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부연구생으로 6달 정도 연구실에 들어와있는 6학기 이수 학부생입니다. 저는 중경시 라인 생명과이고 졸업요건으로 인해 실험실 인턴을 하다가 그길로 쭉 몸담고 있습니다. 교수님한테 찾아가서 여기서 석사를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늘 교수님은 너가 석사로 오면 이런이런 연구를 시킬거다 라고 하시고 저도 알겠다고 했습니다. 또 제가 이미 석사진학을 예정중이라고 연구실 선배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얼떨결에 석사 진학 예정 중이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처음에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대학원생이 석박통합 한명임에도 들어오면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교수님과 자주 디스커션 할 수 있고 심지어 어디서 새로운 cell을 받아오면 시딩을 어느 접시,어느 크기에 할지도 급하면 물어보러 갈 정도로 격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논문 쓸 기회를 많이 주겠다면서 석사까지만 해도 최대 3개는 쓰자고 하셨습니다. 다만 몇 가지 걸리는 점이 있어서 요즘 고민이 많이 됩니다.
1. 6개월동안 배운 실험이 웨스턴블랏, 트리판블루,WST 세가지임 . 물론 cell thawing부터 약물처리, 등 처음부터 다 하기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배운 실험이 적다고 느껴집니다. 주로 생화학 실험을 하는 연구실인데 아직 다른 실험은 구경도 못해봤습니다. 이번달 말에 enzyme activity정도 하나 추가 될 것 같습니다.
2. 연구 분야가 너무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조금 더 치료에 관심이 있는데 이 연구실은 아주 기초에 가까운 느낌이라 제가 느끼기에는 ‘이걸 찾아서 뭐 어떻게 할거지’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3. 랩미팅이 뜨문뜨문 있습니다. 길면 정말 한달도 넘어가게 안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누가 채찍질을 하면 더 열심히하는 스타일인데, 여기서 자꾸 지지부진하게 됩니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저는 혼자 열심히 안하는 사람이라면 연구직이 맞는지도 싶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그 열심히는 그냥 몸만 갈리고 피곤한 거였고 결과적으로 나아진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웨스턴 블랏 연습한다고 하우스키핑진만 붙이는 거였는데 그거한다고 11시에 집가고 그랬습니다. 지금생각하면 그렇게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처음엔 뭐든 잘하고 싶어서 그렇게 다 했었습니다.)
4. 연구실에 돈이 없고 거래처에 납부하지 못한 돈이 6천만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실이 따낸 연구는 지금 교내과제 말고는 없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들어오면 학비는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그 외 비용은 다 제가 부담해야하고, 인큐베이터도 하나라서 cell실험하는데 인큐베이터 청소도 못하고 있습니다.
5. 교수님이 너무 자주 오십니다. 매일 연구실에 한두번은 오셔서 자기 관심사 얘기 하십니다. 자기 가족얘기, 정치얘기, 역사얘기, 가끔 생물관련 얘기도 하시는데 가끔 얻어갈 건 있지만 그거 조금 알자고 하루에 20분~1시간을 그걸 듣는데 쓰기가 부담스럽습니다.
6. 회식이 잦습니다. 한달에 한번 꼴로 하는데, 그 돈도 랩비로 하는거고 그 랩비는 학교에서 주는 저희 인건비를 드려서 마련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인원이 적다보니 빠지기도 애매해서 한번 회식하면 11시까지는 놀다가 갑니다. 그래도 출퇴근 시간은 굉장히 자유로워서 다음날 늦게와도 뭐라 안합니다. 회식하면 술을 막 강권하지는 않지만 볼링을 친다던지 당구를 친다던지 이런저런거 하면서 또 교수님 가족얘기, 윤정권이야기 등을 듣습니다.
7. 컴퓨터쪽 도입하고싶다고 하셔서 어떻게 뭐부터 공부하면 좋겠냐고 했더니 자신은 그런 분야를 잘 모르니 학교에서 열리는 수업을 듣는게 방법이라고 하십니다. 저도 컴퓨터 배워두고 싶어서 여쭤본건데 다른 랩에서 배워오게끔 연결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독학을하라는 것 같아 약간 무책임하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이 분야에 관심도 떨어지고 교수님에게도 정이 떨어져서 나가고 싶지만, 이번 방학이 되고서야 받은 아주 작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가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옵니다. 제가 좀 바보같았던 부분도 여러가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리해보자면
1. 한 4달 정도를 cell growth curve그리는데 지나치게 집착함 → 교수님과 사수님이 먼저 이거 해야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사실 이걸 그리는게 어느정도 seeding할지 감을 잡으려고 하는거잖습니까? 그런데 자기가 시딩했을때와 경향성이 다르다 라고만 피드백을 들었어서 저는 계속 원래의 경향성을 찾을 때까지 반복 또 반복을 했습니다. 학기중에야 워낙 실험하기 어렵다보니 그냥 학기 내내 저것 만 했었는데 방학하고 나서는 계속 저거만 하다보니 언제 진도 나가나 싶어 2주정도 더 하고 찾아갔더니 이제 그만하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드는 생각은 물론 저도 너무 생각없이 실험을 했던것은 맞지만, 조금이라도 조언을 주셨으면 이렇게 오래 끌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treating할 toxin을 처음 만드는데 아무도 조언해주지 않으셔서 일단 만들었습니다. 만들고 나서야 filtration을 해야한다고 알려주셨고 그래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제가 덜 찾아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떤거 참고하면 좋을거 같다 정도의 정보라도 주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3. 제가 논문을 잘 안읽습니다. 제가 너무 게을러서 뭔가 기한이 없으면 끝도없이 미루는데 읽어오라는 것도 딱히 없고 다 너가 찾아보고 해봐라 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할때도 여러 논문을 참고하기는 했는데, 그마저도 똑바로 정독해서 읽는다기 보다는 제가 쓰는 toxin을 몇 ug처리할지 , 어떤 실험기법을 쓰고 그 경향이 어떻게 나왔는지 정도만 파악하였습니다. 이론 배경이 되는 리뷰 논문들도 다운받고 피규어 위주로 읽긴했는데 저보고 설명하라고 하면 잘 못하겠습니다.
제가 너무 그동안 랩 생활을 잘 못한 것 같아 계속 후회됩니다. 제가 이 랩실에서 더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면 늘 다음 스텝으로 할 일을 주시긴 하는데 제가 계속 지지부진하고 있어서 더더욱 여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2월까지만 하고 나올까요 아니면 프로젝트는 무조건 마무리하고 나갈까요? 그리고 나간다고 할 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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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2025.01.24
연구실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옮길 타이밍이라고 생각함. 다만, 지금 연구실에서 얻은 경험을 다음 연구실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함
202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