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방 국립대에서 석사 2년을 마치고 박사과정 4년차에 재학중입니다. 우선 저희 연구실은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과 이론 계산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지도교수님의 첫 제자이고, 저희 연구실에는 학생이 저 이외에는 없습니다. 제가 지도교수를 잘못 만났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몇가지 나열해보고자 합니다. 선배님들께서 제가 잘못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꾸짖어 주시고, 조언 부탁드립니다.
1. 과제에 무관심 + 습관적 약속 어김
제가 석사 1년차 일 때, 운좋게도 미소디 과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첫 1년동안은 과제에 굉장히 신경쓰시고 discussion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갈수록 교수님께서는 과제에 대해서 무관심하시고, 매번 바쁘다고만 하시고 저와 미팅 시간을 기본적으로 10분 늦는것은 기본이고 어쩔때는 말도 없이 미팅 시간에 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는 이게 아주 일상이 돼 버려서 미팅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제가 좋게 생각해보면 progress가 크게 없으니 미팅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progress가 없다는건 제가 잘못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인데, 잘못된 생각에서 한없이 머물고 있는데도 전혀 피드백 없습니다. 그러다가 과제 미팅 1주전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과제 미팅있으니 자료를 빨리 만들고 진행상황이 어떤지 1주일 전에 체크합니다. 평소에는 피드백도 주지 않으면서 시간이 없으니 이렇게 하면 안된다, 왜 그렇게 했냐 이런 말만 듣습니다. 이거 진짜 5년동안 이짓을 하는데 정말 미칠지경입니다...
2. 연구지도 + 논문지도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연구, 논문지도도 정말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우선 연구지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와 같은 시기에 대학원을 진학한 다른 학교의 학생들을 보면 한 연구주제를 깊이 파고, 어느정도 실력이 올라오면 분야를 넓히는 식으로 연구를 하는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분야를 파고들면서 기본적으로 공부해야하는 과목들을 교과서나 강의를 활용해 충분히 공부하고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교수님께서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물어왔고, 그걸 저 혼자 쳐내야 했기 때문에 교과서 공부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석사 1년차가 혼자서 5개의 주제를 쳐내려고 하니, 공부는 하지 못하고 계속 일만 하는 기계처럼 생각 없이 시뮬레이션만 돌리고 일률적인 결과만 뽑기를 반복했습니다. 다른 논문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어떻게든 따라해서 제가 하는 주제에 대한 결과를 뽑아내서 논문을 몇편 쓰긴 했습니다. 논문을 다 쓰고 난 후 시간이 좀 생긴 현재...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을 다시한번 실감하고 있습니다. 석사때 마무리해야하는 통계물리학,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 알고리즘, 시뮬레이션 코드 짜보기, 전공 교과서 공부 등등 여러가지를 제대로 정리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박사 4년차가 가져야 할 소양을 전혀 갖추지 못한것 같습니다. 또한 제가 논문 초본을 써서 가면 저와 같이 수정하는 것이 아닌, 교수님 혼자서 수정한 후 피드백도 없습니다. 다른 학교 친구들을 보면 교수님께서 문장 구성, 논리 전개, 심지어 쉼표를 어디 찍어야 하는지 까지 알려 준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걸 전혀 지도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지도도 없었으면서 submission 전에 수정할 때 영어 못하면 파파고를 쓰거나 chat gpt를 써서 문장을 만들어라, 이게 말이 되는 문장이냐 이렇게 말합니다.. (그 중에는 자기가 수정한 문장도 포함되어 있는데, 제가 교수님이 쓰셨다고 말을 할수가 없으니... 정말 정신병 걸릴 것 같습니다.)
졸업 요건은 충분히 맞추었고, 높은 IF 저널은 아니지만, ACS EST, Polymer에 논문을 게재 하였고 현재 EPJE에 revision 중이며, PRE 아니면 PRR에 추가적으로 논문을 쓸 것 같습니다. 논문은 어떻게 나오게 됐지만, 이대로 졸업을 한다면 독립된 연구자가 될수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직까지 논문을 읽을 때 식이 왜 이렇게 계산 되는지 알지 못하고, 논문 읽기가 박사 4년차인데도 힘듭니다...
저... 이대로 졸업하면 인생 망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졸업을 하지 않고 학위 기간을 오래가져 가는 것도 못할짓인것 같구요... 포닥은 현재 상황으로 가게 되면 그냥 버림 받을것 같고, 회사를 가더라도... 박사급 인력이 능력이 없다는 소리나 들을것 같고...
선배님들,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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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5개
2023.07.31
그대로 해서 졸업할 수 있다는건 혼자서 맨땅에 헤딩이라도 해허 자기가 졸업을 이뤄내는거니 큰 문제없다고 봅니다. 쉼표까지 코치하는 랩에서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겪을 확률이 높아요. 지금 현재에서 근시일내에 졸업할 수 있다면 하시던대로 하는게..
