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최근 들어 스포츠계 커뮤니티에서는 e스포츠와 야구를 필두로 흔히 말하는 "아이돌화", 즉 아이돌산업의 인물중심적인 소비 패턴과 비슷한 양상의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고. 인터넷 방송업계도 비슷한 맥락의 아이돌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포토카드나 의류, 굿즈 등 본업의 컨텐츠 외의 paraphernalia 구매, 팬메이드 영상 및 2차 창작물의 생성, 도네이션이나 선물, 각종 소통 창구와 그에 대한 반응으로 선수나 방송인과의 parasocial한 관계 형성 등을 일컫습니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의 성격으로는, 특정 선수나 인물에 대한 집착성 관심, 때때로는 팀의 성적과는 무관하게 도배되는 과도한 쉴드성 옹호나 비판, 그리고 타 세력에 대한 적대적 반응을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소비자와 소비대상 간의 몰입의 정도를 심화하는 데 기여도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빠가 까를 만든다고 하는데, 순전히 "관심" 으로 먹고사는 아이돌, 스포츠나 인터넷방송 류의 업계는 어느 종류의 organic한 반응도 환영할 것 같습니다. 일단 관심받아야 모르던 사람들에게 유입이 늘어나고, 그래야 돈을 버니까요. 이 점에서 학계도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문의 지평선을 넓히고, 과학적 방법론에 의거한 지식을 추구하며, 인류전반적 기술의 발전에 응용한다는 아카데미아의 근본과는 전혀 무관합니다만, 저널의 네임밸류와 IF같은 것들이 타인에게 인식되는 연구자의 역량을 결정하는 현 시점, 일단 어느 방식으로든 exposure를 늘린다면 학계에 boon이 될거라고 믿습니다. 연구비 대주는 기관과 사기업, 지원하는 학생 역시 다 사람이기에 관심과 화제성에 이끌립니다. 솔직히 아이돌판이든 학계든 문외한이 볼 때는 똑같이 그들만의 리그잖아요?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노력을 안하면 모 연예인 미니 갤러리처럼 특정 소수만 소비하도록 고립되고 고이는건 한순간입니다. 스포츠 선수나 아이돌, 배우들이 예능이나 시사프로그램에 나오는 이유도 단순히 경기 데이터, 음반 등 결과물 이외에 인격체로서의 면모가 보여짐으로써 그 결과물의 형성과정에 대한 진정성을 부여하는, 즉 궁극적으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개소리를 길게도 적어놨는데, 아래에 학계를 아이돌판으로 돌리기 위한 몇 가지 제안과 예시들을 적어봅니다. -postdoc 101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10명의 생존자는 프로젝트 랩에 편성되어 2년동안 풀지원받고 연구함 -교수의 논문 리뷰방송, 노벨상 watchparty, 벤쳐 VLOG, 과제/시험 채점방송, 랩실월드컵/티어리스트, 김박사넷 한줄평 읽어보기, 시참 종합게임, 소통 컨텐츠 -모 랩 신입 대학원생 TEASER (18:00 Youtube Premieres 최초 공개) -교수 강의영상 & 강의평모음 (교차편집) -대학원생 실험영상 매드무비 -국내·해회 학회에서 연구자 팬사인회 진행, 랩 굿즈 구매나 후원금에 따라 당첨 기회 UP -대육대, 랩실대항전 등 체육·이스포츠대회 -인용 횟수에 기반한 나와의 친밀도 표시 (멜론같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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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진지한 카를 마르크스*
2023.10.08
대육대에서 빵터졌네ㅋㅋㅋ 전국의 칙칙한 대학원생들 다 모여서 운동부족 경고 캠페인 같은거라도 하는건가ㅋㅋㅋ
멍때리는 제임스 와트*
2023.10.08
ㅋㅋ 재밌다
2023.10.08
되면 재밌긴하겠지만 대중의 관심은 쉬운 접근성에서 시작이라 진입장벽이 높은 학문의 영역에서 쉽진 않을듯요ㅠ ㅋㅋ
2023.10.08
2023.10.08
2023.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