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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인 목표를 가지셨다면 경영학 박사 유학 하세요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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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해외 정착한 지 15년 정도 됐고, 지금은 경영대 조교수로 테뉴어 심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패키지 제출 끝내고 잠깐 숨 고르기 중이에요. 학교는 나름 잘 알려진 학교.

저는 학부 때는 자연대 출신이고 (수학, 통계 x), 박사만 경영에서 한 케이스라 약간 특이한 루트였어요. 학부 후배들이나 온라인에서 상담을 종종 해왔는데, 많은 분들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밥벌이는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20대 중반에 똑같이 방황했어요. 그러다 “경영학 박사하면 교수 되기 쉽다”는 단순한 이유로 1년 정도 토플, GRE 준비하고 (GMAT은 잘 안 나와서 포기), 경영학 박사 20군데쯤 지원해서 운 좋게 미국에서 한 군데 붙은 게 시작이었죠.

그때까지 경영학 박사들 뭐 뜬그룸 잡는 연구 같은거 하고 영어 잘하고 들어가기 엄청 어려워서 탑 애들만 가는 그런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할만 했어요. 대게 연구가 크게는 심리학 기반 behavioral 연구, 경제학 기반 econ 연구, 그리고 컴퓨터과학/응용수학 기반 테크니컬한 연구로 나눠져요. 비전공자가 접근하기 좋은 건 주로 econ/technical 하는 quant 쪽이에요. 특히 마케팅(quant), 운영관리(OM), MIS 같은 분야는 이공계 배경이 있으면 진입하기 수월합니다. 반대로 Finance는 원래 경쟁이 빡세고, Accounting은 전공 경력자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전략/인사/조직쪽은 공급이 많아서 그런지 마켓이 쉽지 않음.

졸업하고 나면, 시장 상황이 아주 나빴던 몇몇 시기(예: 리먼사테 직후 , 2020년 팬데믹 직후)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년트랙(TT) 자리를 잡습니다. 물론 “리서치 스쿨”에 가느냐, “티칭 중심 스쿨”에 가느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요. 경영대 특성상 전공별로 뽑는 인원이 워낙 적습니다. 많아야 한 해에 2~3명 뽑는 정도라, 연구 랭킹 기준 Top 100 안에서 졸업만 해도 기본적인 밥벌이는 충분히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운이 안 따라 티칭 중심 학교로 가게 되더라도, 현재 미국 마켓 기준으로 연봉이 대략 13만 불 정도는 됩니다 (유럽은... 적습니다). 이쪽은 보통 한 학기에 3개 섹션을 맡는데, 보통은 2과목을 1+2반 식으로 가르치고, 가끔 운 나쁘면 3과목을 맡을 때도 있습니다. 대신 정년 기준이 굉장히 낮아서, 논문을 몇 편만 채우면 안정적으로 테뉴어를 받을 수 있어요. 여름 방학 동안 자동으로 주는 연구 지원금(summer support)은 없지만, 원하면 여름 강의나 부업으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워라벨이 좋은 쪽이에요.

반대로 운이 좋아 리서치 스쿨에 가면, 요즘 미국/홍콩/싱가폴 등 기준으로 연봉이 17만~22만 불 정도 됩니다. 여기에 보통 2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summer support가 붙는데, 그럼 3만5천~5만 불 정도가 추가돼서 연봉이 뭐 아주 높진 않지만 꽤 넉넉한 수준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티칭압박은 한학기에 1-2반 정도 가르치는데 보통 1-2과목만 가르칩니다. 저는 가을에 3반 (1과목) 몰아서 가르치거나 가을-봄에 1-2 이런식으로 나눠서 하거나 했어요.

다만 여기서는 연구 압박이 심합니다. 카운트 해주는 탑저널은 accept rate가 1%도 안 되고, 테뉴어를 지원하려면 그 중 최소 3~6편 정도를 찍어야 자격이 되니까요. 대신 리서치 스쿨에서 경력을 쌓으면 다른 학교로 옮기는 것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학계가 맞지 않으면 컨설팅 회사나 테크 기업으로 옮기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그렇게 전향한 동료들을 꽤 봤습니다.

저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운 좋게 상위권 학교에서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나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지방대 출신이라 더 힘들게 살았을 것 같은데, 여기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공부하는 게 크게 싫지 않고, 안정적이고 괜찮은 삶을 원한다면 경영학 박사라는 선택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하다”라고 얘기합니다.

연구 경력이 꼭 있어야 하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데, quant 쪽은 백그라운드만 탄탄하면 꼭 연구 경험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어요. 저도 PhD 서치 커미티 많이 해봤고 학생 몇명도 키워서 TT 조교수 만들어 봤지만 quant쪽은 백그라운드만 있으면 와서 가르킨다는 저같은 사람도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학회 발표 경험 같은 게 있으면 플러스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코스웍은 경제학 쪽 기초가 부족하면 좀 힘들 수 있는데, 이공계 수학 배경 있으면 크게 문제는 안 돼요. 영어가 부담스럽다면 미리 발표 스크립트 준비하고 요즘은 GenAI도 있으니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뭘 좋아하지?”라는 질문에 꼭 답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저도 몰랐고, 여전히 많은 분들이 모르지만, 이 길이 주는 안정성과 기회가 분명히 있습니다. 공부하는 게 크게 싫지 않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원한다면 한 번쯤은 고려해볼 만한 루트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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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2025.09.29

경영학은 학문이라기보다는 경영술로 이름을 바꿔야 함. 남의 주머니에서 돈 빼낼 궁리만 하는 이익집단인데 이게 어떻게 학문임. 공익에 기여해야 진정한 학문임.

대댓글 1개

2025.09.29

ㅎㅎㅎ 동의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콘분들이 주로 그런 비판 많이 하시죠

2025.09.30

아니 어지간한 경영대 박사 과정 들어가는 건 이공계 탑스쿨 박사 가는 것보다 난이도가 높지 않나요?

그렇게 어려운 걸 너무 쉽게 말씀하시면 후배들이 헷갈립니다.

나름 전미 CS 탑 10-20 권 주립대에서 학위하는 동안 CS 한국 대학원생은 25-30명 쯤 만났는데 경영대에서 파이낸스 포함 박사 대학원생은 딱 한명 만났습니다. 당연히 졸업하고 바로 R1 교수 임용되시더군요.

경영대 교수 샐러리가 많이 높은 거야 주지의 사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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