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언급한 교수님을 따라 학부 과정에서도 이것저것 많이 했고, 연구실도 1년반동안 생활했습니다.
조기 졸업 후 몇 안되는 동종 계열 학과에서 괜찮은 교수님을 찾기가 어려워 앞서 언급한 교수님을 따라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1. 세부 전공의 문제
문제는 그 교수님을 따라 진학할 때 교수님의 세부 전공이 저와 많이 맞지 않았습니다.
학습 과정, 학습 내용 모두 저와 맞지 않아 엄청 벅차고, 고통스러웠습니다. 1학기 부터 3학기까지 쭉 후회했습니다. 이걸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세부 전공이 세상에 필요한 이유도 모르겠고, 그냥 하라는대로 공부했습니다.
저와 학부 학번이 같은 동기도 같은 교수님 밑으로 대학원 진학을 했는데 그 친구는 잘 맞나봅니다. 제가 노력하는 것에 비해 그 친구는 많이 노력하지 않아도 잘 해결하니까요.
2. 잡일의 문제
잡일이라고 해야할까요..
다른 교수님들도 똑같은지 모르겠네요. 저희 교수님은 엄청 세심하고 꼼꼼하시지만, 일의 양을 가늠하지 못하시는 것 같네요. 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감도 안잡으시고 여기저기서 받거나 만들어서 자신이 확인도 안해보시고 저희에게 넘겨주시네요. 좀 말이 이상한데 ...흥분했어요 죄송해요....화나서요 ㅠㅠ
진행중인 연구과제도 벅차하면서 어디서 갑자기 용역들도 따오고, 맡으신 보직도 벅차하시면서 이것저것 연구는 더 하고 싶어하시고... 그 몫은 다 저와 한명뿐인 동기인 둘이서 해결해야하네요.
대학원이 원래 그런가요?
3. 학위 연구의 문제
처음에 대학원에 진학할 때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학위 연구 주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뭣도 모르고 교수님이 석사 과정에 맞는 주제를 추천해주시겠지 하고 그 주제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제 잘못이었죠.
저의 학부 졸업작품을 다른 사람들은 석사 학위논문으로 썼더라구요. 그래서 이 정도 주제면 저도 소화할 줄로 아셨나봅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주변 선배들, 다른 교수님들 모두 이걸 다 할 수 있냐고, 이렇게 까지 해야하냐고 저를 만날때마다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할 수 있을 줄 알고 시작했어요.
세부 전공도 흥미를 못느끼고, 잡일도 많고, 학위 연구 주제도 스케일이 너무 커서 3학기가 될 때까지 휴일이 없었어요. 주말에 연구실가는건 당연했고, 늘 아침 6시 반에 일어나고, 밤 10시~12시까지 야근하는것도 당연했죠.
다른 대학원도 똑같은지 모르겠네요.
4. 동기의 문제
다른 대학원과 다르게 저는 현재 교수님 밑에 저와 제 동기 두명뿐입니다.
저는 굉장히 뭐든 좋게 말하면 정직하게, 좀 나쁘게 말하는 우직하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반면에 제 동기는 약삭빠르고, 자신의 시간을 조금도 손해보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그 동기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일 모두 항상 양보하고 있습니다.
진짜 멍청하고 바보같은건데 업계가 너무 좁아 다른 선배들에게 저에 대한 어떤 욕을 할지 몰라 그냥 참고 있습니다.
그냥 너무 후회하고 있어요. 지금 자퇴해도 1,2학기라는 시간과 등록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요.. 여기 사이트에 와서 번아웃이란 것을 처음 알았네요. 연구실 들어오기 전에는 엄청 열정적이었는데 들어오고부터 늘 지치고, 기억도 잘못하고, 무기력하네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간신히 연구를 거의 끝내고 이제 학위논문을 쓰려하는데, 교수님은 앞으로 할 많은 양의 잡일을 예고하시네요. 진짜 못해먹겠어요..
