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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수정되지 않는 박제글입니다.

가려면 가장 높은 곳으로 2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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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뭔 글을 하나 썼었는데요 - 가려면 가장 높은데 가라고 - 댓글들을 보면서 원래 그른거에 긁히는게 제맛이죠. 박사때부터 미국에는 딱 10년 있었으니 길지는 않아도 짧지만도 않지는 않을까요. 분야는 데이터를 깔딱하는 STEM입니다.

1. 전제: "미국은 그렇지 않아" 라고 하는건 죄다 구라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그저 제 경험을 나눌뿐입니다. 중서부에서 박사를 마치고 북동부에서 포닥을 조지고 일을 하고 있으며 (아 출근하기 싫다) 남부는 특수관계인들이 있어서 나름 이리저리 보고들은게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서도 서부와 산악지대, 그리고 특수도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그렇습니다.

2. "낮은 학교에 가서도 좋은분을 만나서 잘 하는 박사가 많아요": 축하드립니다. 학교 랭킹이 낮다고 마냥 기회가 적은게 아닌거 절대적으로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걸 교수 입장으로 돌려서 봅시다. 미국에서는 교수들이 위에서부터 마냥 순서대로 들어가는것만은 아닙니다 당연히요, 그냥 다양한 기준이 있죠. 제가 아는 동년배 중 제일 똘똘한 연구자는 유타대학교도 아니고 유타주립대(Utah State)에서 애 일곱 키우면서 삽니다. 근데 그 사람 밑에서 박사를 마치고 교수하고 있는 제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모두가 그 사람한테 들어가고 싶어서 퀄때부터 지옥같은 경쟁이었다고. 일단 학교에서는 여러분이 같은 cohort라면 그럭저럭 비슷한 애들일꺼라고 생각하는거에요, 그래서 똑같은 수업 듣고 똑같은 숙제하고 그러면서 두각을 드러내려면 일종의 뽀샵질과 인맥관리를 안 할 수가 없는게 대학원생들의 현실입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보석같은 어드바이저 하나 만날까 말까한거죠. 반면 상위권에선, 그냥 적당히 골라도 잘하는 인간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건 너무 당연하겠죠. (이래서 제가 저희 학생들한테 미안해합니다.. 정말로요.. 이게 부모의 마음이란걸까요)

3. 돈: 저희분야는 대학원생 RA는 잘 없고 TA가 많은 구조인데요, 다들 조교하기 싫어하고 - 귀찮잖아요 - 교수들 연구비 받아가면서 연구만 하고 싶어하는데요. 교수 입장에 대학원생은 생각보다 비싼 존재입니다. 학생때야 등록금 안내고 학교 다닌다고 좋아했지만 막상 교수가 되어보니 풀타임 RA보다는 TA시키고 학회 한두번 보내주는게 싸지만 학생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랭킹 높은 학교일수록 생존편향으로 교수들이 연구비가 많은 사람이 많죠? 네 그럼 돈 걱정 안하고 다닐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굿.

4.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미국이라고 실력만으로 승부를 보지 않을까, 네 그것만큼 가장 개소리는 없는 것 같네요. "저는 그렇게 성공하신 분 잘 알아요" 네 저는 그 반대 케이스도 수없이 많이 봤습니다. 특정 학교 이메일을 가져야지만 등록할 수 있는 취업행사 보셨어요? 서류를 내보지만 영영 답이 없는 그런 불친절함이 내가 있는 학교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는 경험? 미국에서 덜 스트레스풀하게 장기적으로 연구를 하는 포지션 중 하나는 정부연구기관들인데요, 일단 외국인둘 스펙이 미국인들보다 높습니다 평균적으로, 이유는 아시겠죠? STEM에서 바닥은 동아시아계 남성입니다, 그게 현실이에요. 그만큼 더 노력해서 이겨내겠다? 해야죠. 근데 그냥 GRE 한번 더 치는게 편할껄요. 하다못해 학회만 가도 제 포스터의 수준은 바뀔게 없지만 제가 소속된 학교와 학과만으로도 사람들의 장벽이 바뀌는걸 보고는 전 제 과거에게 한숨만 쉬었습니다. 가오 좀 내려놓고 일본 가서라도 시험 한번 더 볼껄.

