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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솔했던 고2의 마지막 인사말

상처받은 피타고라스*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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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김박사넷에 생명과학I 이의제기 건으로 글을 올렸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이의 신청 기간이 점수 공지 후 3일 이내라서, 급한 마음에 여기까지 찾아오게 되었는데요. 많은 분들께서 따끔한 충고도, 따뜻한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저도 마음이 급해서 학교 선생님과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시험 문제를 인터넷에 올리는 등의 실수를 했다는 점을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상계가 이데아계의 불완전한 모상인 것처럼 학교는 작은 사회 아니겠습니까. 저 또한 이번 실수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나중에 여러분들처럼 멋진 사회인이 되었을 때 이와 같은 실수를 하는 청소년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틀린 문제만 모두 이의제기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도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재분극에서 ’K+의 칼륨 통로를 통한 확산‘이 맞는지 여부를 묻는 문제에서 제가 헷갈렸던 이유는 항상 열려있는 칼륨 통로(leak potassium channel)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학교 선생님께 정중하게 여쭤보았을 때에도 제가 생각했던 것이 틀렸다기보다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 문제의 의도에 맞지 않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일차원적으로 “그건 재분극 상황에 적용되는 선지니까 틀렸잖아!”라고 말하시면서 저를 ’빡대가리‘ 등의 멸칭으로 부르는 행위는 삼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 경솔한 행동 때문이지만, 그래도 상처 많이 받았습니다ㅠ)

조금만 더 말을 늘이자면, 녹말이 알파 아밀레이스(녹말을 엿당으로)와 말테이스(엿당을 포도당 2분자로)에 의해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다룬 문제에서도 학교 선생님께 “이러한 소화 과정이 과연 입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선생님께서는 “그림은 단순히 ’녹말->포도당’이었고 본인도 아밀레이스가 ‘녹말->엿당’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려고 문제를 출제했으나 ‘과정’이라는 어휘가 혼동을 줄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셨습니다.

포퍼가 합리주의적 태도와 비판적 논의를 강조한 것처럼, 저도 인터넷에서 서로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며 벌어지는 열린 토론을 희망하며 글을 올렸다는 점을 부디 이해해주십시오. 게시물 자체는 삭제가 되지 않아서, 게시물 내용은 모두 삭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쁜 기억들은 모두 시간의 화살과 함께 훌훌 날아가는 것처럼, 저도 이번 경험을 통해 진심어린 조언들은 마음에 새기고, 악플은 훌훌 털어버리고, 어른의 신중함만을 배워가겠습니다.

또 하나의 경험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워나가는
한 명의 고등학교 2학년 올림.

P.S 실제로 마주해보니 학교 선생님들께서는 무척 열려있는 분들이셨고, 여기서도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꼭 이런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들 각자의 꿈을 다들 이루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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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개

2022.05.04

이런 훈훈한 결말은 전혀 생각못했는데... 아무튼 좋네요 ㅋㅋ

2022.05.04

업로드했던 시험문제 3개에 해설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에서도 밝혔듯이, 질문을 조금 더 명확했다면 조금 더 건설적인 토의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학생이 의도했던 포퍼의 열린 토론을 위해선 조금 더 폭넓은 담론을 위한 의미있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조금 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의미있는 질문에 대해 생각한다면 반드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2022.05.04

"현상계가 이데아계의 불완전한 모상인 것처럼 학교는 작은 사회 아니겠습니까."
이건 무슨 뜻이죠. 이데아론 하고 학교가 작은 사회라는 거하고 무슨 관계인가요? (그냥 궁금해서...)

대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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