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석사과정 2학기 마치고 3학기 접어드는데 자퇴를 고민중입니다.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있거나 못 견디겠는 교수님이나 랩실 사람들 속에서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제가 대학원 자퇴를 고민한다는 것 자체로도 죄송하네요..
대학을 들어오기 전부터도 막연하게 대학원 진학을 꿈꿨고, 학부를 다니면서도 전공이 좋고 공부가 재미있어서 석사, 박사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4학년때 존경하던 교수님 연구실에서 학부연구생을 시작했습니다.
교수님도 좋은 분이시고, 랩실도 모난 사람 없이 분위기가 좋았고 먼저 있던 동갑 친구랑도 많이 친해져서 재밌게 다녔습니다.
모르는 것, 읽어볼 것, 공부할 것 투성이라 처음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말 열심히 했고 매일같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공부와 실험을 하다가 연구실 사람들 중 가장 늦게 퇴근하는 생활을 거의 1년반동안 한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힘들어서 울면서 한 적도 많지만 그때까지는 그래도 열정과 의지가 있었고 재미 하나로 몰두했었습니다.
석사 1학기 이후부터 문득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뭘 위해서 이렇게 고군분투 하고 있지 하는 생각과 연구나 삶에 회의감이 들고, 선배들 졸업과 새로운 신입생으로 랩분위기도 많이 달라져 적응이 어려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했던 친구랑도 사이가 어긋나서 불편해지고 (공적으로도..), 열심히 했음에도 발전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아 힘들고, 몸도 지쳐서 정말 너무 하기 싫더라구요
매일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지금 뛰어들어서 병원 실려가면 안 갈 수 있나,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여기서 구르면 안 가도 되나 생각만 하면서 하루하루 다녔는데, 그러다보니 실적도 안 나오고, 자신감은 바닥을 치고, 사람들하고도 멀어지고, 의지도 없고, 그렇게 2학기를 흘려보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도 극복이 안 되고 있어요. 교수님 조언도 구해보고 선배들 조언도 들으면서 생각도 바꿔보고 다시 잘 지내려고 노력해보고 차근차근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는데 하루하루 견디는 에너지만 겨우겨우 있는 느낌이고 지금 상태에서는 절대 즐기면서 하던 그 때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요..
이제 졸업을 바라보면서 더욱 열과 성을 다해서 달려가야 하는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잘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버틸 수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식으로 버틴다 한들 저번 학기나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아 시간낭비만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다들 졸업은 그래도 하자는 생각으로 버텨서 석사 3학기를 접어들면서 자퇴하는 사람은 정말 없을텐데 지금 그만두면 정말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루에도 몇십번씩 그래도 일단 해보자/지금이라도 그만두자 를 왔다갔다하고 논문에 빠져 읽다가도 갑자기 눈물도 고이고 그래서 대학원 자퇴에 대해 검색하러 들어와봤어요..
너무 횡설수설 한 것 같은데 이런 울적한 글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리고 무슨 댓글이든 조언 주시면 달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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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개
2024.02.21
매일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지금 뛰어들어서 병원 실려가면 안 갈 수 있나 => 이거 우울증 증세같은데요. 물론 정확히는 의사와 진료를 보시는 게 맞겠지만.. 일단은 다른 걱정 마시고 질병휴학으로 한학기 쉬시면서 멘탈 케어 하시는 건 어떠실까요. 그 이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시고요..
2024.02.21
외부적인 어떤 요인이 없는데도 그러신다면 호르몬 이상이 아닐까 싶은데.. 의외로 신체적인 요인도 감정에 무척 영향 크거든요. 대학원이 원인이 아니라면, 그런 상태에선 대학원이 아니더라도 다른 일도 하시기 어렵지 않을까요... 회의감의 시작을 못 찾겠다면 병원 상담하며 약 먹어보는 걸 권해요. 교수님이 좋으신 분이라면 그런 걸 배려받을 수 있을 거고 그런 환경도 축복이에요. 저도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심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약 먹으며 성과를 내고 다시 동기를 찾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는 법입니다. 너무 자책하지 말길 바랍니다.
2024.02.21
누적 신고가 2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지나가다가 심각한 상황이신 것 같아서 댓글 남깁니다. 우을증 증상이시구요, 빠르게 정신과에 가셔서 상담 받으시고 약 드시는걸 추천합니다. 저도 실험데이터도 안나오고 여러모로 많이 혼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비슷한 생각을 했던적이 있었는데, 정신병이더라구요. 여기에서 이상한 글 적을시간에 빨리 가까운 병원 예약하시고 가셔서 치료받으세요.
