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막학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진학했는데 제 연구는 이제 진짜 산으로 온 거 같고, 무슨 결과를 냈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지도교수님을 참 존경하는데 제가 들어온 직후부터 연구실 연구 방향이 교수님 개인 관심사로 인해서 저년차를 중심으로 다소 산으로 가기 시작했고 상황이 급속도로 안 좋아져서 인턴부터 석사 첫 학기를 연구실 전체에 대한 새로운 주제 정하는 자료조사와 뻘짓이었던 주제 밖 실험들만 하면서 힘들게 보냈고 (이때 선배들도 거의 다 자퇴 생각하신 거 같아요), 교수님 능력 이상의 토픽에 저와 몇 명을 붙이셨는데 선배들은 전부 사실상 못 하겠다 선언하고 떠나서 .... 사수도 사라졌었어요 주제도 이 틈에서 석사 수준에 맞게 사실상 겨우 찾아낸 것인데.. 좋은 주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제 선정 자체가 연구실 큰 연구의 극 초반 느낌이라, 제 연구를 왜 specific 하게 이것들로 했는지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분명 교수님은 연구실 생각에 크게 뭐라고 하시지 않고 그대로 가자고 하신 거 같은데 이제 졸업을 앞두고는 왜 이것들로 했냐고 물으시니 제가 뭘 어떻게 했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제 주제를 더 이끌고 가야 했다는 건 이제 와서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교수님께서 아마 당시에는 연구실 큰 틀에서 벗어나게 진행했으면 뭐라고 하셨을 거라 생각이 들어.. 이게 최선이었던 거 같아요.)
아무튼, 이제는 주제에 모호한 면이 많고 아직 결과도 덜 내서 초록 작성도 잘 못 하고 있어요.. 들어오기 전부터 박사 유학이 목표였어서 지금 유학도 준비 중인데 제가 배운 걸 좋게 볼 랩실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너무 눈물 납니다. 이런 주제로 석사 한 후에 박사 유학 하려니 연구핏 맞는 연구실도 잘 없고 스토리 짜내는 것도 정말 고난이도네요. 석사 1학기 때 한 선배님께서 박사 유학에 도움이 될 주제로 학위 진행해보자고 도움 주셨었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하지 말라고 막으신 것도 자꾸 생각 나고.. 실험 혼자서 진행한다고 고생헀는데 이것도 다른 논문에서 쓴 방법 적용해서 따라 한 정도고 제가 직접 구상한 내용은 실험이 잘 되지도 않았습니다.. CV에 기술이라고 작성할만한 실험 테크닉도 많이 못 배웠습니다. 들어오고 제가 데이터 뽑아야 할 시기에 방의 중요한 장비들은 고장 나버려서 참 난감합니다....
징징 거리는게 좀 심하죠.. 되돌아보니 제가 뭘 하고 있었나 싶어서 글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다 핑계고, 연구실 분들이 다 좋으신 분들이라 절 많이 배려해주셔서 제가 성장할 기회는 참 많았는데... 그냥 제가 연구를 못 하는 것도 맞는 거 같습니다. 초록 쓰다 보니 허망한데 어디 말할 곳도 없고... 속상하네요. 제 눈에서 보면 망한 거고 다른 사람이 보면 또 다를 수도 있을까요.. 연구실 선배들이랑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직접적으로 너 어떡하냐 같은 말이 없으신데 저만 제 실패(?)를 너무 크게 느끼는 걸까요. 아니면 제가 너무 못 해서 절 내쫓으려고 이번에 졸업 시키시려는 걸까요. 다들 석사 과정은 이런 기분으로 마무리하는 걸까요... 유학 가시는 분들 수기를 읽어보니 다들 참 성공적인, 아님 최소한 주제라도 명확한 석사 과정을 하셨길래 고민이 너무 많네요. 석사 하면서 배운 건 많은 것 같은데.. 결과에 대한 기대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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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개
2024.08.20
지금까지의 노력과 방황 모두 헛된 것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잘 정리해주세요. 큰 성과를 내기위한 긴 호흡이었습니다. 좌절하지 마세요. 화이팅!!!
2024.08.20
비슷한 이야기가 '대학원생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책에 있었어요. 한번 읽어보셔요
2024.08.20
냉정하게 말하면 마지막 문단이 맞습니다. 학위과정이라는게 교수님의 영향이 큰 건 맞지만 결국 본인 선택의 연속이고 자기자신이 주인이니까요. (학위 뿐 아니라 인생 전반이 그렇죠)
다만 한가지 위로 드릴 수 있는건 석사과정에서의 아웃풋은 걱정하시는 것보다는 크리티컬하진 않다는것과 명확한 논리전개가 있다면 탑스쿨은 어려워도 설득할 수 있는 학교와 교수님은 미국 어딘가에 많이 계실거라는 거에요. 글쓴분의 내실과 살아온 과정이 단단하다고 가정한다면요.