2023.07.31
윗분에 말씀에 동갑합니다. 박사 4년차까지 왔으면 그냥 빨리 졸업하심이.. 그리고 이후 커리어에서 실력은 이전 교수한테 배운만큼이 아니라 그냥 본인 실력대로 나오는거니까 잘만 하시면 문제 없어요
2023.07.31
논문 스펙은 준수한데 '아직까지 논문을 읽을 때 식이 왜 이렇게 계산 되는지 알지 못하고, 논문 읽기가 박사 4년차인데도 힘듭니다...' 이건 그냥 순전히 학생 잘못인데 본인이 공부해야죠.. 논문은 진짜 어떻게 쓰십겁니까?
대댓글 3개
2023.07.31
댓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싸우려고 댓글을 쓰는건 아니구요, 제가 박사 4년차 까지 기본기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루 14시간 씩, 주말도 없이 매일 텍스트 공부할 시간이 없었는데,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 교수의 잘못도 있는것 아닌가요? 진짜 매번 일 쳐내기만 바빠서... 진득하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순전히 학생의 잘못이라는 말씀에는 동의를 못하겠네요...
그리고 논문을 쓰는건 제가 일하면서 해낸 주제에 대해서는 참고한 논문들, 시뮬레이션 방법, 결과를 정리하는 것 등 다른 논문들이 써 내려가는 방식을 참고해서 논문을 썼습니다. 제가 크게 다른 이론을 개발한 것도 아니고, 남들이 다 하는 시뮬레이션 방법론을 쓰고, 분석방법도 다른사람들이 한 방법을 그래도 시스템만 바꿔서 한 것 밖에 안돼서 논문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23.08.01
다 그렇게 논문 쓰는것 아닌가요? 누가 책보면서 공부를 해요 대학원생이
2023.08.01
아 분야가 달라서 잘 몰랐네요 졸업하시고는 꽃길만 걸으시길..
2023.07.31
교수는 학교 선생님이 아님니다. 기본적인 자기분야 학문 공부는 혼자서 하셔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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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자기분야 혼자 공부해야 한다는 말씀에는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교수가 선생님 역할도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연구만 하라고 교수 시키는게 아니라 가르치는 것도 해라고 교수 시키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교수들 중 그런 분이 많이 없으신건 사실이구요...
2023.07.31
졸업하는게 맞습니다.
1. 6년이나 그 랩에 있었는데, 여기서 1-2년 더 있는다고 그 랩에서 뭔가 배울만한게 있을까요?
2. 일단 실적이 나쁘지 않으니, 물박사라고 폄하될만한 일은 없을거긴 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포닥이든 취업을해서든 채워나가야지, 현 랩에서는 채우기 어려울 겁니다.
3. 어찌됐건 졸업은 빠른게 좋아요. 요건 채운다고 다 졸업시켜주는게 아니니, 최대한 빠르게 교수한테 졸업 의사를 밝혀야 원하는 시점에 겨우 졸업할 수 있을겁니다.
얌전한 백석*
2023.07.31
상황이 그런데도 논문은 썼네요. 그 분야 잘모르지만 어찌그게 가능하죠? 아마 코스웍이 형편없는 학교인가 본데. 교수 입장에선 학생이 이론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그냥 일만 시킨 듯
대댓글 1개
2023.07.31
논문은 다른 논문들 인트로나 방법론들 인용하고, 어떻게든 글을 만들어서 썼고, 실험하는 연구실과의 코웍이 컸던것 같아요. 아무래도 실험결과가 받쳐주고 시뮬레이션으로 검증까지 했으니 받아주지 않을 순 없던것 같아요...
애초에 다섯개의 과제를 혼자서 하다보니 거의 매일 하루 14시간 동안, 주말도 없이 일만 했던것 같아요... 석사 1년차 때 부터 이 생활을 반복했으니... 솔직히 공부를 언제 할 수 있었을까요...
IF : 2
2023.07.31
고생 많으셨어요. 저도 어딘가에서 1호박사였던 시기가 있었고 정말 너무 힘들어서 몸에 병까지 얻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논문은 기계처럼 찍어냈기 때문에 성과는 좋은데 내가 뭘 하고 살았던 건지, 살아는 있는 건지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기업으로 도망치듯 취업을 해서 피해의식 속에서 일만 하고 살다가 다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파트타임인데도 논문 지도, 연구 수행, 개인시간 같이 보내는 것 등등 지금 지도교수님은 정말 모든 것을 함께 하셨어요. 주니어 교수님이신데도 그렇습니다. 경험이 없어서 나쁜 교수인게 아니라 그냥 그 교수가 나쁜 겁니다. 글쓴분도 저처럼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셨다고 생각됩니다. 꼭 졸업으로 마무리 하셔서 어디든 떠나시고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혹여나 저처럼 나중에라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시면 그 때 또 한 번 학업에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은 학교에 있습니다. 박사 2개인게 강점이 되기도 했고 어쨌든 첫 번째 박사 때의 지도교수는 저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없게 되었습니다. 기업 경력 + 두 번째 박사전공(약간 다름 / 융합전공) + 두 번째 박사지도교수님 + 교수님의 지도교수님 등등 저에게 심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대댓글 2개
IF : 2
2023.07.31
글쓴 분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또다른 기회를 얻으실 수 있다는 것, 그게 살아가시는 데 힘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응원할게요.
