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장이 연구적으로 배울 점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몰두해서 할일하고 잘 해내는 모습들이 배우고 싶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무섭습니다. 연구 토의가 아니라 일대일로 개인적인 시간관리, 개인미팅 뭐했는지 간섭하고 확인 합니다. 점 찍는거, 글씨 쓰는거, 스트레칭하는거, 연락 오는거 행동 하나하나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누구는 성격 이상하고 누구는 공부 잘 못하고 누구는 말 안들으니까 한명 잡아서 분위기 조성하고 차례로 내보냈습니다. 그렇게 학부생 다 나가고 석사신입생 다 자퇴하고 이제 랩에 저만 남았습니다. 가만히 동조하던 제 잘못도 있겠죠
가스라이팅 당한건지 성격 좋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사회생활 이따구로 하면 가서 알바하고 와라, 니가 안해서 모르는거 왜 물어보냐, 이렇게 연구할거면 그만둬라 저녁에 같이 술먹자던지, 자취방에 초대해달라던지 거절은 잘 했지만 이런 말들에 자존감도 너무 떨어지고 긍정적인 성격이 비관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친구 가족들도 다 제 말투가 변했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집중도 안되고 그사람하고 대화하면 심장이 뛰는게 들릴 정도로 긴장하고 날 위한 거구나, 내가 부족하구나, 순응하고 있었던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불쌍해서 다 얘기하고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교수는 이전 학생들이 비슷한 이유로 나갔고 힘든거 얘기해도 된다, 상황을 인지했고 신경 써줄테니 학위 받는다는 생각으로 견디랍니다.
졸업까지 1년 남았고 엮인 과제들에 무책임하고 싶지 않아서 눈 감고 귀 닫고 버티려고 합니다. 실험실 밖에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시간 보내렵니다. 그사람은 네가 그만하고 싶다지 않았냐, 앞으론 너만 불편할거다, 말 바꾼거 사과해라 라고 해서 무대응하고 있습니다. 계속 부딪힐 일은 많고 꽉 붙잡고 잘 버틸 수 있겠죠…
2024.11.21
대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