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속도와 가성비에 극도로 집착한다. 이런 특징이 전쟁 후 빠른 경제성장과 여타 다른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가끔은 갸우뚱한다. 정말 빠르면 모든 면에서 좋은 것일까?
나는 성격이 엄청 급하다. 밥도 빨리먹고 걸음걸이도 빠르고 답답함을 싫어한다. 그러다보니 내 생활영역에서도 그런 성격이 많이 반영된다. 친구랑 같이 6개월간 빡시게 운동해서 바디프로필 찍자는 다짐을 했다. 나는 그전까지 운동은 무거운 무게로 빠르게만 하면 저절로 몸이 좋아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성장이 느렸다...나는 나의 노력이 부족한줄 알고 더더욱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오하려 부상만 입고 몸도 그렇게 좋아지지 않앗다. 그러다가 친구가 피티를 받아보자해서 피티를 받았는데 트레이너분이 천천히 호흡을 의식하고 근육에 자극을 느끼면서 운동하라고 했다. 농담아니라 내가 평소에 운동하던 무게의 3분의 1로 했지만 훨씬 힘들었고 훨씬 펌핑도 잘됬다....그 뒤로 그 방법을 고수했다. 농담아니라 평소하던 무게의 절반으로 운동하지만 몸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좋아졌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 교수님의 압박, 사수의 빠른 속도, 빨리 졸업해서 취직해야한다는 압박 등등 시간을 재촉한다. 석사시절 너무 놀랐던 사실중 하나가 실험실 사람들은 과학을 하는게 아니라 실험하는 기구마냥 실험만 주구장창 빨리한다. 뭐 이 실험의 원리, 하는 이유, 결과해석을 위한 배경지식 등은 전혀 관심없이 오로지 최대한 빠르게 raw data 뽑아내서 교수님께 드리는게 목표로 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다보니 박사과정생이여도 실험과정에 사용되는 시약이나 buffer, 용액, 실험을 하는 이유, 원리 등을 설명을 제대로 못한다. 그냥 이 buffer하고 enzyme이랑 섞어서 만들면 돼. 이게 끝이다.....내가 장담하지만 이건 과학이 아니다. 물론 교수님은 데이터 빨리 뽑아낸다고 좋아하시겠지만 학생입장에선 그냥 기계처럼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천천히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다보면 새삼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아주 천천히 뛰다보면 평소에 내가 잊고 있던 심장박동, 호흡, 발바닥의 감각, 다리근육의 움직임과 자극 등등 여러가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속에서 나는 내 몸의 사용방법을 알게되고 더더욱 잘 뛸 수 있는 선수가 된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실험을 음미하고 공부하면 나중에 속도는 알아서 따라온다. 우리는 과학을 공부하기 위한 과학도인지 아니면 그냥 실험 data뽑아내는 사람일뿐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만약 전자라면 실험을 음미하면서 공부하고 느끼자. 진짜 인터넷에서 논문도 찾아보고 검색하다보면 내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우리 텐션을 낮추고 과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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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개
후회하는 맹자*
2023.09.10
"한국인들은 속도와 가성비에 극도로 집착한다." 극 공감...
가성비에 집착하면 짧은 시간에 꽤 괜찮은 성과는 나오지만 마스터피스는 절대 안나옴
2023.09.10
난 반대로 노가다 실험 최소화하고.. 심지어 실험없이 논문도 쓰는중 ㅋㅋㅋㅋ
2023.09.10
누적 신고가 2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과학은 가성비를 따지면 안 됨. 하지만 속도는 중요함. 똑같은 결과를 얻는데 본인 능력을 100% 발휘해서 1주일 걸리느냐, 아니면 설렁설렁해서 2주일 걸리느냐는 확실히 다름. 설렁설렁 느리게 한다고 깊이가 깊어지는것도 아니기때문에.
대댓글 1개
2023.09.11
그런 의미가 아니라 같은 결과도 곱씹어보면서 공부도 해가면서 2주 걸리는것과 같은 결과를 최단 거리로 1주일 걸리는것이 결과는 같아 보일지라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글입니다
직설적인 공자*
2023.09.10
맞습니다. 피상적인 과학.
2023.09.10
그러다 보면 비슷한 아이디어로 중국에서 먼저 논문 내죠. 경쟁이 격화 되는건 우리가 급해서 아니라 연구판이 세계화 되면서 개나소나 다 뛸어 들기 때문임.
2023.09.10
음.. 님 랩이 이상한거임. 자발적 교수 수족
2023.09.11
이게 얼마나 말이 안되는 헛소리냐면 미국유럽중국 여긴 글로벌 연대에 연구비 쏟아부으면서 거기에 네이쳐 사이언스 쓴 애들 실험 궁금한 거 행렬표 만들고 빈칸채우기로 확인 다 함. 대신 얼마나 헛짓거리빼고 행렬 채울꺼냐를 고민 오래함. 근데 천천히하고 실험 최소화라.... 그럼 나중에 거봐 내 연구 주제로 네이쳐 사이언스도 나왔던 주제로 나쁘지 않았다니까 하면서 자위하는 일 생김. 결국 할 일이라면 빠르게 스크리닝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해서 최대의 결과물을 얻는게 더 나음.
