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현재 한국은 사람 중요한줄 귀한줄 모르고 사람 막 부리고 함부러 대하면서 인건비 후려치는 잘못된 인권 인식과 악습과 관행의 실패가 제대로 드러나고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업문화와 집단/단체우선 문화 측면이요.
저는 79년생 98학번 00군번입니다. 격동의 70년대나 쌍팔년대까지 갈 필요도 없구요, 불과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상당히 폭력적인 사회였습니다. 그 뒤로는 제가 한국을 떠서 모르겠지만요.
당시 한국은 학교와 군대에서 이런 저런 핑계로 윗사람이 아랫사람 패는게 용인되던 사회였어요. 군대 내에서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폭력 괴롭힘 자살 사건들은 누구나 다 아실거구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께 별의 별 이유로 매로 맞는건 물론이고 손 및 발차기로 무슨 료사가자키 용호난무마냥 구타 당하는 경우도 좀 심하네 하는 말이 전부고 당연한듯 넘어갔습니다. 전교생이 보는 조회시간 조회대 앞으로 불러내서 싸대기 때리고 발로 차는 일도 비일비재했구요. 이시절 학교 다니신 분들으 남녀공학이든 남고 여고든 이런 꼬라지 한번은 보셨을겁니다.
학교와 군대만 그런게 아닙니다. 회사마다 조금 다르긴 한데, 서브프라임 전까지도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에서 부장이나 임원실이 재떨이를 던지고 서류철이 날아다니고 쪼인트를 까는 일이 쉬쉬하면서 용인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뒤엔 경고나 기타 패널티도 없이 윗사람에게서 앞으로 잘하자는 말한마디로 퉁치고 제대로된 사과도 없이 마치 당연하다는듯 넘어가는 시절이었죠. 게다가 당시엔 신입사원 교육과정과 사내 행사에 일정직급이하 예외없이 메스게임이나 해병대훈련 하는 일도 비일비재 했습니다. 아마 거의 모든 회사가 다 그랬을걸요? 연봉제나 야간수당 같은 것들이 제대로 자리잡히기 시작한것도 IMF 이후의 일이죠. 한심한 일입니다. 한국 전체가 이랬으니 당시 중소기업의 악습 관행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리고 이러한 폭력적 사회분위기는 오로지 서울로 몰리는 현상 + 부동산 등등의 이유와 함께 섞여서, 한국의 부모들이 다들 고학벌과 전문직과 돈을 최우선하며 아이들을 과잉경쟁 시키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자기 자식이 사짜직업을 가지고 돈 많이 벌면 무시 안당하고 어디서 맞고다니지 않고 부모님 본인들도 에헴거리며 체면 세우고 그들만의 리그에 껴서 상류층 사돈도 보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그러한 사람 중요한줄 모르는 행태의 댓가가 저출산으로 돌아오고 보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국가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개개인의 모든것을 희생하고 집단과 단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70 80년대 개발경제 시절 패스트팔로워 모델, 그리고 그런 모델에 기반해 사람 중요한줄 모르고 요샛것들은 배가 불렀네, 아랫사람은 찍어눌러야 말을 듣는다는 등의 꼰대 마인드셋. 이 두가지가 현재와 미래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봅니다. 이제는 한국도 정말 개인의 성장과 발전이 회사와 국가의 발전과 성장에 맞물려있다는 것을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지 말고 직접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 생각엔 저출산 해결책으로 금전지원도 타당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서는 안됩니다. 근본적으로 군대 학교 기업 전체에서 사람 귀한줄 알고 인권의식 갖추고 직위고하나 직업에 상관 없이 상대방을 제대로 존중하는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혀야하며, 동시에 구세대의 인식이 따라오는 속도가 늦다면 법과 제도가 사람 중요한걸 인식시키는 인식 변환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먼저 바뀌어서 구세대들을 떠밀고 이끌어야 합니다. 그런 바탕이 생기면 맞벌이와 육아휴직과 경력단절문제에 대한 해결책들이 좀 더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되나갈 것이고, 동시에 수많은 좋좋소 기업들의 각종 악습과 관행들이 개선되어나가기 시작하겠죠.
중요한건, 좋좋소든 대기업이든 어디든, 직원들 누구나 사람 중요하고 귀한걸 알고 느껴야 하구요, 사람들이 일하면서 윗사람과 회사가 자신의 능력 경력을 중요하게 인정하는걸 느껴야 합니다. 엉덩이 오래 붙이고 앉아있는걸로 평가하지 말고 성과 측정을 제대로 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합니다. 그러면서 유리 모두가 직업 귀천 따지는 사농공상 마인드셋을 버리는 시늉이라도 하려 노력해야합니다. 동시에 맞벌이로 일하면서도 애들을 잘 볼 수 있으면서 경력단절이 최소화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금전지원과 기업 및 사회 인식 문화 변경이 자리잡으면 출산율이 유의미하게 상당히 늘어날걸요? 그리고 그런 환경이 되면 회사 오는게 단순 돈벌이가 아니라 본인의 성장과 커리어 개발에 맞물리게 되기 때문에 업무와 회사일에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이 되고, 야근 안시켜도 스스로 야근하고 자기개발하고 다 합니다.
