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박사넷 여러분. 지난번 철학 석사 진학 관련 고민 글에 이어서 또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여러분에게 직접적으로 제 이론에 대해 던져보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어서요.
제 이론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왜 이런 시도를 지금 하게 되었는지..그리고 제 글을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 간단하게 소개드리겠습니다.
저는 현재 만으로 19살, 간호학과 학부 1학년생입니다. 개인적으로 5살 때부터 윤리학에 발을 들였는데, 발을 들인 게...책을 통한 보편적인 지식 습득이 아닌, 스스로 자족하여 생각하는 것입니다. 즉, 개인적으로 방에 틀어박혀 혼자서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방법을 통한 이유는 지식은 한번 얻으면 그 방향으로만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린 저는 선별적으로 지식을 판단할 역량이 없다고 생각했고, 책이 아닌, 저 스스로 생각하자고 생각했습니다(광오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10년쯤 뒤, 이론의 규범 윤리적 틀이 완성됐습니다. 전 그때 완성이라고 여겼죠. 그리고 그로부터 4년쯤 뒤에, 제가 대학교에 오고 나서...대학 강사로 계신 어느 철학자 분께 연락을 드려서, 제 이론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이 당시 제가 주장한 제 이론은, 유명한 문학 작품,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그 당시엔 이 문학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지만..)에 나오는 것과 같은 이론이었습니다.
아무튼 제 이론을 듣고 나서, 그 강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자유의지에 대해 논하려면 우선 자유의지가 실재하는지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가령 내가 신이 있다고 가정하고 시작한다면 되겠냐고.
합당하다 여겼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시간을 들여서, 자유의지의 실재 여부에서 자유의지 감각으로 논점을 돌리는 자유의지 논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떠올렸습니다(이때까지도 전 단 한권도 철학서를 읽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절 차단하셔서 그 부분에 대한 확인은 못 받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3일 전. 전 김박사넷에서 오픈 카톡방을 홍보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들어가서 제 이론에 대해 제시했더니, 이건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자유의지 논쟁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던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일단 그 일이 있기 전부터, 논문으로 쓰고는 있는데...계속 쓸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의문(그렇다면 기존 자유의지 논쟁에 대해 철학자들은 어째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생각하지 않았는가?)도 생겼고요.
철학 전공자 분이 계시다면, 답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느라 수고 많으셨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아래 링크는 제가 쓴 에세이입니다. 논문이라 끄적였는데 에세이라고 하시더군요. 아무튼, 이해가 안 되셨다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넣어두겠습니다.
혹시 병먹금은 아니겠지...싶은 마음에 댓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제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전 제가 천재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다만, 알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지식을 깨우치고, 지평선을 확장해서...덜 틀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에 대한 간절함이 저를 이곳까지 발걸음하게 만들었습니다. 부디 누구라도 좋으니 그 식견을 제게 공유해주세요...부탁드립니다.
2025.10.27
제가 많이 어리고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10.27
선생님. 저를 기억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는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꽤 전에 비슷한 글을 올리셨고, 제가 '우선 정식 교육과정에서 철학과 세부 학문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아보시라' 는 요지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인터넷 사용 시간을 좀 줄여야겠군요... 올리신 글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자유의지의 존재와 무관하게,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한다 는 감각이 윤리적 판단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 인 것 같군요.
대댓글 5개
2025.10.27
그런데 제게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와, 나는 '자유의지로 선택함을 느낀다' 는 서로 다르게 느껴집니다. 데카르트는 내가 인식하는 모든 감각, 심지어 주어진 명제의 참 거짓을 선별하는 나의 이성까지 뒤트는 존재가 있을때 에도, '나의 모든 생각과 인식을 뒤튼다' 라는 선언에 필요한 '나 의 존재' 는 거짓일 수 없는 참 이라는 의미로 알고있습니다. 그에 반해, '내가 자유의지로 선택했다고 느끼도록' 나의 인식을 뒤트는 존재 가 있을 수 있다면 내가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감각 이 절대적인 기준일 수 있습니까? 또한, 자유의지의 실재는 알 수 없지만 '자유의지의 느낌' 은 '확실히 경험' 하는 것입니까? 자유 의지는 없는데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하는 경험 은 반드시 있나요? 심지어 신경세포의 자극이 인간의 자유 의지 인식에 앞선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있는데요. 뇌 신호 자극이 주어졌을 때 인간이 자유의지를 느꼈다고 사후에 스스로의 경험을 조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윤리관에서 자유의지의 존재는 아주 중요하지 않나요? 선생님께서 인용하신 몇 가지 고전적인 페이퍼 이외에도 수많은 논의가 이미 있었을텐데 이에 대한 고찰은 전혀 없군요. 이를테면, 인간의 선택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각 경우의 윤리 판단 가능성에 대해 논하신 부분이 있는데 왜 그런 논의가 가능한지, 예컨데 어떤 경우는 왜 윤리적 판단이 불가한지 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군요. 저는 무지한 인간이라 능력이 안됩니다만, 정식 철학 전공자 분들은 세 가지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 혹은 해당 분류에 들어감에도 선생님께서 할당하신 윤리 판단 가불에 반하는 반례를 얼마든지 찾으실 듯 합니다.
