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학부 유학을 준비했었습니다. 원하던 대학은 실패했지만 세계탑 20위권에 드는 학교는 합격을 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코로나가 터지고 준비를 하지 않았던 한국 입시도 부랴부랴 접수를 하고 유학을 준비하는 도중 합격 소식을 받았습니다. 한참 코로나 공포가 커지는 시기이기는 했으나 부모님은 유학을 염두에 두셨지만, 꼭 이시기에 나가야하나 회의감은 제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 남아서 ky의 공대를 다니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유학을 선택했던 제 호적메이트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저랑 비교했을때 월등히 공부 욕심도 많고 한우물 파는 성격이라 주변에서 탐을 내는 아이였습니다. 저는 튀는 성격은 아니고요. 그래도 어차피 페이퍼로 각자를 나타내야 하는 경우에서 호적메이트와 크게 차이가 안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유학을 포기하고 그녀석이 학부 졸업을 하고 박사를 시작하면서 부터 차이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전 학부졸업도 남았고, 여기서 탑을 할 자신도 없는데 호적메이트는 탑10 이내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저나 그녀석이나 둘 다 연구에 뜻이 있는데 저만 뒤처져진 것 같아서 언제부터인가 제 바보같은 결정이 미치도록 후회스럽습니다.
그냥 다시 유학을 준비할까 싶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다시시작한다면 이곳 2년간의 생활을 뺀 2년만 지원을 하겠다고 하십니다. 설마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칼같이 긋는 분이십니다. 전엔 유학에 무게를 두셨던 부모님은 지금은 응원해주지 않으십니다. 속전속결을 원하시는 부모님은 다른 사람의 상황이 부럽다고 해서 니가 실패한것은 아닌데 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 하느냐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학교를 졸업해서 유학을 가라 하십니다. 학부 졸업후 유학 경비는 스스로 마련해야합니다.
제 전공은 전화기입니다. 학교는 다시 지원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선택이 하루에 열두번도 더 바낍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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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2021.12.21
뒤쳐진 느낌이 드시는데 왜 다시 학부 유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실까요?
연구에 뜻이 있으시면 한국에서 학사 졸업 하시고 미국 대학원 입학이 최적화라고 생각됩니다.
2021.12.21
2021.12.21
202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