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Cornell과 UMich 두 학교가 아직 억셉되지 않은 오퍼들을 취소시키면서 미국의 어드미션 커뮤니티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https://www.reddit.com/r/gradadmissions/comments/1jg9j9f/we_do_not_all_have_until_april_15_cornell/ https://www.reddit.com/r/gradadmissions/comments/1jfz93n/umich_rescinding_unaccepted_offers/
두 개 레터들 다 "지원자들이 우리가 평소 예측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오퍼를 억셉 해버려서 더이상 펀딩이 고갈나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직 억셉 안한 오퍼를 취소한다."라고 했습니다. 미국 어드미션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분들 입장에서는 일견 합리적으로 들릴 것입니다. 학교 입장에서 펀딩이 잘렸는데 더 적은 학생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 학교들이 지원자들에 대해 매우 무책임한 태도를 갖고 있고 상황을 악화시켰음이 드러납니다.
미국 현지에서 제가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저 학교들 프로그램의 책임자들은 마지막까지 오퍼를 받은 지원자들과 zoom call로 소통했고, 그들의 불안해하는 마음을 다독였다고합니다. 자기네들은 재정 검토를 완벽히 마쳤고 새로 들어올 박사생들의 오퍼를 취소할 의향이 없다고요. 그러고는 바로 다음주에 그것도 어드미션 막바지를 달리는 3월 중순에 취소한다는 연락이 가버린 것입니다. 물론 그 책임자들이 일부러 거짓말 쳤을 리는 없고, 분명 그들과 상위 단계의 학교와의 소통의 문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학교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기도 하고 지원자가 소송 걸면 잘하면 이길지도 모르는 회색지대에 있는 건수입니다.
저는 이 두 학교와 비슷한 체급의 학교들을 지원하고 운 좋게 오퍼들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비슷한 학교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볼 수 있었죠. 제가 봤던 모범적인 사례는 JHU와 UNC로 그들은 트럼프 이슈로 인한 여파가 몰려오는 것을 느끼자마자 비공식 오퍼를 돌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재빠르게 정정보도를 했습니다. "지원자들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오퍼받을 사람들을 모두 웨잇리스트로 돌렸고 매우 천천히 오퍼가 나갈 수 밖에 없다"라고요. 그나마 차선의 행동을 한 학교는 UPenn입니다. 공식 오퍼를 날리긴 했지만 그래도 2월 중순에 모든 계산을 때리고 재빨리 위험할 것 같은 오퍼들을 취소시켜버렸습니다. 반면 UC 학교들은 책임감 있게 행동했습니다. 사실 이들은 평소에도 느긋하게 오퍼를 내기도하고, 그래서 이슈가 생기자마자 모든 재정조건을 다 계산할 때까지 오퍼를 홀드했고 3월이 되어서야 뿌려줬습니다. 그 결과 제가 지원한 UC Davis의 어느 프로그램은 평소보다 무려 반절만 노펀딩으로 오퍼를 뿌렸죠 (저는 리젝.. ㅠ).
이에 대비되는 몇몇 명문대의 안좋은 뉴스를 보고 가장 크게 몰려오는 감정은 나름은 동경했던 미국의 명문대에 대한 실망감입니다. 원래 대부분 R1 학교들은 오퍼를 내고 4월 15일까지 반드시 기다리도록 합의가 되어있습니다. 형식은 학교끼리의 합의사항이지만, 뒤에 깔린 의도는 오퍼를 받은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학교와 소통을 해서 최고의 선택을 하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2-4월간 학생들은 미국 전역을 돌며 박사 프로그램 쇼핑을 하죠. 하지만 그 오퍼를 지킨다는 신뢰를 3월 마지막에 다와서 깨고, 심지어 그 전까지 아닐거라고 다독여줬던 걸 보고는 과연 박사를 준비생들에게 앞으로 사회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려가 갑니다. 예를 들어 박사 지원자들은 앞으로 여러 프로그램 오퍼를 다 일단 억셉을 하고 하나씩 취소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세계 최고의 명문대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데 말이죠.
사실 아이비리그 포함 일부 명문대의 관료주의가(bureaucracy) 소문이 안좋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실제 사건이 터져서 올바르지 못한 리더십을 적나라하게 보는게 학계에 들어가고 싶은 입장에서 기분이 썩 안좋네요. 물론 최초의 원인 제공자는 그 백악관의 아저씨이기는 하지만, 원래 불운이 겹쳐 사고가 나야만 무능력함이 드러나는 법이죠.
논문 쓰다가 심심해서 평소에 답답했던 감정을 가볍게 공유해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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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2025.03.25
좋은 글이네요
2025.03.25
저는 위의 언급한대학과 비슷한 학교에서 (Top 10~20 급 flagship 주립대) 박사를 마치고 현재 포닥중인 사람입니다.
뭐 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 펀딩 사정이 좋지 않기에 (이미 선정된 그랜트나 어워드가 묻지마 취소되는 경우, 이미 집행된 그랜트가 일부 홀드되는 경우 등등 다양합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생각이 드네여. 뭐 상황도 상황이지만 평소에도, 포닥을 지원하다보면, 구두 오퍼를 받고도 갑자기 말을 바꿔서 정식 오퍼를 안내주는 경우, 오퍼를 줄것처럼 홀드해두고 PI가 잠수타는 경우, 어느정도 펀딩을 보장해준다고 약속했다가 박사과정/포닥 중간에 갑자기 말을바꿔 랩에서 나가라는 경우 등등 미국에서 통수치는 것은 흔하게 있는 일입니다. 그나마 학교는 나은 편인게, 인더스트리나 기업에서는 진짜로 아무 통보없이 사람을 자르거나 오퍼를 취소하거나 말을 바꿔 오퍼 조건을 맞춰줄 수 없다거나 하는일은 흔하게 발생합니다. 오히려 이곳이 겉으로는 친절하고 나이스한척 해도, 본질이 극단적 자본주의라 돈없거나 필요없다고 여겨지면 가차없이 선긋고 쳐내는게 미국사회입니다. 탑스쿨 같은경우엔, 교수로 임용되도 실적 안되면 테뉴어 안주고 나가라고 하고요, Grace period 길어야 1년이고 그 안에 새로운 잡 찾아야합니다. 신규 임용된 2/3 정도가 테뉴어 못받고 짤리니, 이런면에서는 훨씬 더 잔인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맨날 신뢰 베이스로 돌아간다고 말은 하는데, 막상 살아보면 그냥 unprofessional 한 걸 번지르르한 말로 때우는 그런게 많아요.
2025.03.25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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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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