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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수정되지 않는 박제글입니다.

무난하게 사는 방법

2025.11.22

7

3275

일본에서 박사 학위 중이고 마지막 학기 보내는 중입니다.
일본에서 취업 자리 구했고
여자친구도 이 지방사람이라
일본에서 쭉 살 예정입니다.

취업도 됐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뭐 무난한거 같은데 역시 일본은 한국보다 페이가 낮아서...
일본에서 사는게 맞나라는 불안감이 있었는데요.

저 스스로 이런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는 생각하는 방식을 찾아내서
이제는 일본에서 평생 살 확신이 생겼습니다.

나름 괜찮은 생각이라 혹여나
다른 분께 도움이 될까 해서 오래간만에 글 써봅니다.


박사하신 분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으면,
비판적인 사고도 가능하고 메타인지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역량이 크다는 거죠.
연구가 좋든 실든 연구 관련 능력치가 높다고 믿습니다.

그럼 연구자로서 최고의 삶은,
연구가 되는 환경에서 계속 생각하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 능력치가 최대한 활용되는게 연구니까요.
인정받기도 수월하고.
돈도 중요하지요 물론.

허나, 저에겐 박사 시작했을 때나 끝날 때 즘이나
돈보단 연구환경이 더 중요한 우선 순위 입니다.
연구가 하고 싶었기에, 이게 알고 싶었기에 시작했습니다.

남들 얼마벌고 집사고 이런 소식들에
예전에는 저 스스로가 급해졌는데,
잠깐 잊었던, 왜 박사를 시작했나의 동기부여를 생각하니
그냥 이런 소식에 무던해지더군요.

무던해지니 비로서 제가 원하는 가치관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년에 논문 한편씩 쓰고
받은 돈 차곡차곡 모아서 집사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랑 결혼하고 애낳고

돈을 안쫓으니 제가 사랑하는 것들과
진정 하고 싶은 것들이 보입니다.

전 교수할 정도로 스펙이 좋지 않고
능력도 안됩니다.
근데 연구는 꼭 교수가 되어야만 합니까?
전 제 나름대로 연구자로서의 길을 걸으려고 합니다.

박사 졸업하고 3~4년뒤에 삶이 안정되면
사회인 박사로 (한국으로 치면 파트박사) 한번 더 학위 해보려구요.

제 랩실 한정에선, 사회인박사라고 석사생들이 대신 논문쓰고 실험해주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전정 본인이 지도받고 데이터 뽑는 분위기여서 그리 앝볼만한 커리어는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그냥
하고 싶은 연구하며 사랑하는 사람이랑 사는게
젤 무난한 인생 같더라구요.

경쟁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로
가족을 위해 사는게
이래저래 정신건강에 좋은 듯 싶습니다.

일본 정년은 65살인데 아마 저때는 70살 이상 되겠죠?
전 벽에 똥칠할 때까지 내정받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앞으로 40년 이상 일할 거 같은데~
이리 생각하니 경제적으로 뒤쳐지는 게 그리 큰 것 같진 않더라구요.
자식에게도 손 안벌리고 살 거 같기도 하구요.

연구가 재미없다라고 생각하시는 박사님들에게,
자그만한 코멘트 드리면,
학부 때 읽었던 전공책이나 읽은지 오래된 책 다시 읽어보세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때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지금은 이런 의미구나
소름돋도록 본인이 성장하는게 느껴지더라구요.
앎에 대한 즐거움은 역시 세상에서 가장 재밌습니다.

요약하면, 제가 내린 무난한 삶은
1. 연구를 손에 놓지 않기
2. 연구가 되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연구를 즐기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3. 건강하게 살기

2번째 학위는 뭘 해볼지 기대됩니다
아직 모르는게 무수해서
뭘 더 해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면 할수록
내일이, 한달 뒤가 그리고 1년 뒤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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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2025.11.23

부럽네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면... 저도 저런 고민을 할 수 있길...

2025.11.23

무난한 삶 2번째가 무난하다면 무난할 수 있지만 제일 어려운거같네요.... 화이팅입니다 :)

2025.11.23

일본이 그러고 살기엔 좋은 환경 아닌가요

대댓글 3개

2025.11.23

한국처럼 그렇게 다 준비하고 결혼하는 분위기가 아니여서 어찌보면 이런 면은 살기 편합니다.

교육에 대해선 들은게 없어서 모르겠네요.
애 키우기 좋은 환경이려나...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제가 일본에서 학위하고 싶었던 이유를 짧게 나마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학위과정할 때
석사과정 도중 논문 몇편을 썻니
탑저널을 썻니
랩실 월급은 얼마니
학부 출신이 어디니
등등...

이상한걸로 학생들 간의 서열관계가 생기고
너무 남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저랑은 너무 안맞아서요..

남들 잘 되는 걸 일단 시기질투부터 하니,
안가져도 될 열등감을 가져서
자존감도 낮아지고
괜히 짜증내고;

진짜 별 같잖은 소리를 하도 듣다보니
질리더라구요.
이게 좀 한국은 당연시 되는 분위기인 것 같더라구요, 제 경험상...

일본대학은 자기할 거에만 집중하서
남들의 개인적인 실적 및 기타 잡다한 개인정보에 신경쓸 여유가 없습니다.
(적어도 저의 랩실과 주변 랩실은 그렇습니다)

일본 유학을 결심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만, 이것이 그 중 한가지 이유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학생들끼리 하는 쓸모없는 경쟁이 싫었습니다.

2025.11.23

아직 일본에서 회사 생활을 안해봐서 단언은 못하겠지만,
얼추 분위기가 일본회사도 개인주의가 커서
자기할거만 충실하게 하면 기본은 가는 분위기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성격 상
일본이라는 나라가 한국보다 살기 편합니다ㅋㅋ..

가끔 일본인을 답답할 때가 있고
뒤에서 말바꾸고
별로인 사람들도 있긴 한데,
이건 경험을 하면 대처하기가 편합니다 ㅎㅅㅎ

그래서 본인 성향이
욕심없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인생사는데 단거리 스퍼트로 살거아니면
일본이 한국보다 살기 좋은 것 같습니다
(극히 제 주관입니다)

2025.11.24

일본도 그런 압박이 있는 곳도 있겠지만

다른 사는걸 보면 다들 자기 열정으로 연구하고 그러는게 좋아보이더라구요

앞으로 잘 사실 일만 남은 것 같아 부럽습니다.

IF : 1

2025.11.27

모두가 언제나 한 방향으로 최고속도로 달릴수는 없는거잖아요. 정말 좋은 말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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