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혹시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글을 씁니다. 제 부모님은 양가 친가 모두 대가족으로 주로 1차 산업에 종사 하시는 분이 많으셨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유일하게 결혼 후 서울로 상경하였습니다. 아버지가 서울에서 일하신 덕분에 저는 학원도 다닐 만큼 다니고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부모님도 저도 대기업 취직을 원했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전공이 재밌었고 박사 유학이라는 선택지가 생겨 원서를 넣고 어쩌다가 덜컥 탑스쿨에 붙게 되었습니다. 모든 준비 비용(토플, 첨삭, 스터디, 리포팅, 원서비)은 제 월급에서 지출하였고 부모님께는 유학을 가고 싶다고 미리 말씀 드렸었습니다. 부모님도 니가 하고 싶으면 한번 해 봐라 했고요. 과분한 학교에 붙어 기분이 좋지만 그것도 잠시 부모님이 미국을 잘 알지 못하심으로부터 나오는 갈등들이 벌써부터 생기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미국을 가보신 적이 없으며 미국 문화도 전혀 모르십니다. 저도 딱히 가본적이 없어 모르지만 ㅡ 부모님은 길거리에서 조금만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학생들을 봐도 쟤 좀 봐라, 뭐하고 다니는 거냐 등등 싫은 소리를 아끼지 않으시는 보수적인 분들입니다. 제가 진학 예정인 대학원의 잠정적인 교수님의 웹사이트를 보여드리니 왜 (교수님의 성) group으로 사이트를 만드는 거냐, 자기 쫄따구들이라고 생각해서 이런식으로 그룹명 짓는거냐(…) 부터 시작해서 결혼할 때 깜x이(공개적인 사이트에서 이런 부적절인 표현 죄송합니다. 한두번 들은 게 아닙니다…) 데려오기만 해 봐라까지… Open house 행사에 초대를 받았는데 가겠다고 말하니 엄마도 가고싶다, 왜 같이 못 가냐(호텔을 룸메이트랑 같이 사용해야 한다고 해도 가족끼리 간다고 입학처에 사정하면 되지 않냐라며…) 부터 시작해서 너가 박사 가면 엄마가 1년동안 같이 너랑 가서 영어도 배우고 너 밥도 해주면 좋지 않냐(어머니는 쿠팡 주문도 혼자 못하시고 혼자 있는걸 극도로 무서워하십니다) 까지… stipend 금액이랑 대학원생 기숙사 비용 보더니 날강도 새끼들이라고 욕하시는 등 ㅠ 옆에서 듣고 있는 게 너무 힘들고.. 가난한 대학원생이라 독립 못하고 얹혀 살았기에 버럭 화내기도 뭐합니다… 대학원생일 때도 늦게 들어오면 지도교수님 욕하고, 그런데 왜 다니고 있냐는 등의 소리도 엄청 많이 들었는데 정서가 아예 다른 미국 문화를 결코 받아들이시지 못할 게 뻔하고 박사 과정 동안 전화는 얼마나 많이 할 것이고 부모님 안 챙기는 자식이라고 얼마나 뭐라 할 지 눈에 선해서 가슴이 답답하네요… 술먹고 써서 맥락도 없고 전후사정도 명확하지 않아 죄송합니다 그냥 유학은 과고나오고 집에 돈 많고 부모님이 학식이 있는 엘리트들이 가는 거였나 그냥 대기업 취직할 거 그랬나 많은 생각이 드네요…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13개
2025.02.02
이제 잘 정리해서 출국만 하시면 됩니다. 어쩔 수 없어요.
해외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다 보면 원가족, 특히 부모 형제와의 시간이 점점 파편화되는 것을 느낄 겁니다.
그런데 유학 준비하면서 한번도 생각해 보고 각오하지 않았나요?
원래 유학이 자기 삶을 걸고 하는 겁니다. 60년 전 쯤 1세대들도 그랬고 지금 막 은퇴하시는 70뇬대 학번들도 그랬고 IMF 직후에 나간 90년대 학번도 그랬어요.
2025.02.02
가족과 사이가 좋고 내 모든걸 이해해주고 지원해줘도 나이 30 넘어가서부터는 독립해야합니다.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부모 자식 간 관계가 특별한거 없어요. 대학때까지 키워준것만으로 이미 부모님은 모든 의무 다 하신겁니다..
2025.02.02
2025.02.02
2025.02.02