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전 큰 꿈을 가지고 미국서 박사 생활을 시작했다. 나름 알아주는 학부를 나왔고 교수님들께 인정 받으며 석사를 마치고 한국에서 장학금까지 받아서 정말 좋은 학교에서 박사 생활을 시작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박사 생활이었지만 진짜 잘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분명 나는 잘 했었는데 왜 뒤쳐진건지 모르겠다.
처음 예상 했던 5년과는 달리 8년을 지내고 나서야 박사를 마칠 수 있었고 다시 지도 교수님 밑에서 일년 반을 보내고 나서야 서부의 좋은 곳에서 포닥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때는 꼬였던 내 길이 이제는 풀리겠지 하고 믿었다. 미국에 올 때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 꼭 모교로 돌아가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리라. 하지만, 남들은 2년이면 좋은 결과 뽑아서 다 떠나는 랩을 난 왜 5년이 넘어가도록 묶여 있었던 걸까. 그게 오직 나 혼자만은 아니었으니까 다행인건가.
그나마 코로나가 계기가 되어 5년을 묶여 있던 랩을 떠나서 제약 회사에 시니어 연구원으로 입사 했다. 벌써 일년이 넘게 지났다. 이제는 미국서 지겹게 지냈던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 집 같은 곳에 살 수 있을 것 같다. 마흔 중반에 들어선 나이라 한국에서 교수를 시작하는 것은 무리인거 알지만 혹시나 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정보를 알아 본다. 아이핀이나 본인 휴대폰 인증이 되지 않아 교수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히도 여기는 아이핀 인증을 안 하고도 글을 쓸 수가 있다. 그냥 주절 거리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는 얘기를 읽고 나도 다시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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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무서운 찰스 배비지*
2021.12.29
선생님 고생많으셨어요 힘내세요!
이기적인 버지니아 울프*
2021.12.29
저는 잘 몰라서 여쭤봅니다. 한국에서는 마흔 중반이 넘으면 교수를 하기가 힘든가요..?
대부분 제가 다니고 있는 곳이나 다녔던 곳들만 봐도 신임 임용되서 오는 분들은 30대 중후반의 젊은 분들이 많긴 하더라구요..
2021.12.29
2021.12.29
대댓글 3개
202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