5. 저는 테크보다는 금융권에 아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보통 그쪽 얘기를 좀 하는 편인데요. 현직 헤지펀드 머신러닝 디비전 디렉터한테 커피사주면서 물어봤습니다 (연봉은 그 아저씨가 저의 12배쯤 됩니다) 너네는 탑스쿨 애들만 뽑는 이유가 뭐냐고. 그랬더니만 답은 심플하더라고요, 걔들은 똑똑하다고. 아니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뭐 그렇다는게 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컨설팅 회사 머신러닝 자회사 HR 매니저에게 들었습니다, 자기네는 딱 학교 들고 처음 걸러낸대요, 왜냐면 클라이언트들이 원하는건 반짝반짝 빛나는 명패니까. 물론 저 두 업계가 가장 허영과 짜세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중하위권 박사들 중에 JPMorgan 급 너머로 가는 사람 잘 못봤습니다.

6. 교수임용 시장은 학벌이 더하다: 박사를 하는 이유가 교수이신 분들은.. 굿럭. 하버드, 스탠포드 이런데서 박사내내 그냥저냥 논문 한두개 쓰고 졸업하는 학생들 의외로 꽤 많지만 걔들은 괜찮은데 교수 잘만 갑니다 그게 심지어 한국이라면야 금의환향이죠. 저희과에는 mit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와이프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으시다고 누추한 곳에 와주신 어르신이 한 분 계신데요, 그분이 매년 하시는 말씀은 제발 학교 타이틀 좀 보고 지원자 거르지 마라입니다. 교수 잡마켓에서 쓰는 채용 관리 사이트들이 몇개 있는데요 - 뭐 인터폴리오나 매쓰잡스 아카데믹잡스온라인 등등 - 거기서 핵심 정보들이 테이블로 나오거든요. 사람들이 하도 학교보고 자르기짓을 하니까 이 어르신은 맨날 지원자들 CV 건져다니고 계십니다. 그만큼 학교 간판이 갖는 힘이란거는 생각보다 강건하게 있다는 사례겠죠.


결론: 위 글이 편향되고 오류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저는 inductive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서요. 하지만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곰곰히 생각해볼 기회였으면 합니다. 제 인생에서 후회되는거 1번은 공익갈 수 있었는데 맛이 간건지 육군 현역을 간거고 2번은 제 박사 지원서를 받은 UC 버클리가 '너 돈내고 석사하면 박사시켜줄께' 라고 했을때 영혼을 끌어모아 대출을 받지 않은거였습니다. 그럼 다들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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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2024.10.10

아랫글에 댓글 단 사람이었는데, 금융쪽이나 금융쪽에 가까운 테크쪽 분야 분이셨다면 글쓰신 취지가 이해되고 또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금융쪽은 진짜 '몇몇' 탑스쿨만 리쿠르팅한다고 들었거든요. 하지만 STEM 전공, 특히 엔지니어링 전공들의 경우 단순히 학교의 명성보다는 어떤 연구주제를 하는지와 안정적인 RA 혹은 펠로우십 (TA말고)의 유무가 유학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 분야는 탑스쿨로 갈수록 기초과학쪽을 연구하는 경향이 커서, 똑똑한 친구들이 졸업하고 잡 구하는데 오히려 애먹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반면에 TOP20 언저리 프로그램 친구들이 대부분 R1 대학교수나 네셔널랩 혹은 정부기관에 정말 빠르게 자리잡더라구요. 저 역시 매우 좁은 제 경험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거라 일반화 할 수 없지만, 제가 글쓴분에 아랫글에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였습니다.

2024.10.10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의 랭킹은 각각 어느정도의 수준인가요?

2024.10.10

UCB를 놓친게 아쉽지 않도록 좋은 결과를 내고 성공하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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