제가 이런 글을 자신있게 쓰는 이유는 저도 이런 변화를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부 및 석사 졸업 후 이름만 대면 아는 그 전자회사를 다니다가 위에 말씀드린 조직문화 문제, 무한야근, 매스게임 같은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두손두발 다 들고 2000년대 후반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박사유학 갔구요, 그 뒤로 쭉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박사마치고 현재는 이름만 대면 아는 테크기업... 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이 없진 않고 규모도 작지는 않은 제조업쪽 회사에서 중간간부 위치에 있습니다. 저는 한국과 이곳에서 배우고 느낀걸 토대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 했구요, 그렇게 일하고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며 그나마 여태 잘 살아남은것 같네요. 그렇다고 제가 완벽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느껴오던게 있어 이 기회에 쭉 써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현재의 한국 사회 분위기는 몰라요. 많이 바뀌었다고만 들었습니다. 하지만 더글로리나 좋좋소 같은 컨텐츠들이 많은 공감을 얻고 소비되는것을 보니 중요한건 크게 바뀌지 않아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런글 쓰면 나오는 레퍼토리 1번이 '한국은 자원이 없고 사람밖에 없어서 사람 갈아넣는 방법밖에 없는데 어쩌라고, 요샛것들은 배가 불러가지고 어려운걸 모르는거 같은데 난 내방식대로 갈테니 배째라'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깁니다. 한국에서 그렇게 패스트팔로워 모델로 인건비 인력 갈아넣어서 초고속 성장하던 시절은 이제 끝난지 오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입니다. 모든 선진국들은 예외없이 전부 산업구조가 1차부터 4차로 변화하며 임금, 삶의 질, 교육, 생활패턴도 변화한 역사를 거쳤고, 한국도 예외 없습니다. 사회구조와 산업구조 변화는 동시에 같이 찾아오며 원하는대로 체리피킹하는건 꼰대 아저씨 여러분들이 신이 되어도 불가능합니다. 한국도 하루빨리 절실히 4차 산업국가로 변화해야할 시기이고, 사실 그 타이밍 이미 놓쳤습니다. 빨리 변화해야할 타이밍에 아직도 패스트팔로워 개도국 모델을 고집하며 거기 머물러있으면 선진국들에게는 뒤쳐지고 새로 올라오는 패스트팔로워 개도국들에게는 밀립니다. 대표적 패파모델 국가들로 중국 베트남 인도가 있는데, 한국이 그런 국가들 상대로 적당히 비슷하게 베껴서 인건비 인력 갈아넣어 싸게 가성비로 팔아먹는 경쟁에서 그 국가들과 상대가 됩니까? 지금은 격차가 있더라도, 인력 갈아넣어 가성비 챙기던 K-패스트팔로워 모델 성장에 있어 그 국가들에게 따라 잡히는건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분명히 다가올 시간문제 입니다. 인건비 인력 함부러 대하고 갈아넣는 마인드셋과 그런 패파식 성장모델은 기업 정부 모두가 하루빨리 버려야 하구요, 이제는 정말 나라 전체가 죽느냐 사느냐가 달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 하면 꼭 나오는 레퍼토리 2번이 정치얘긴데, 이런 구세대적 꼰대 마인드셋은 좌우가 따로 없습니다. 저와 연배가 비슷하신 여러분들, 70년대 중후반부터 80년대 초중반까지, 듣자 하니 온라인에서 지금 우리 세대가 ㅈ팔육 ㅈ포티 라고 비꼼 당한다고 하는데, 다 이유가 있어요. 제 주변만 해도 그때 그시절 마인드셋을 못버리거나, 군대에서 괴롭힘 당한 사람이 후임 괴롭히듯, 똑같이 되물림 하려는 사람들 분명 있었고 지금도 있을겁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 얘기긴 하지만, 제 학창시절 선생들 중 가장 폭력적이던 인간은 개량한복 입고 다니며 전교조 소속인걸 공공연히 자랑하며 사회 불평등을 강조하고 다니던 기술선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많이 폭력과 강요의 현장을 목도한곳은 군대가 아니라 대학교 당시 학생회사람들이었구요. 민주주의 부르짖는 분들이 왜 그리 남들보다 심하게 억지로 술먹이고 단체기합주고 후배들 패던지요. 개인의 자유고 뭐고 무조건 그룹 우선을 부르짖으며 폭행과 강요를 정당화하던 당시 학생회 인간들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해요, 심지어 그게 그나마 옛날보다 나아진거라 하덥니다. 제 학교 동기는 강성노조 유명한 모 회사로 갔는데 그 친구에게 들은 노조들 행태도 참 한심했구요. 결국 제 생각에 이건 좌우 정치 문제는 아니라고 보구요, 다만 한국은 다른나라에선 볼 수 없던 급속성장을 이룬 나머지 과거의 행태에 젖은 사람들이 물갈이가 되지 않아 생기는 세대차 문제가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들만큼 너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고, 구세대의 과거의 영광과 향수에 젖은 패스트팔로워 모델과 사람 중요한줄 모르는 행태가 한국의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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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차 산업 관련해 감히 한말씀 드리면, 제발 한국도 이제는 잘 팔리고 돈 잘되는 공학만 키우지 말고, 그놈의 노벨 과학상 수상 고집도 버리고, 공학과 순수과학 포함해서 풀뿌리 연구자들 연구를 더 지원 해야합니다. 지금 한국은 모르겠는데, 제가 있던때만 해도 전문성이 확연히 떨어지고 연구분야에 상관도 없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과제 기획과 심사에 크게 참여하곤 했구요, 공학이 아닌 기초과학 과제인데도 향후 3년 내 실용성 같은 것들이 평가 항목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연구 풍토는 마치 연구개발도 개발경제시절 패스트 팔로워 모델 따라하는지, 항상 미국에서 잘 나가는 연구분야 빨리 따라해서 논문 많이 찍어내기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죠. 배터리, 2d 재료, 모두 다 그래왔습니다.
