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아래 글을 보고 궁금해서 퍼포먼스 비교를 다른 학교로 확장해봤음. Scival에서 2014~2023 기준으로 scholarly output, citation per publication, FWCI, top 10% citation percentile, top 10% journal percentile을 비교해봤음. 정리하자면, 논문 질에서는 UNIST가 타 학교를 모두 압도하지만, 양에서는 교수 숫자를 생각하면 P나 K와 비교했을 때 교수당 논문수가 60~70% 수준임. P와 K 비교 시 교수 숫자를 고려하면 교수당 논문 수는 동일한 수준이지만 질에서 P가 K보다 우위에 있음. 종합대학들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는 논문 질에서는 오히려 서울대가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내나 양에서 압도적임. 종합적으로 판단컨데 P, K가 상대적으로 균형잡힌 실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며, U는 논문 질에 몰빵하고 있으며 종합대학은 질적으로 부족한 편임.
사실 저는 교수인데 막상 학계에 진입해보면 P랑 U의 인식차이는 매우 큰 편임. 산업계에서도 그렇고 학계에서도 마찬가지임. U를 폄하한다기 보다도 U의 논문 질적 우위는 학교의 특정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과 해외 석학들 영입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며, 전체적인 학문 분야의 측면에서 볼 때 상당한 차이가 있음.
교수 입장에서 교수를 꿈꾸는 분들과 대학원 선택에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계의 최근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얘기를 좀 해주자면, P는 최근 1조2000억원 투자가 확정되서 국내외 석학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교수 지원도 많이 늘어남. 1조2000억원이 어마어마한 규모라 어떻게든 서울 쏠림에 대한 어느정도 방어가 되지 않을까 싶음. Y, K는 최근 몇 년간 학교 랭킹 올리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고, 그게 어느정도 반영이 되서 QS 랭킹이 많이 올라감. 사실 U보다 Y, K의 연구 실적이 최근 상당히 증가 추세라 skp에서는 Y, K를 경계하는 부분이 있음. S 등의 종합대는 최근 무학과제 도입으로 인해 교수 TO가 일부 늘어남. U는 최근 새 총장님 부임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됨. U는 고질적인 예산 부족 문제가 있으며 교수 이직 이슈도 있음. 스타들이 많이 떠났음. 퍼포먼스 유지를 어느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함. P같은 대규모 투자가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함.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gist, dgist에 비해서 교수 숫자가 훨씬 많은데 예산이 가장 적음. 국가 발전을 위해서 누가 과기부에 진정서라도 넣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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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1개
2024.07.16
전체 분야에요? 엔지니어링만이에요? 종합대랑 과기원은 분야가 많이 다르지 않을지?
2024.07.16
아래 글 글쓴이입니다. 최근 YK에서 나오는 우수한 연구성과의 폭발적인 증가를 포함해서, 저도 똑같이 느끼는 최근 이슈를 잘 짚어주셨네요.
이 자료를 보다보면 씁쓸한 점이 있습니다.. 소위 우리나라 최고 대학교들의 FWCI가 1.4대인데, 이는 미국 전체 대학교의 평균 수준이라는거죠..
물론 citation이 모든 연구의 알파이자 오메가인것은 아니나, 이제 우리나라가 세계최고 연구 성과를 목표한다면 서로 줄세우고 누가 조금 더 낫냐 싸우기보다 다같이 으쌰으쌰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2024.07.16
2024.07.16
2024.07.16
대댓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