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K 중 한 곳에서 박사하는 중이고, 나이는 서른 초반입니다. 연구적으로 욕심이 많은 편이고 퍼포먼스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요. 최신 연구들을 보면 나도 좋은 논문 쓰고 싶단 생각에 잠이 안 올 정도로 몰입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지도교수님이 유학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3-4번 하셨고, 처음엔 그냥 하는 말씀이겠거니 하고 한 귀로 흘렸는데요. 서너 번 들으니 '진짜 갈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
유학 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서너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1) 원랜 졸업 후 해외 포닥을 생각 중인데, 영어회화나 라이팅이 수월하진 않은 편이라 포닥 전에 영어 경험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은 늘 해왔구요. 나중에 해외에 자리 잡고 싶단 생각도 있습니다.
2) 저는 저의 페이스대로 연구에 임하는데, 상대적으로 심적 여유가 있는 저희 연구실 분들(교수님 포함)의 시선으로는 '조급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퍼포먼스를 내고 싶은데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환경에 있는 것인지,,, 적극성이 조급함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환경에서 시너지 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3) 조금 rude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국내 아카데미아가 큰 기대가 되지 않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고민이 되는 점은 나이대가 있는 편이고 결혼 적령기이기도 해서 지금 준비해서 가는데 리스크가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영어 공부해서 입시 준비하는 시간에 논문 실적 하나둘 더 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 차라리 국박 졸업 후 해외 포닥 또는 바로 포닥이 어렵다면 연수 후 포닥을 갈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데,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거나, 하셨던 분들 있으시다면 조언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사과정 중에 유학을 권하시다니.. 다른 외국학교로 진학을 의미하시는게 아니라 다른 의도가 아닐까요? 박사과정의 일부로 외국 다른랩에서 일정기간 수련하고 돌아가는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우리랩에도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하거든요. 잠깐 와서 해보고 다음에 다시 오는경우도 많고요. ㅎㅎ 아마 교수님이 의도한건 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사과정 하다가 말고 유학준비하는건 앞뒤가 바뀐거니 고려하지마세요. 요즘엔 gre도 안본다고하니 영어 따로 준비하실건 없을거에요. 토플이야 논문쓸정도면 점수받기 어렵지 않겠지만... 교수님이 갑자기 은퇴하게 되는거 아니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인거 같네요. 교수님 안식년에 다른학교 같이다녀오는거면 좋은데 ...
멍때리는 쿠르트 괴델*
2023.08.07
선생님 저는 20대 초반에 유학을 준비해서 거의 6년만에 미국에서 박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유학준비하려고 휴학도 많이하고, 못하는 영어 준비하느라 많이 울기도 했었습니다. 주변에서 제가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보고 SKP로 박사가라고 할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저는 한국에서의 연구는 석사를 경험한 것과 들은 것을 합쳐서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훌륭한 과학자, 연구자분들이 많으시지만, 특히 SKP 박사로 들어와서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분들과의 대화를 할 때마다 듣는 것이 "한국은 공장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느 특정분야가 꼭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해봐야 제가 하고자하는 분야가 유망있고 인생을 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박사도, 석사에서 했던 연구와 좀 다른 분야로 진행했구요. 지금 당장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거에 흥미가 있지만, 또 몇년이 지나면 이 분야도 유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언제든지 새로운걸 받아드릴 준비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논문 경력이 저보다 훨씬 좋으시겠지만, 항상 정답이 있지 않는건 다 아실 겁니다. 나이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어느 누구나 해외를 갈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있다면 다 해외로 가고 싶어할 겁니다. 좋은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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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9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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