대댓글 1개
2025.08.24
"얼마나 헛짓거리빼고 행렬 채울꺼냐를 오래 고민함" 이부분이 지금 정확히 원문 작성자가 포인아웃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헛짓거리를 뺀다 = 이미 나와있는 이론들을 통해 필패하는 세팅은 빼내고, 본인 가설에 맞게 컨트롤과 익스페리먼트를 의도적으로 시스템화 해서 최단기간으로 실험할 수 있게 한다. = 작성자가 말하는 노동이 아닌 진짜 과학 이 중요한 부분을 안하고 꼼꼼한 계획 없이 성공할때까지 노가다 때리는 대학원생들 얼마나 많은데요. 실제로 깊은 고민과 토론은 오히려 효율을 높이는 게 맞습니다. 당연히 raw data를 뽑으려면 빠르게 많은 일을 해야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을 단축하는 건 과학적 사고와 공부인 것 같습니다.
2023.09.11
글을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아래 글 공감합니다. "천천히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다보면 새삼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아주 천천히 뛰다보면 평소에 내가 잊고 있던 심장박동, 호흡, 발바닥의 감각, 다리근육의 움직임과 자극 등등 여러가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속에서 나는 내 몸의 사용방법을 알게되고 더더욱 잘 뛸 수 있는 선수가 된다."
수영을 배우는 것도 비슷하게, 강습 받으며 무의미하게 레인을 오가는 것보다, 혼자 자신의 팔다리 움직임을 잘 깨달으며, 천천히 힘을 빼고 집중하며 수영을 하는 것이 더 빠르게 실력을 늘리는 방법이죠.
2023.09.11
좋은 글 감사합니다. 스크랩해서 제 학생들에게 공유하겠습니다. ^^ (출처: 김박사넷 ㅎㅎ)
2023.09.11
어떻게 하면 누적신고 20개 넘길 수 있어요?
2023.09.12
그런 마음으로 10년을 사시면, 그 누구도 뭐라할 수 없는 훌륭한 연구자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응원합니다.
똑똑한 리처드 파인만*
2023.09.13
본문은 "실험을 하는 이유, 원리 등을 설명을 제대로 못한다. 그냥 만들면 돼. 이게 끝이다." 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댓글은 전혀 딴 소리를 하고 있으니 참재미있군요^^
IF : 1
2025.08.24
팩트 하나 때려 주자면, 누가 설렁 설렁 느리게 하고 있으면, 그 프로젝트가 시간이 촉박하면, 그 사람에게 그 일이 안감. 급하게 빠르게 처리 하는 사람에게 감. 그럼 빠른 일처리가 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을 하게 되는데, 일을 많이 하는 만큼 실수가 많아짐. 실수가 생기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 구설이 생김. 그럼 잘 한 일이 많아도, 실수 한 하나 때문에, 설렁 설렁 일 한 사람이 높임 받고, 일 많이 쳐 낸 사람이 쳐 내짐. 여기서 더 지랄 맞은 상황은, 저 빠르게 일 처리 하는 사람이 오지랖+ 공감 능력 높은 사람이면, 또 옆에 있는 사람이 쩔쩔 매는 거 있음 지 일이 더 많음에도 그것도 도와줌. 결국 나중에 정산 해 보면, 그 사람이 대부분의 일은 다 관여 해서 돌아가게 처리 했음에도, 평가는 낮게 평가 되고, 본인 시간 노동력 다 갈려 나가고, 좋은 자리는 저렇게 설렁설렁 일 한 사람들이 올라감.
천천히 시간 들여서 "자기 것" 만 하는 사람들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은 건 맞음. 본인들은 아니라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절대 이타적인 성격이 아니라 이기적인 성격이고, 남의 시간과 노동력 빨아 먹고 본인 성장에만 쓰는 것임. 자기가 맡은 거 잘 해야 한다고 그거에 집중한다 하는데,애초 처리능력이 동일 했으면 공평하게 일 나눠서 같은 시간에 끝내야 맞지. 왜 그걸 처리 못해서 빨리 끝낸 사람이 더 맡게 함? 그거 다 제대로 평가해 주는 상사가 있으면 고마운 건데, 대부분 그렇게 평가 하지도 않음. 일 좀 적게 해도 잡음이 없는 말 잘 듣는 사람이 조직에 좋은 사람이라고 그 사람들 남기고 쳐 내지.
2023.09.10
2023.09.10
2023.09.10
대댓글 1개
2023.09.11
2023.09.10
2023.09.10
2023.09.10
2023.09.11
대댓글 1개
2025.08.24
2023.09.11
2023.09.11
2023.09.11
2023.09.12
2023.09.13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