물론 KCI도 몇편 쓰고, 소프트웨어 저작권, 특허도 출원하고, 기술 이전, 여기저기서 상도 많이 탔을 정도로 쌓은 것은 많은데 그냥 다 내려두고 싶어요.
그냥 기계처럼 생활하고 있어요. 너무 힘들어서 아침마다 나는 기계라고, 기계니까 그냥 참고 해야한다고 말하면서 참고 있어요.
건강이 많이 안좋아져서 집에서는 자퇴도 권유하고 있는데, 또 막상 자퇴하려니 시간이 없어 연애도 못하고 주구장창 일과 연구만 매진한 20대가 너무 아깝고 심란하네요.
그냥 주저리주저리 하소연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 말할 곳이 없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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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2019.11.09
글쓴님 한탄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도 석사학위를 국내에서 2년간 하다가 글쓴님과 비슷한 경험때문에 결국 박사진학을 포기하고 졸업했었죠. 많은 교수들이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을 자신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일꾼이라 생각하며, 학생이 밥은 제대로 먹고 잠은 제대로 자고 일을 하는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교수 입장에서는 가능한 본인에게 부수입이 되고 돈이 되는 일이면 닥치는대로 받아와서 자신의 수입을 최대화하고 싶기 때문이죠. (이것이 전문적인 용어로 소시오패스이고, 자신의 이익밖에 모르는 소시오패스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죠. 그리고 교수집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구요)
글쓴님 뿐만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국내 대학원생들이 그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당연한거야 하고 받아들이고 인내하시지 마시고, 본인의 정신과 육체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만두는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교수들의 감언이설의 속지 마세요. 진정 학생을 위한 교수라면 학생이 먼저 느낍니다.
2019.11.09
열심히 잘 하고 계셨는데 너무 빨리 지친것같네요.
적어두신 문제점 번호순대로 답변해보면
1. 세부전공이 뭔진몰라도 이렇게까지 적성이 안맞으면...좀 많이 힘들겠네요. 근데 학부시절 연구실 1년반 생활하면서는 그 사실을 몰랐던건가요? 학부때 1년반 생활해보고 지금 석사들어가서 3학기차이신걸로 이해했는데, 그정도 시간이면 진학해서 뭘 하게될지 충분히 알고도 남았을것 같아서요.
2.대학원이 원래 그렇습니다. 교수는 계속해서 일을 만들것이고, 학생들은 그걸 소화해내면서 유무형의 스펙을 쌓아갑니다. 어느 랩이나 그게 기본 구조예요.
3. 학위 주제 사이즈가 너무 크면 본인이 스케일을 줄이면 그만입니다. 그걸 교수님이랑 상의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번아웃됐다면 그건 자기관리가 부족한겁니다. 상의를 했는데 교수가 그것도 못하느냐고 으름장을 놓는다면 그건 교수 인성이 매우 잘못된거구요. 학위논문은 스스로 만드는것이고, 지도교수는 옆에서 도울 뿐이라는걸 항상 인지하세요.
4. 약간 이해가 안가는 부분입니다. 업계 좁다면서 눈치본다면 역으로 그 동기도 학생 눈치를 봐야죠. 왜 학생만 눈치보면서 피해를 봐야되나요? 연구실도 일종의 사회생활입니다. 마음편하자고 몸 피곤한 호구가 되겠다고 들면 나중에 사회나가서도 똑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꾸 후회된다느니 20대가 아깝다느니 말하지 마세요. 본인은 고통스러웠지만 분명히 그 시간동안 해낸 일들과 경험, 가시적인 결과물이 있고 ㅡ 그건 그 고통 없이는 절대 못얻을 성과들입니다. 벌써 시간도 3학기차까지 왔으니 포기하지말고, 졸업 전까지 좀만 더 힘내십시오.
Umberto Eco*
2019.11.10
Lucretius님 말씀도 틀린말은 아닌데 비공감이 많네요
물론 글쓴이 말씀 충분히 이해가고 공감됩니다
2019.11.09
2019.11.09
201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