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논문을 반타의적으로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새내기 학생입니다. 본의 아니게 접하기 시작하다 보니 관심이 생기면서 궁금한 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랩이 신생랩이라서 그런지 선배가 없는 상황인데; 교수님 시간을 많이 뺏을 수는 없을 거 같아서 이렇게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막연하게 궁금한게 많은거 같습니다. 질문 수준이 낮아도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논문을 자주 읽으면 어떤 역량이 좋아질까요? 취업을 했을 때 회사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도 큰 효력을 발휘해줄까요?
2. 이미 석사과정을 마친 주변인으로부터 본인은 논문으로 공부를 하는게 가장 좋은거 같다는 의견을 들었는데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논문의 내용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경우는 없나요?
3. 논문을 보다보니, 가정을 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결론을 내는 과정을 보았는데; 특정 환경 혹은 상황에서만 재현이 될 수 있는거 같습니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봐야하는거겠죠? 만일 누군가 특정 조건에서만 재현이 가능한 실험의 논문을 발표했다면, 내가 그 뒤를 이어서 하고 싶으면, 또 다른 조건에서도 재현이 가능하게끔 실험 조건을 바꾸면 가능하더라 이런식으로 발전해가는게 연구라고 볼 수 있나요? 처음부터 어떤 상황에서든지 재현이 가능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만일 그게 있다면 교과서에 실려야 할 정도로 대단한 연구다 이렇게 생각해여 될까요?
4. 다른 누군가 논문(특정 환경에서 재현이 될 수 있는 실험)을 참조해서 실험을 했는데 재현이 안되면 어떡해야 하나요? 논문 저자한테 연락해서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묻는 방법 외에는 없는건가요? 혹시, 이런 상황들이 많다고 볼 수 있나요? 막말로... 데이터를 조작해서 사기도 칠 수 있는 건가요?
5. 수 많은 논문이 있을텐데... 의도는 없었지만 만일 내가 쓰려고 하는 논문 내용이 비슷하면 표절 의혹을 받는 건가요? 논문 Servey를 먼저 해서 확인하는거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모든 논문을 다 볼 수는 없지 않나요...?
6. 논문의 저작권과 특허는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나요? 누군가의 논문 내용이 좋아서 어떤 회사에서 참조를 하려고 한다면 논문 저자의 허락을 구해야하는건 당연할거 같은데 법적인 부분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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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2024.05.02
1. 본인이 어떤 목적으로 논문을 읽느냐에 따라 다릅니다만, 그냥 책 혹은 교과서 읽듯이 쭉 읽으면서 단순히 정보의 양을 늘리는 식으로 읽는다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회사 업무에서 도움이 될 경우라면, 연구원으로서 회사에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논문에서 찾아 적용해보곤 하는 등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논문을 무조건적인 정답으로 생각하실 필요는 없고, 불완전하다고 해서 전혀 볼 가치가 없는 것으로 치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논문으로 공부한다는 것은 논문에서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어떤 가설로부터 그것을 증명해나가는 과정, 테크닉 그리고 그 논문으로부터 출발한 문제의식을 어디까지 해결했느냐 등을 보곤합니다. 연구를 하게 되며 관련된 논문을 보게 될 경우 내가 가지고 있는 연구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고 활용할 수 있을지 먼저 생각을 하고 봅니다.
대댓글 7개
2024.05.02
3. '특정 환경에서 재현되던 것이 또다른 환경에서도 재현이 되더라' 라는 식의 논문도 많이 나옵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논문의 패턴은 아니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후행연구는 선행연구의 가설을 더욱 일반화시키거나 혹은 선행연구에서 미처 답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나온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특정환경에서 재현되던 현상을 다른 환경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관찰할 수 있었으므로 이 현상은 일반적으로 나타나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라던가, '특정환경에서 재현되었지만 다른 환경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이유를 찾고자했고, 우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선행연구의 환경에서 직접 관찰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선행연구의 이론은 다른 환경에서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라는 식으로요. 어떤 방향으로든 선행연구가 품고 있는 기본 이론이 얼마나 더 일반적이고 넓은 이론이 될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반성이 극단적으로 넓어져 더이상 반박이 여지가 없을정도로 solid해졌다고 생각되면 교과서에 실릴 수도 있겠지만, 현업의 과학은 상당히 rough하고 얼기설기 엮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혹은 아예 반박하는 식의 논문을 낼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선행연구가 얼마나 기반이 단단하냐에 따라 반박하기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만약 꽤 견고한 이론이라 보이던 것을 성공적으로 반박한다면 그것 또한 굉장한 성취죠.
