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서울 중위권, 비이공계 졸업생이며 현재 26년도 전기 입학을 전제로 바이오 분야에서 2개월 째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특정 병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공부를 하다가, '환자를 만나는 것보다는 이 기전을 연구해서 치료제 개발에 기여를 하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다가 감사하게도 지금 랩실의 교수님이 인턴 기회를 주셨고, 아직도 참 부족한 점이 많음에도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 석박 통합 입학도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ㅎㅎ 선배님들도 실험을 정말 빨리 숙지하는 편이라고 해주셨고, 교수님께서도 새 과제를 하나 배당해주셨습니다. (아직 많이 실패하고 있지만... ) 저도 공부 시작하면 박사까지 하고 싶어서 이제 고민 끝이다! 하고 인턴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개월 밖에 안 된 이 시점에서 내가 실험실 연구와 맞지 않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턴 중에 재밌었던 일은 환자들 데이터 하나하나 눈 여겨 보기, 이 환자는 어쩌다가 이렇게 병을 얻게 되었을까? 생각하기 이 병은 어떤 증상이 있을까 궁금해하기 논문 하나 딱 각잡고 읽어서 교수님 앞에서 다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이 정도였던 거 같아요. 이론 공부는 확실히 재밌습니다. 특히 논문 읽으면서 지식 쌓는게 너무 즐거웠어요 제가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근데 저는 단지 이 현상을 그냥 논문으로 읽고만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Wet lab의 길고 긴 인내의 연구 시간을 간과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제 적성이 아닌 걸까요... 기전보다는 환자를 마주하고 현상에 좀 더 치중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퇴근 시간이 늦어도... 주말에 출근을 해야해도 불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길이 제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고 최소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너무 고민이 됩니다.
그렇다고 다른 길을 찾기에 이미 26학년도 전기 입시는 마무리 되었고, 나이도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잘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여길 그냥 다녀야하나... 아니먼 한 학기 미루고 26학년도 후기로 다른 랩실을 찾아봐야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인턴을 한 지 겨우 2달이 되었고 아직 안 배운 실험도 참 많을텐데...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그만 둬야할까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고 입학까지는 해야할까요? 나이 때문에 입학을 서두르는 것은 너무 비이성적인 판단일까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한 번 씩 조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항상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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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2025.10.27
문제는 본인이 얼마나 싫은지, 어느 부분이 얼마나 맞지 않는지를 이 글로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그냥 지나가는 감정일수도 있고 진짜 적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스스로도 잘 모르는데 글 하나 읽고 알 수 없지요. 다만 일반적인 얘기를 하자면, 참고 하다 보면 좋아지기도 합니다만 솔직히 본인이 너무 재밌어서 시작해도 끝까지 가기 어려운게 학위과정입니다.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면서 중간에 때려치지는 못하고 억지로 꾸역꾸역 하면서 본인도 힘들고 주위도 힘들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기전 연구' 와 '현상 연구' 중 고민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공부' 와 '연구' 의 문제가 좀 더 근본적이지 않은가 합니다. 공부는 재밌지만 연구는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인데 연구 방향의 문제인가, 하고 이리저리 틀어봐도 늘 거기서 거기일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을 좀 더 근본적으로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담인데, 환자를 마주하고 임상 연구를 하려면 의사 면허가 있는 편이 훨씬 좋을 거 같네요. 그 쪽도 고려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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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저는 지금까지 알바든, 잠깐 일한 직장이든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항상 견뎌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대로 저는 공부가 좋았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부는 확실히 재밌지만, 연구가 재밌는지는... 저도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대답을 못할 것 같네요.
의사 면허 또한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지금 당장 시도하긴 어렵더라도 많은 길이 또 있을 거 같아요. 선생님도 항상 좋은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2025.10.27
연구라는게 꼭 자신이 좋아하는것만 할순 없는 법이죠. 그리고 지금 겪으실 그 기분은 연구쪽으로 갈거면 10년이상 가지고 가야할겁니다. 그게 싫다면 빠른 결단을 내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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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맞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막연히 연구자가 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정말 다르네요~ 박사를 하게 되면 연구 쪽으로 가게될텐데, 저는 그만큼 연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적어도 이 연구실에서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댓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 안에 교수님께 면담 요청 드릴 것 같네요. 빠른 결단 내리라고 해주신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항상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5.10.28
"현상에 치중하는 연구" 는 뭘까요?
이미 의생명공학의 수준은 분자생물학 수준에서 기능의 관찰과 분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것만 관찰 하고 싶은거면 취미로 하세요.
생명과학은 귀납적인 학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생업 삼으려면 끊임없는 검증을 하려는 기질이 있어야 직업 삼을 수 있습니다.
환자들은 힘들게 고치고싶어하는데, 현상을 순수 호기심으로만 보는 글쓴이의 모습이 학구적이라면 학구적이고, 이기적인 호기심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이는 염려하지마시고, 길게 보시고 원하는 길을 찾길 바랍니다. 5년 10년 뒤에 돌아보면, 지난 1, 2년 헤멘 시간 자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 시간을 정말 유익하게 잘쓰셔야겠죠 커리어적으로나, 개인의 성장으로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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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제 호기심이 어찌보면 이기적이라는 말도 잘 와닿습니다. 기전을 연구하고 싶다면 분자생물학 측면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맞는데 그게 하기 싫다면 정말 이기적인 마음이 아닐까요? 지금 1~2년 헤맨 시간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더 헤매도 정확한 길을 찾는 것이 제 성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생님 댓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5.10.28
무엇이든 결정하기에 늦은 건 없습니다. 그리고 이 방향이 아니었네 싶을 때는, 견뎌내는게 맞을 때도 있고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 대학원에 입학도 안 한 상태에서 내가 좋아하는것이 이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빠르게 다른 길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회사, 등등 대학 이후의 삶은 내가 하고싶은 '바로 딱 그것'을 하며 사는 것은 많이 어렵습니다. 가능한 거기에 가깝게 가려고 발버둥치는 과정인 것 같아요. 결론으로 정말 그 길이 아니다 싶으면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1. 지금 당장 새 입학 준비를 할 시간등이 아깝다면 석박통합으로 들어가서 해보고 아니다싶으면 석사로 전환하고 석사 졸업 후 박사를 내가 조금 더 원하는 곳을 알아보는 방법. 2. 6개월 1년 그거 아무것도 아닙니다. 입학을 미루고 조금 더 찾아보고 결정하셔도 좋아요
다만 이미 입학이 결정됐다면 교수님께 빠르게 현 심정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거나 상담을 하셔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연구실 인력문제나 학생관리 측면에서 교수님도 갑자기 입학을 안 하거나 하면 당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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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네 모든 분야에서 제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하기는 어렵더라고요... 연구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아 어느정도 노력하려 했으나 쉽지가 않습니다 ㅎㅎ 아직 입학은 하지 않았고 이제 원서접수 마무리 기간이라 빨리 말씀드리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조언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댓글 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선생님도 항상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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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T lab 노가다는 누구나 하기 싫죠 게다가 학부 비전공자 결국 박사를 한다고 해도 취업은? 바이오는 전공자도 말리는 길인데 본인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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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네 다른 선배님들 보면 이 일을 어떻게 몇 년 간 하시는지 궁금할 정도로 wet lab의 연구는 힘들더라고요 ㅎㅎ 제가 그걸 간과하고 너무 꿈만 꾼 거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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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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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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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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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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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