대댓글 1개
2024.08.20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 맞는 말이지만, 막상 제가 선택 못 할 상황으로 몰았다가 이제 와서 네 책임이라 말씀하시는 교수님이 당장은 좀 밉네요..... 미운 마음은 접어두고 지금 연구부터 열심히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2024.08.20
두가지 길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가지는 지금 연구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다른 살길을 모색하는 길. 또 다른 한가지는 교수님의 비전을 스스로에게 세뇌하고 가치를 찾아가는 길. 어느 누구나 실패없는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을 오르길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죠. 우리가 산 주식도 마찬가지인걸요.
가치가 있다면 장투가 성공하듯,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길을 길게 혹은 짧게 전략적으로 잡을건지 고민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24.08.21
저는 어디 유학을 가진 않고 국박으로 진학한 케이스 입니다만,, 주제를 석사 2년중 1년 가까이 5가지정도로 뒤집어 엎은 뒤 1년 좀 안되게 진행한 실험도 의도한 결과가 안나와서 그거에 맞게 다시 추가실험해서 디펜스 2주전까지 데이터 내서 졸업한 케이스라 지나치지 못하고 댓글을 남깁니다.
석사과정동안 한 실험을 차례로 나열해보면 커다란 카테고리는 2-3개여도 그 안에 자잘한 했던 일들이 있을거에요. 한번 발굴 해보세요.
사실 실험스킬을 배우는게 목적인 학위과정이지만, 박사의 생각이 있는 학생이기에 실험 스킬보다는 그 안의 논리전개하는 방식이나 자신이 주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명확하다면 큰 상관 없을 거에요. 인턴도 몇달 가르치면 잘 따라해요. 실험은 시간문제이니 걱정 마시고, 박사 유학갈 랩의 비전과 풀고싶은 가설, 그 가설의 결과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근거를 탄탄히 공부해서 마련해보세요.
그리고 지금 갖고계신 데이터를 찬찬히 살펴보세요. 결과들을, 메소드들을 ppt화면에 띄워놓고 노트에 적어서 크게 조망해보세요. 분명 실험을 했을거고 그 실험을 그렇게 설계했던 과거의 공부한 내가 있을거에요. 분명 그안에 의미있는 결과가 의도하진 않았더래도 들어있을거에요. 다만 이건 본인만이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시길 바랄게요. 저의 경우는 아예 신경쓰지않고 실험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변수가 큰 의미가 있었고, 그걸 확장시켜 퓨처플렌과 그 근거를 강조하며 마무리했어요. 그 내용으로 리서치 논문은 못썼지만 리뷰는 썼구요.
내 보석은 내가 닦아서 남에게 보여주고 자랑해서 남들도 부러워하게 만들어내는게,, 데이터 분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할수있어요! 내 가설, 내 근거가 명확하다면, 데이터 적은건 괜찮아요. 석졸의 입장으로는요. 논문 실적은 일단 무시하자구요.
화이팅!
대댓글 2개
2024.08.21
참된 댓글. 진실하게 고민하신 선배님으로서의 모습과 마음이 보이는것 같네요
2024.08.21
긴 조언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번 읽었네요.. 말씀해주신대로 고민해보며 열심히 마무리해보겠습니다. 힘들다고 주절주절 쓴 글에 이렇게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8.21
저랑 비슷하네요.... 시작부터 어긋난 방향으로 가다보니 해놓은건 없고 졸업논문은 써야되는데 쓸건 없고 교수님은 닥달하시고. 한번은 머리좀 식히려 산책하는데 도중에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근데 어쩌겠어요 내가 선택한거고 시간은 지나가 버렸는데 동트기전이 가장 어둡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렵니다 작성자님도 힘내세요
대댓글 1개
2024.08.21
정말 남일같지가 않네요.. 네. 같이 힘내봅시다..
IF : 1
2024.08.22
석사 취업하시면 상관 없으실텐데 박사 생각이 있으신건가요?
대댓글 1개
2024.08.23
네, 연구하고 싶은 분야도 있고 아직 공부하고 싶어서요. 사실 학부에서부터 다소 분야를 틀고 있어서 석사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경향도 있는데 이런저런 사정까지 겹쳐서 더 이렇게 됐네요. 처음 진학 때 랩실에도 크게 선택지가 없었어요.. 박사는 탑스쿨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도 아니고 교수직 생각도 없어서 준비는 계속 해보려고 합니다.. 많이 답이 없어 보이나요? 하하 ^^;; ㅠㅠ
2024.08.20
2024.08.20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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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24.08.20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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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024.08.21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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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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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