근데 이래서는 4차 산업의 4는 커녕 3.5 도 못따라갑니다. 기가막히는 원천기술과 특허 같이 4차 산업을 선도할만한 진짜 혁신은 남들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곳, 유행 타지 않는 곳, 그리고 그걸 개척하려는 경쟁에서 나오니까요. 노벨상도 마찬가지구요. 한국의 정부 고위층과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양자" 라는 얘기가 입에 오르내린건 미국에서 양자컴퓨터가 뜨고 난 뒤였는데, 그 이전에 한국에서 순수물리 분야에서 실험 및 이론 양자역학 연구에 몸담으신 분들이 그 분야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한국 자체적으로 양자 컴퓨터 분야 근간을 다지고 과학 노벨상에 근접하는 연구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제대로 신경쓰고 지원한 적이 있었습니까? 수학이나 순수화학 같은 분야두요.
이래선 안된다는겁니다. 이제는 나이가 많은 구세대와 제 세대 여러분들이 "한국은 자원없는 나라니까 우리는 죽어도 자랑스런 태극기 펄럭이는 K 모델로 갈거니 배째라" 라고 하시는건 여러분들 개인적 생각이자 꼰대식 고집 아집인데, 여러분들의 그 개인적 의견으로 왜 한국의 미래세대까지 배째게 하시려 합니까?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삭감도 문제지만, 예산의 방향 역시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성공적으로 4차 산업 국가로 변모해 미래에도 쭉 살아남으려면 연구 예산 증액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연구 개발의 방향도 근본적으로 바꾸는 마인드셋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NSF 같은거 만들어서 논문 인플레나 빅가이 편견에 영향 덜받고 최대한 아이디어와 연구 적합성 위주로 평가하는 전문적인 과학기술 단체 만들면 안되나 싶은데 이건 이쪽에 전문성이 없는 제 개인의견입니다.
저는 저출산 해결과 4차산업국가 변화는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가와 정부와 사회가 할 일들이 분명히 많지만, 동시에 이곳에 오시는 우리들도 할일이 있어요. 우리들 부터라도 크고 작은 곳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예의지키고, 자기 아랫사람이라고 함부러 대하지 말고, 상대방의 역할과 성취를 존중해주는 마인드셋을 가집시다. 랩실 학계 뿐 아니라 사회 어디 가서라두요. 윗사람이 그랬다고 해서, 조직이 그래왔다고 해서 타성에 젖어 그대로 관행을 되물림 하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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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개
2023.12.20
돈 주는 기업은 많이 바뀌었는데 대학원은 그대로임. 대학원 전공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하고 교수의 권력남용을 억제하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함
2023.12.20
어쩔 수 없음. 지금 60 70년대생 교수들이 싹 다 빠지고 물갈이 되어야 진짜 연구를 하는 풍토가 자리잡을 것임
열정적인 시몬 드 보부아르*
2023.12.20
윗분 말씀 100프로 공감합니다. 미국같은 경우에는 테뉴어 못받으면 빠르게 물갈이가 되고 무한경쟁 시스템인데 한국은 조교수부터 테뉴어를 받기위해서만 연구를 하시는분들이 많습니다. 테뉴어 받으면 교수님이 사업하면서 연구 접으시구요. 6070년대생 교수님들부터 잘못되었고 사회의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본인은 그대로인데 라떼를 왜치며 학생들에게 변화만 요구하는게 듣기라도 하겠습니까
2023.12.20
2023.12.20
202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