2024.05.02
4. 재현성은 논문에 있어서 중요합니다. wet lab에서도 그렇고 dry lab에서도 그렇죠. wet lab의 경우 소위 '암묵지'라고 해서 논문에 디테일하게 기재되어있지 않은 노하우들이 있을 수도 있고 그것을 저자들 스스로도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재현의 실패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이유는 다양합니다. 특정한 키트, 화합물을 가공하는 타이밍이나 순서, 관리방법 등등.. dry lab의 경우 코드 자체 혹은 구동하는 environment등에서 문제가 종종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교신저자 혹은 실험을 직접 수행한 저자에게 연락하여 피드백을 받는 것인데, 출판된 논문이 오래된 것일수록 이를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항상 가능한 방법은 아닙니다. 첫째로는 저자 스스로 논문을 쓸 적에 제대로 실험방법을 기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재현성 문제는 현재 과학계에서도 많이 지적되고 있고 더 철저한 관례가 자리잡아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데이터 조작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한번이라도 의도적 조작이 발각되는 순간 과학자로서 명망은 모두 사라진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2024.05.02
5. 보통은 거의 다 파악합니다만 출판한 후 뒤늦게 확인이 될 경우는 조그만 차이라도 크게 강조해서 의의를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2008년도에 발표된 논문 A를 확인하였고 비슷한 방향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우리의 연구는 이 연구에서 나아가 이러이러한 시도를 하여 이러이러한 것을 확인했으므로 여전히 의의가 있습니다' 등등.. 물론 논문에 Novelty는 많이 떨어집니다만, (일종의 꼼수로서) 선행논문 A에 대한 코멘트는 논문 웹페이지 구석탱이에 박아놓고 독자들로 하여금 적당히 지나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2024.05.02
6. 논문은 본질적으로 특허와 다릅니다. 논문은 더 많이 공유되는 것 자체가 credit이 되고, 특허의 경우 많이 팔려서 금전적 이득을 만드는 것이 credit이겠죠. 따라서 논문을 제대로 인용한다고만 하면 해당 논문을 참조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NASA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기반한 비행궤도 계산을 할 때 아인슈타인에게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만 회사에서 군침을 흘릴 정도로 좋은 기술을 논문으로 발표한다치면 아마 해당 내용에 관한 특허도 같이 출원하지 싶습니다. 논문에 저작권에 관해서는 CC BY 4.0등을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첨언하자면, 어떤 과학적 발견을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서 공유되야할 과학'과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로 볼 지는 항상 저울질하게 됩니다. 당위적으로는 전자가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연구를 직접 실행한 연구자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 또한 자연스럽죠. 가령, 인간의 비만유전자를 최초로 규명한 과학자가 있다고 하면, 이 사람은 이 유전자에 기반하여 개발될 세상 모든 비만 치료제에 대해 금전적 대가를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하나의 직접적 예로는 Alphafold라는 단백질 구조예측 프로그램은 관련분야 연구자면 누구든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혁명적입니다. 라이센스를 받고 팔면 돈방석이죠. 하지만 딥마인드는 이를 완전무료로 배포했고 이는 앞서말한 충돌하는 과학의 가치중 전자에 비중을 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무엇이 맞는지, 나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스스로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4.05.02
답글이 길어 나눠서 올릴 수 밖에 없었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튼 논문을 막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과 같은 질문을 하시는 것은 굉장히 좋은 자세인것 같습니다. 응원합니다!
2024.05.02
안녕하세요. 답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었고 너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2024.05.02
대댓글 7개
2024.05.02
2024.05.02
2024.05.02
2024.05.02
2024.05.02
2024.05.02
202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