청승맞은 우장춘*
2024.02.21
정신과 가보세요 안좋은 의미로 말하는 게 아니라 저도 학위하다가 힘들어서 갔는데 거기는 새벽 5시부터 예약해야되거든요? 주말에 근데 가보니깐 사람들이 너무 밝은 거에요 예약하고 9시에 다시 가서 진료보기전에 기다리는데 우울하거나 조용한 사람보다 밝은 사람이 더 많아요 당신이 잘못했건 잘못하지 않았건 정신적으로 힘든 건 잘못이 아니잖아요? 가면 정신과 선생님이 차분하게 이야기 들어주고 약도 처방해줘요 가서 그사람들 보면서 ,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다 힘들구나,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 들어요
2024.02.21
자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2024.02.22
대학원생활을 너무 힘줘서 하면 오래 못가요. 힘빼시고 요령도 피고 칼퇴도 해가며 마무리하시는것을 추천합니다. 결과는 열심히 한다고 잘나오는거 아니고 쉬다보면 문뜩문뜩 떠오르기도 해요. 번아웃오신것 같은데 가까운데 하이킹이나 간단한 취미생활을 해보세요
2024.02.22
저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기에 이 글만 보고 우울증이다 판단을 내릴 순 없지만 조언은 드릴 수 있어요. 일단 A4 용지 꺼내세요, 반으로 접으세요. 그 다음 왼쪽에 지금 내가 기분이 다운 되어있는 요인들(자퇴를 고민하는 - 심하게 차에 치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을 전부 적으세요. 그리고 오른쪽에 내가 그 요인들을 어떻게 나아지게 할 수 있을지 각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보세요. 나아지게 할 수 없는 것은 공백으로 두고요.
그리고 적혀있는 것들을 봐요.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내 힘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것들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예를 들어 동기랑 사이가 안좋아졌다? 석사 고작 2년 입니다. 일은 일이고 친구 만들러 연구하는거 배우는 것 아니잖아요. 박사과정 중에 이런 상태고 나아지지 않는다면 자퇴하라고 하겠는데 거의 석사 2년차 다가가는데... 곧 끝납니다. 그리고 석사는 연구를 진짜 제대로 한다고 하기도 뭐하고요, 아직 배우는 단계입니다. 노력한대로 바로바로 결과나오면 세상 모든 사람 연구 쉽다합니다. 하루하루 내가 무엇을 성취했고 배웠는지에 집중하세요. 뭐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지 그런 생각이 든다고요? 첫 문단에 적었듯이 전공 공부가 막연히 좋아서 해봤댔자나요. 모든 일에 큰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연구를 하는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 다 허무함을 느끼는 순간은 겪습니다. 재밌어서, 연구라는게 궁금해서 석사 한거고 할 수 있는 만큼하고 이게 아니다하면 박사 안하면되는겁니다. 좀 조급함을 덜어내고 릴렉스하시고 쉬면서 하세요. 그렇게 시험준비하듯이 달린다고 그걸 꾸준히 유지할 수 없습니다.
2024.02.22
자퇴해도 되요. 건강보다 중요한건 없으니까요.
대학원생활이라는게 꼬이기 시작하면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해도 안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뭔가 부족하거나 잘못해서 그런건 아니니 편하게 생각하시고 정 힘들면 그만두셔도 됩니다.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해야만 하는건 없어요.
2024.02.22
번아웃
2024.02.22
글쓴이 님이 설명하신 감정 절대 특이하거나 혼자만 못난거 아닙니다. 내가 지금 힘들고 우울한데 정당한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어요. 내가 그렇게 느끼면 그런겁니다. 내가 이렇게 느껴도 되나? 고민은 그만하고 어떻게 하면 마음이 좀 더 편해질까 고민하고 그리로 움직이세요. 석사 자퇴는 말리고 싶긴 하네요.. 정 힘들면 휴학은 어떨지.. 분명한건 지금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일시적인 감정이고, 시간과 주변의 도움이 조금 더해지면 지나간 시간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 됩니다. 경험한거에요. 스스로를 믿고 잠시 숨쉬며 스스로를 돌보세요.