2023.07.31
와.. 정말 감사합니다.. 학위를 두개나 하는게 가능하군요... 저도 미쳤다고 생각하고 박사를 한번 더 가는것도 생각해 보았는데... 정말 큰 힘을 얻었습니다. 우선은 저도 졸업을 다음학기에 하는것으로 합의를 본 상태이고, 선배님 처럼 다른 스승을 만나서 또 다른 인생을 펼칠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제가 열심히 하는건 당연하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2023.07.31
저도 분자동역학 전공인데요 반갑네요 ㅎㅎ..
이쪽 분야가 사실 계산의 기초적인 원리를 몰라도 시뮬레이션을 틀리지만 않고 돌리기만해서 결과가 나오면 계산 결과만 가지고도 논문쓰는데 문제는 없어서 이론에 빈약해지기 딱 좋습니다.
교수님들은 계산결과나 시뮬 과정 대충 설명드리면 어디가 잘못된지 캐치하셔서 실수할일은 그나마 방지할수 있지만 학생은 그냥 시뮬돌리는 기계가 되는거지요..
물론 길게보고 한 2년동안 이론공부만 하신다 생각하면 좋을거 같네요. 그리고 박사 졸업해도 이제 시작입니다. 포닥때도 계속 공부해나가면 어느순간 채워지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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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감사합니다. 저는 classical MD를 주로 돌리고 있어서 양자쪽은 전혀 공부하지 않았네요...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2024.12.09
안녕하세요, MD 시뮬레이션에 관심 있는 학부생입니다. 혹시 말씀하신 잭슨 MD 서적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을까요..? 검색해봐도 찾기가 쉽지가 않아 여쭤봅니다.ㅠㅠ
2023.07.31
첫제자인데 교수가 케어 안해주면 엄청 고통이죠.. 다른곳에 취업이나 포닥 하실때 부족한 부분이 보충이 가능한 곳으로 잘 찾으셔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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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감사합니다!! 포닥을 2번~3번 해야 할 것 같아요... 대우를 못받더라도 학위 한번 더 한다는 생각으로...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2023.07.31
혼자서 과재 5개...ㅋㅋㅋ 진짜 그만큼 버틴게 초인이시네요 저희 연구실도 비슷한 분위기인데 학생 본인 의지 문제라고 하는 분들은 정말 심한 연구실 안 겪어보셔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앞길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것도 맞다는게 참 가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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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말씀 감사합니다... 이렇게 환경을 만들어 놓고 결국 망하면 제 탓이라는게... 너무 가혹하네요ㅠㅠ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2023.08.01
논문에 나오는 수식들은 대부분이 다른 논문에서 가져와서 반복하는거고.. 수식에 크게 의미를 두기보다는 그 수식이 가지는 물리적인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텀을 최소 혹은 최대로 가져가는 경우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수도 있구요, 아니면 특정 파라미터와의 관련성을 유도하기위해서 수식화할수도 있지만 역시 크게 무게를 두고 볼 부분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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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말씀 감사합니다!! 시뮬레이션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식들은 짬밥이 있어서 그래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대가들이 작성한 논문들을 보면 시뮬레이션 결과로부터 새로운 물리량을 계산하려는 수식들을 보면 한줄 한줄 나가기가 힘들더라구요... 새로운 일을 하려다 보니 이런 상황들을 너무 자주 경험하게 되네요... 말씀하신 것 처럼 물리적 의미를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해 보겠습니다!!
2023.08.03
ㄱ
2023.08.04
제가 봤을땐 충분히 능력 있어보입니다. 저도 베이지안 시공간분석 하는 연구실에 있는데, 프로그램 다 짜고 돌려서 논문 만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통계적인 식은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는것 똑같은거 같습니다. 만약 제가 식까지 이해를 한다면 정말 좋겠지만요. 그리고 프로젝트 혼자 5개 끌고 가셨다고 하는데, 그정도면 제 분야에서는 이미 포닥의 능력인거 같습니다. 여기 누구한테 물어봐도 어느 연구실에서 혼자 5개 프로젝트 진행하시는 분 없을 거에요. 이제 꽃길만 걸으시길.
2023.07.31
2023.07.31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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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23.08.01
2023.08.01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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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23.07.31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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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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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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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2024.12.09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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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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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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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2023.08.03
202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