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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1학년... 학벌 관련 고민입니다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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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기 글을 처음 써 봐서 그런데 혹시 게시판을 잘못 썼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미리 말씀드리는 건, 여기서 학벌의 높낮음과 중요성에 대한 정답을 얻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대학의 가치와 서열에 있어서 개인마다 또 집단마다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질문을 올리는 것은 어느정도의 갈피를 잡고 싶기 때문입니다.

배경을 말씀드리자면 고등학교 내내 수시를 준비하다가 상향이었던 과기원을 포함해서 붙을 것 같았던 대학마저 모두 떨어지고 예상치 못하게 수능 점수로 부산/경북 중 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너는 잘 될 아이라는 응원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해 겨울 내내 방황을 했습니다. 수능을 바라보고 재수를 하기엔 정신상태가 너무 피폐해졌어서 일단 어디라도 등록하고 다니자 결심했었습니다. 다행히 등록금을 전액장학금으로 해결해서 한결 편한 마음으로 학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탑 공대도 쓸 수 있는 점수였지만 자연대에 왔습니다. 전부터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가 이 학교 이 학과에서 꾸준히 밀어 온 분야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처음부터 오고 싶었던 대학은 아닐지라도 희망이 있으니 잘해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교수님들의 강의나 지도교수님과의 상담, 대학(원)생 선배님들과의 소소한 교류에서 여기 오길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메리트가 있는 학벌은 아니어도 이름 있는 국립대니까 기회를 잘 잡고 대학원을 높은 곳으로 진학할 생각으로 잘 다녀볼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에 안주하는 것일까 겁이 납니다.

특히 과 동기들에게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너무 다른 모습을 봅니다... 정말 이 과목을 공부하려고 온 친구들은 너무 적고, 제가 무언가를 고민할 때 같이 고민해주는 친구들은 없고 과제 답을 알려달라고 저한테 묻는 친구들만 많습니다. 저는 아직 호기심이 있을 뿐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배울 게 한참 많이 남은 것만 같은데.. 배움에 너무 목이 마른데 이걸 함께할 친구가 없어 외로움을 느낍니다. 고등학교 때는 다양한 방면에서 저보다 뛰어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일반고였지만 수학 과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모인 학교여서 비상한 친구들과 여러가지를 같이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실험이나 장기프로젝트나.. 하다못해 그냥 문제 하나를 푸는 데에도 여러가지 관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다 SKP~서성한급 대학에 가거나 아예 쌩재수를 하고 있습니다. 기대한 것보다 낮은 결과를 얻고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저뿐입니다. 저로서는 당시에 할 수 있었던 고민을 다 하고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내가 더 도전할 용기를 내지 못한 나약한 사람이었던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얘기해 본 적은 없지만 저의 상황을 꿰뚫어보듯 친구들은 제게 반수나 편입을 권합니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한테도, 선배한테도, 기숙사 룸메한테도 반수 권유를 받아봤습니다. 너는 더 좋은 곳에 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좋은 곳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대학은 무엇일까요? 너무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일단 견디고 여기서 최상위 성적으로 졸업한 뒤 대학원을 잘 갈 생각으로 노력해볼지, 아직 갓 스무살이니까 뭐든 시도해볼지..

개인적으로, 용기라는 게 꼭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위해 몸을 내던지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있는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도 용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게, 그리고 그 선택을 하는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저를 자꾸 고민하게 만드네요.. 저는 05년생이고 군대를 안 가는 성별이라 나이 문제에서 특히 지금 자유롭다고 느낍니다.

