서 꽤 힘들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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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고 있다'(또는 '이해했다')의 기준을 더 높게 잡기
'알고 있다'의 기준은 어떤 상황에서든 질문을 받았을 때 상대방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리에 정리가 되어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저 또한 그랬듯이) 대부분의 학생이 '들어봤다' 수준의 지식을 '알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리고 이 착각을 빨리 바로 잡을수록 다양한 지식을 더 잘 수용하고 빠르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조금 냉정하게 얘기하면 '말 잘 못한다'는 건 '모른다'와 같은 말이고, '설명 잘 못한다'는 '알고 있다'가 아니라 '들어봤다'와 같은 말입니다. 말을 하건 글을 쓰건 생각을 하건 조금이라도 헷갈리거나 기억이 흐릿하면 '들어 봤다', '모른다', 또는 '들어봤는데 여전히 모른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조금 강하게 얘기하는 이유는 2번에 이어집니다.)

2. '모른다'는 당연함을 인정하기
'모른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학계에서 '실력'으로 인정받는 교수님들이나 학자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음에도 "내가 틀렸나?" 또는 "내 기억이 잘못됐나?"라는 생각을 여전히 끊임없이 하면서 다시 찾아보고 더 깊이 있게 학습한다는 것입니다. 10~20년을 한 분야만 판 사람들도 자신의 지식에 대해 겸손한데, 대학원생이 지적받았을 때 나도 "알고 있다"라고 단언하는 것이 과연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교수님들만큼 경험이 많고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석사생보다는 이것저것 주워듣고 찾아본 것들이 많고 접해본 논문이 많다 보니 대부분은 말하는 것과 반응을 보면 제대로 모르는 게 뻔히 보이는 데,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부리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건 아직 모르는 거라는 걸 몇 십 분을 설득해야 공부합니다...) 누구나 자존심이 있고 고집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존심을 버리지 않으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앎'에 다가갈 수 없습니다. 그건 모르는 거다, 다시 찾아보고 더 깊게 이해해야 한다고 얘기를 해줘도 스스로가 '모름'을 인정하지 않고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면 공부할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자존심을 부릴 수 있는 날은 충분히 많으니 대학원생 때는 '모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은 수준의 지식들을 잘 흡수해서 나중에 자존심을 부려도 되는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이 되세요.

3. 마무리하며
많은 사람이 석사 2년은 내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아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 어느 정도 아는 게 많은 것 같고, 아는 게 많으니 대학원 가서 대단한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인 거 압니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 들어가니 박사과정생이나 박사나 교수님과 얘기하다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고, 대체 내가 아는 건 있는 걸까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날 무시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많이 상합니다. 특히나 저와 같은 학생이면서 몇 년 일찍 들어왔다고 이렇고 저렇고 훈수 두는 것 같은 사람에게는 더 기분이 나쁘겠죠. 하지만 자존심을 버리고 '모름'을 인정하는 비로소 '공부'가 아닌 '연구'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게 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지식이 쌓이기 시작하고,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이해한' 것들이 많아져서 지식이 연결되고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연구'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의 생각이 가능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아직 저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부분이라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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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 여전히 미천한 수준의 대학원생이 뭔가 많은 걸 깨달은 것처럼 쓴 것 같아서 웃기네요. 그냥 제 경험과 오랜 시간 생각과 고민을 통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하면서 스스로를 다시 자극해 보려고 쓴 글입니다. 의견이 다르시면 무시하셔도 되고 다른 의견을 통해 저에게 조언을 주시는 것은 환영입니다.

우연히 스쳐 지나가다가 이 글에 도움을 받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종종 생각 정리할 겸 글 쓰러 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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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젊은 장 폴 사르트르

IF : 3

2023.10.14

얼마전에 말 잘 못해서 답답하다고 글썼었는뎁 반성해야겠네요 ㅠ.ㅠ 지나가다 뼈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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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5

개인적으로 나는 예를 못들면 이해 못한걸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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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5

강의자료 만들어보면 본인 수준에 대해 꽤나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지요.

설명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공부할 때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설명할 것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하게 된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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