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문학 대학원생으로, 다음과 같은 주제로 연구를 하려고 하는데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글을 올려봅니다. 아직 초안 수준이라 글이 아주 매끄럽지 않은 점은 양해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는 양적인 성적을 매기는 교육들에 대해서 전부 반대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대학 서열부터 없어질 필요가 있겠죠. 또한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이공계 과목을 가르치지 않고 기초 4칙 연산 정도만 배우고, 관심 있는 학생만 바깥에서 심화적으로 공부를 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사유가 부족하여 인문학이 필요하고,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하는데 이공계를 먼저 배워버리니 사유를 하는 법을 모르고 목소리를 내는 법도 모르고 세상엔 동물과 인간이 뒤섞여있죠. 이공계는 인간으로서 자립하고 나서 배워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 교육에서는 학생들 각자가 갖고 있는 가치의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매번 새로운 주제를 가져오고, 학생들은 그 주제와 관련하여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가진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해나가는 겁니다. 평가가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서로 간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질적 평가뿐일 것입니다. 인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겁니다. 학창시절의 이러한 훈련은 이후에 정치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의 고유한 경험과 대화를 통해 나눈 가치들로 각자가 책을 한 권씩 쓸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 책엔 분명 오롯이 '나'가 반영되어 있을 거고, 그것을 다시 다른 학생들과 돌려가며 읽는 겁니다. 만약 이런 세상이 펼쳐진다면, 타인의 인정과 존중이 여전히 쓸모없다고 우리가 생각할까요? 우리는 분명 다른 사람과 함께 교류하는 삶을 살려고 할 것입니다. 직업 간의 우열도 사라질지도 모르죠. 우리는 정치를 이미 학창시절에 배우고 있는 거고. 그리고 진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 입니다.
인문학은 "사유하는 방법"만 어느정도 훈련되면, 이를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사전지식의 유무보다는 생각의 힘이 더 중요해서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이공학은 학문을 배우기 위해 필요한 사전지식이 매우 많고, 연계적입니다. 즉, 중1 수학 과학을 알아야 중2 수학 과학을 이해할 수 있고, 중2 수학 과학을 알아야 중3 수학 과학을 이해할 수 있고, 이런 연계적 이해가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넘어 대학(1학년 과목을 알아야, 2학년 전공을 이해하고, 2학년 전공을 알아야 3학년 전공을 이해하고...) 더 넘어서는 직장에까지 이어집니다 (직장에서도 1년차 직장인은 중,고,대학에서 배운 사전지식을 이용해서 거의 학습만 하며, 다년차 부터 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초등 수준의 수학 과학 사전지식만 익히고, 그 이후를 성인이 된 후에 배운다면, 학습만 40대까지 하게 되겠죠.. "사유하는 방법"이 성인이 되어서 하는 학습에 도움이 되어서 더 빠르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시겠지만, 이공학 학문은 외워야 하는 노가다성 부분이 꽤나 많고, 이해를 위해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관심있는 학생"만 다른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데, 어린나이의 "관심있는 학생"이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를 배우기 위해서 뭘 어떻게 배워야 할지 알까요? 예를 들어, "전자기학"에 관심있는 학생이 중고등학생 시절에 배워야하는 사전지식이 어떤 것이 있는지 중고등학생이 알까요? 아니, 애초에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떻게 알까요? 학교에서 관련 학문을 안 배우면요...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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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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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