2025.10.27
선생님. 저는 철학이나 윤리학에 대해 잘 모릅니다. 교양수준의 기본 교육을 받았을 뿐입니다. 아마 위의 글 중 많은 부분이 잘못된, 틀린 말이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써서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한 우스운 수준의 논의을 비판이랍시고 들이미는 것은, (그것이 저의 학자적 양심에 반함에도), 최근 많이 등장하는 선생님 같은 분들이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교양 수준의 지식만 가진 저도 이렇게 논쟁 거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데, 저와 비교도 안 될 만큼 공부와 고민의 깊이가 깊은 정규 교육과정의 철학 전공자들은 도대체 어떤 깊이의 논의와 비판을 하실까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깊이있고 독창적인 이론을 만들었다' 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십중팔구는 이론물리나 철학입니다. 화학이나 기계공학, 소재나 프로그래밍 따위는 전혀 없어요. 조금 시니컬하게 말하면, 이론물리나 철학은 '그럴싸 하게 적기' 가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전공자들이 보기에 알맹이나 깊이 없이, 잘못된 전제 위에 적당히 맞는 말과 그럴싸한 표현들을 섞어 적으면 대단한 진리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프로그래밍에서 비슷한 일을 하려고 하면 '그래서 당신이 짠 알고리즘이 뭔데?' 라는 반박이 돌아오지요. 남을 속이려고 한다는 게 아니라, 본인도 그런 것에 속기 쉽다는 뜻입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남들은 모르는 것을 나는 깨달은 것 같다, 라고 스스로를 속이기가 쉬워요.
2025.10.27
많이 안타깝습니다. 철학 서적을 한권도 읽지 않고, 올바른 지식을 선형적으로 받아들이기 싫어서 스스로 생각으로 논리를 구축하고, 아무 근거 없이 스스로를 천재라고 칭하는 사람의 오픈 톡방이나 아무나 글 쓸 수 있는 익명 게시판에 의견을 묻는 것 보다 훨씬 좋은 방법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철학 교양서적과 교과서를 읽고, 학교의 윤리 선생님에게 질문하고, 실제 철학 전공자가 주관하는 대중 강연에 참여해서 질문을 하는 등의 좋은 방법이 많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기존 자유의지 논쟁에 대해 철학자들은 어째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생각하지 않았는가?) 라고 하셨나요? 제가 철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장담하건데, 이미 다 했습니다. 다 하고, 반박하고, 재 반박을 포함한 여러 논의가 수십년에 걸쳐 반드시 있었을겁니다. 선생님께서 '다른 사람의 지식이나 주장에 물드는 게 싫어서' 스스로 생각하시고, 익명 게시판과 오픈 톡방에서 자신의 이론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공자들에게 공유하시는 동안에요.
2025.10.27
생각하는것, 논의하는 것 자체는 훌륭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저를 돌이켜보면 만19세에 생각이란걸 하기는 했는지 의심스럽군요. 하지만.. 철학과 윤리학에 대한 갈망이 진정으로 있으시고, 더 많은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으시다면 제가 드릴 말씀은 여전히 하나 뿐입니다. 제도권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규 교육을 들으십시오. 스스로 생각해서, 그리고 비전공자들과 대화하면서 발전은 없습니다. 전공자들은, 그것도 박사 이상의 전공자들은 말 그대로 인생을 바쳐 그 문제를 생각한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그들과 대화해봐야 합니다. 다 쓰고 보니 말이 좀.. 강한 어조가 있는 듯 하군요. 선생님의 사고와 인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서 다 안다는 듯 안타깝다니 어쩌니 한 것에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겠군요. 혹시 감정이 상하셨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조남철 9단의 야사가 생각나는군요. 한 사람이 자신이 산에서 30년 수련한 끝에 바둑의 극의를 알게된 세계 2인자라며 찾아왔다고 합니다. 막상 둬봤더니 아마추어 수준이었다는군요. 이럴리가 없다면서 세계 1인자 자기 사부를 데려왔더니,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30년동안 둘이 산에서 내가 1인자, 네가 2인자, 하고 있었던 거죠. 배우고자, 연구하고자 하는 태도는 존경스럽습니다. 다만 산에서 내려오시기 권하겠습니다. 원하시는 바에 무궁한 발전이 있으시기 바랄게요.
2025.10.28
벤자민 리벳의 실험을 말씀하신 듯한데 해당 부분에 대한 고찰은 글 안에 들어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많이 축약적인지라 쉽게 보기 어렵지만요..저는 제 공부가 부족하고, 논문이라 함은 객관적 언어로 서술하는 것이기에...공부가 필연적임을 압니다. 이래놓고 이론이라 내보내는 것도 우습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많이 공부해보고...그래서 다시 써보고 오려고 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다 틀렸다고 할지라도 제 공부가 부족하고, 저걸 논문이라 부를 수 없다는 걸 압니다. 선생님이 맞으셨습니다. 저는...그래요. 아직 젊은 나이의 실수로, 오만으로..치기로 여기고 앞으로 공부에 대해 열정을 불태우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같은 분이 계실까 싶어 들어왔는데 계시는군요. 그 친절함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언젠가 먼 훗날 학자가 된 뒤, 저와 같은 아이가 있다면 선생님처럼 첨언해주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10.27
2025.10.27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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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7
2025.10.27
2025.10.27
2025.10.27
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