하나의 답을 내려달라고 올리는 글은 아닙니다. 자유롭게 댓글 달아주시면 잘 읽어보겠습니다. 어쨌든 저보다 먼저 사신 분들이니까 조언이든 뭐든 감사히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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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개

2024.06.26

딱 같은라인 자연대 졸업한 사람인데요. 저도 학부 저학년 때는 학교 레벨을 올리고 싶어서 반수도 고민해 보고 했었는데, 물론 과에 공부 놓은 거 같은 사람들도 있는 것도 맞지만 과에 생각보다도 공부 정말로 열심히 하는 친구들 연구에 진심인 친구들도 많았고 수능 때 수학/과탐 성적 잘받고 들어와서 충분히 반수해 볼 수 있는데도 그냥 만족하고 잘다녀서 빨리 대학원 진학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그 친구들 보면서 마음 잡고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박사넷의 많은 학벌좋은 분들 보시기에는 그렇게 이름있는 학교는 분명 아닌 거 제가 제일 잘 알지만 그럼에도 좋은 연구자가 되기에 발목을 잡거나 디메릿이 되지는 않는 학벌이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1학년이라 더 학교네임이 크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맘잡고 잘 다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고학년이 되면서 학벌에 대한 집착 열등감 이런 걸 좀 덜어내고 스스로 편해질 수 있었던 케이스라 과거의 저를 보는 거 같아서 몇 줄 남기고 갑니다 ㅋㅋ 다만 동시에 학부 올리는 데 일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 투자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말씀대로 아직 스무살이시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나이니까요! 글 쓰시는 거 보니까 신입생이신데도 성숙하신 거 같아서 어떤 선택을 하든 잘하실 거 같네요 화이팅

2024.06.26

안타까워서 몇 자 남깁니다. 저는 반수를 안했던 게 후회됩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좋은 대학과 안좋은 대학의 차이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이 있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서로 어려운 문제를 질문하고 답변합니다. 미래를 고민하고 함께 나아갑니다.
또한 교수님들은 수준 높고 방대한 개념을 가르치고 시험에 출제합니다.

저는 ssh 공대를 다녔었는데 위의 조건을 어느정도는 만족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음을 느꼈습니다. 뭐 결국은 반수 안하고 잘 다니고 있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반수할겁니다.

진심으로 하는 조언은 ‘대학원 가서 연구하고 싶으면 재수, 삼수 해서 최대한 높은 학교를 가라’ 입니다. 좋은 학교에 간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시길 바랍니다.

2024.06.26

저는 제가 입시 할 당시 부/경과 비슷한 라인의 인서울 대학 졸업후 SPK 중 한 곳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년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개인적인 의견 몇 줄 남기면, 부모님께서 1년 정도는 더 뒷바리지 해줄 능력이 되신다면 하시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라떼는,,(ㅎㅎ) 전화기가 탑이었는데 저 역시 학창시절 물리엔 큰 관심이 없었기에 자연계열을 선택했었고,
작성자님과 같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뱀머리를 선택했고 실제로 차석으로 졸업해 SPK 진학에 성공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선 오히려 네가 YK가서 바닥을 기었으면 SPK를 못갔을거다, 수능을 망했던게 신의 한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대학원 진학에 성공한 뒤 가장 먼저 한 생각이 와 나 그냥 우물안의 개구리였네. 이런사람들을 조금만 더 일찍 만났다면? 이었습니다
또 제가 학부 때 들었던, 뭐 간단하게 예를 들면 화학실험수업 조교를 들어가도 확실히 커리큘럼도, 시험 수준도 다른게 느껴졌어요

더불어, 작성자님이 말씀하신것처럼 환경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어쩔 수 없이 학벌이 내가 살아온 환경을 의미하더라고요
제가 학부 학벌로 나 이 실험 할 줄 안다, 나 이 논문 냈다 할 때는 운이 좋네, 교수님 잘 만났네하고 콧방귀 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학원 학벌로 똑같은 말을 했을 때는 역시 ㅇㅇ대생은 다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 현실이 조금 안타깝기도 했어요

새벽감성에 주저리 주저리 쓰고 가는데..
제 말이 정답은 아니니까 부모님과도 잘 의논해서 좋은 선택하시길 바라요 :)
저는 1학년때 술 마시기 바빴는데 ㅎㅎ 이렇게 고민하는것부터가 훌륭한 과학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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