2024.02.22
너무 공감되서 글 남깁니다 저도 석사하면서 우울증과 자괴감이 너무 심했습니다. 매학기마다 자퇴를 생각했는데 자퇴하면 2년 그냥 날려 먹은게 되니까 꾸역꾸역 버텼습니다. 버티면 졸업은 하더라고요... 5학기만에 석졸하고 지금 취준 중입니다. 힘드시겠지만 버텨서 석사 졸업장은 따고 탈출하시길 바랄게요. 너무 힘줘서 버티지는 마시고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갖는것이 필요해보입니다. 그러다 일이 잘 풀리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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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위에 대학원 자퇴한 학생들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기죽지마시고 더 좋은 랩실알아보세요~~
2024.02.23
누적 신고가 2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마라톤인데 100m 달리기처럼 전력 질주하니까 번 아웃이 오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게으르고 열정없어서 정시에 퇴근하는게 아니에요. 인생 길게 보면 1년반 별거 아니니까 빨리 나오시길 추천드립니다.
2024.02.24
저랑 너무 비슷한 상황이셔서 댓글씁니다. 이 댓글이 조금이나마 해결 방법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1. 운동부족, 달리기 권장 : 대학원생활은 스트레스 투성입니다. 대인관계는 물론 실적 압박 잘해야 한다는 강박까지. 근데 우리 신체는 석기시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스트레스 해소는 단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달리기. 옛날의 인간은 먹이를 좇기 위해 혹은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았을텐데 어느쪽이든 달리기로 풀었을겁니다. 이를 생각하면 여러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는 몸이 달리지 않으면 호랑이 굴에서 가만히 있는것처럼 무력감과 공포에 빠지겠죠. 저도 달리기 하면서 많이 나아졌습니다.
2. 의존적으로 변한 나 : 그럼 1.에서 말씀드린 스트레스 원인이 뭔가? 저는 계속 고찰 해보았습니다. 저는 독립적인 사람이었어요 대학원 오기 전까지. 제가 하고싶은걸 하고 그걸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근데 대학원 오니까 하고싶은걸 하는데 왜 잘하지 못할까?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거 투성이었어요. 그러다보니 하기 싫고. 근데 생각해보니까 대학원 오면서 잘한다의 기준을 세계의 과학자, 교수님들에 맞추고 있었더라고요. 그들의 평가에 의존적으로 제가 잘하는지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지금까지 잘한다고 생각한것들 생각해보면 다 자기 기준이었습니다. 물론 결국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위에있더라도 이길은 마라톤이니 바로 앞부터 확신하고 디딜수 있는 본인만의 독립적인 믿음이 필요한것을 깨닫기를.
대댓글 1개
2024.02.24
3. 내가 누구인가? : 2.에서 의존적이 된 저는 그 상황을 풀기 위해 저를 "대학원생 누구"로 정의 했습니다. 제 모든 시간을 이 생활에 갈아 넣은거죠. 친구 거의 안보고, 운동 안하고, 남는시간에 논문읽고. 잠깐 있는 이외의 시간엔 죄책감까지 느끼면서요. 성장? 했겠죠. 근데 지금와서 보면 친구보고 운동하고 취미 가지면서 했더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이나마 그렇게 하고 있고요. 당장 눈앞의 실적 까마득한 성장 생각하면 그렇게 투자하기 쉽지 않아요. 근데 중소기업 사장 마인드로는 성장 못합니다. 왜 대기업이 직원복지에 투자하겠어요. 당신은 당신의 노예가 되었지만 이제 주인이 될 차례입니다.
이 모든걸 깨닫는다면 당신이, 제가 앞에 겪었던 시간은 너무나 값진 시간이 될겁니다. 당신이 했던 모든 고생은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철학을 배울 필요성을 느낀 시간이었을테니까요. 앞으로의 인생도 '대학원생 누구' 혹은 '누구의 엄마 아빠' 등이 아닌 오롯이 본인만의 인생을 꾸려나가길, 그 자양분이 된 시간이길 바랍니다.
2024.06.10
안녕하세요, 저 또한, 석사과정 2학기 마쳐가는 중인 학생인데요. 저도 2학기 시작으로부터 번아웃 온것인지, 현재 자퇴하려고 상담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혹시 이제 약 5개월 정도 지난, 글쓴이님께서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혹은 글 쓴 이후 어떻게 되셨는지 개인으로 가능하다면 개인으로 혹은 대댓글로 가능할까요? 감사합니다.
대댓글 2개
2025.07.29
안녕하세요 저도 비슷한 상황인데 혹시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1년 정도 지났는데 현재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2025.07.29
안녕하세요. 저도 지금 2학기 들어가는 석사 과정생인데요. 글 작성자분들을 포함해서 댓글 작성해주신 분들도 어떤 결정을 내리셨는지 궁금합니다.
2024.02.21
2024.02.21
2024.02.21
2024.02.21
2024.02.21
2024.02.22
2024.02.22
2024.02.22
2024.02.22
2024.02.22
2024.02.22
2024.02.22
2024.02.23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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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4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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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9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